'용핵관' 與 양지에 몰렸다…尹·韓 '공천 갈등' 뇌관 재점화
4·10 총선 지역구 공천 신청 접수를 마감한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공천 작업을 시작한다. 정치권의 예상대로 친윤계 인사 상당수가 여권 강세 지역에 몰리면서 여권 내분의 불씨가 재점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4일 홈페이지에 전날 접수를 마감한 공천 신청자 849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비공개 신청자 9명까지 더하면 253개 지역구에 858명이 지원해 평균 3.3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핵심 지지 기반인 영남권 65개 지역구엔 278명이 몰려 4.2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호남권 28개 지역구엔 신청자가 21명에 불과해 경쟁률이 0.75대 1에 그쳤고, 10개 지역구엔 신청자가 없었다.
나경원(서울 동작을) 전 의원과 안철수(경기 성남 분당갑) 의원,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적한 이상민(대전 유성을) 의원 등 44명은 ‘나홀로’ 공천을 신청했다. 이들 중 현역 의원이거나 경쟁력이 뛰어난 신청자는 이변이 없는 한 공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30일 “부적격 기준에 해당하는 신청자는 원천 배제한 뒤 본격 심사 평가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공천 면접이 시작되는 13일 전에는 부적격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공관위는 ▶성폭력 2차 가해 ▶직장 내 괴롭힘 ▶학교 폭력 ▶마약 범죄 등 ‘신(新)4대악 범죄’와 ▶배우자 및 자녀 입시 비리 ▶채용 비리 ▶병역 비리 ▶국적 비리 등 ‘4대 부적격 비리’에 해당하면 사면·복권됐어도 공천 심사에서 배제하겠다고 예고했다.
공천 작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여권의 긴장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의 시초가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둘러싼 ‘사천(私薦) 논란’이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충남 서천 화재 현장을 함께 방문해 갈등을 봉합했지만, 여권에선 “공천 과정에서 얼마든지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공천 신청자 명단을 보면 갈등의 불씨가 될만한 인사가 다수 포진했다. 용산 대통령실이나 내각에서 근무하다 총선에 도전한 친윤계, 이른바 ‘용핵관’ 인사 상당수가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인 곳, 그 중에서도 영남과 서울 강남 등 여권 강세 지역에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검사 출신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이다. 이 전 비서관은 박진(4선) 전 외교부 장관 지역구인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했다. 여권 사정에 밝은 인사는 “이 전 비서관은 공천 뇌관 중에서도 뇌관”이라며 “공천 신청 전부터 이 전 비서관의 출마지를 놓고 용산과 당이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전 비서관을 공천하면 야당이 ‘검찰 공화국’ 프레임을 들이밀 게 뻔하다”며 “한 위원장도 이를 잘 알겠지만, 용산의 뜻이 완강하면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현역이 열세인 부산 일부 지역에도 용핵관이 몰렸다.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낸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은 서병수(5선) 의원이 있는 진갑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인 김인규 전 행정관은 안병길(초선) 의원 지역구인 서-동에 각각 공천을 신청했다. 대선 때 윤 대통령의 청년 참모로 활동한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전봉민(초선) 의원의 수영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역인 하태경 의원의 서울 출마로 우선추천(전략공천) 지역이 될 가능성이 큰 해운대갑엔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이 신청했다.
경북 구미을에는 현역 김영식(초선) 의원에 맞서 대선 때부터 윤 대통령의 일정을 담당한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이 출마했고, 충남 홍성-예산엔 현역 홍문표(4선) 의원에게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이 도전하고 있다.
이런 경합 지역 상당수는 경선으로 후보자를 가리겠다는 게 공관위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선 “컷오프(공천 원천 배제)를 통해 현역 의원을 떨궈내면 그 자리에 용핵관이 공천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여권에선 이미 “용산에선 ××는 무조건 공천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더라”, “공관위에서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과 장동혁 사무총장이 각각 용산과 한 위원장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더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용산과의 갈등 이후 당에선 ‘공천은 당의 일’이라는 스탠스가 유지되고 있다”며 “공천 심사가 진행되면 본격적으로 윤심(尹心)과 한심(韓心)이 충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진 의원도 “공천을 앞두고 대통령실과 당은 매번 충돌해왔다”면서도 “이번엔 공천 심사 전부터 당정 갈등이 노출됐기 때문에 얼마나 더 격화할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다만, 친윤계는 이런 공천 갈등 문제에 선을 긋고 있다. 이철규 위원장은 이날 MBN ‘시사스페셜’에 출연해 ‘공천이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의 고리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는 질문에 “용산 공천이니 윤심(尹心) 공천이니 폄훼하려고 하는 지적”이라며 “대통령이 당 공천에 구체적으로 관여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마포갑 마감 직전 교통정리, 김기현-박맹우 리턴 매치
한편, 당내 경쟁이 치열했던 서울 마포갑은 최승재 의원이 경기 광명갑으로, 이용호 의원이 서울 서대문갑으로 각각 옮기면서 조정훈 의원과 신지호 전 의원 간 2파전 구도로 교통 정리가 됐다. 울산 남을에선 현역인 김기현 전 대표에게 박맹우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내 ‘전직 울산시장 2명’의 리턴 매치가 성사됐다. 태영호 의원이 윤건영 민주당 의원과 맞붙겠다며 자리를 비운 서울 강남갑엔 김예령 대변인 등 6명이 공개 신청했다. 21대 총선 때 당의 험지(경기 광주을) 출마 요구에 응했던 3선 출신의 이종구 전 의원도 강남갑에 비공개로 공천을 신청했다고 한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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