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싸" 과일선물 실종...지갑 닫힌 설대목, 소상공인 한숨
“매년 명절 때면 한두개 받았던 과일 선물이 사라졌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주부 김모(65)씨는 이번 명절 선물에 특이한 점을 찾았다. 이맘때쯤 명절 선물로 하나 정도는 받았던 사과ㆍ배 선물 박스가 들어오지 않아서다. 대신 김과 한과를 받았다. 김 씨는 “과일값이 워낙 올라 사과 선물을 기대해본 것은 오랜만”이라며 “아무래도 과일은 차례상에 올릴 만큼만 구매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설 대목을 앞두고 가계와 소상공인, 기업 등 경제주체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새해 물가는 진정 되고 수출 불씨는 살아났지만, 경제구성원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어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15(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올랐다. 6개월 만에 2%대로 복귀했다. 이와 달리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144개 품목으로 구성돼 체감 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3.4% 상승했다. 최근 물가 상승률의 주범으로 꼽는 과일과 채솟값이 들썩인 영향이다. 신선과일은 1년 전보다 28.5% 올라 2011년 1월(31.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신선 채소도 8.9% 증가했다.
설 대목에 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면 소상공인에게도 영향을 준다. 가락시장의 한 청과매장에서 근무하는 이재희씨는 “원래 지금이 대목인데 과일 가격이 치솟아 주문량이 1년 전보다 30~40% 줄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매입 단가는 비싸졌는데 무조건 비싸게 팔 수가 없어 마진을 최소화하다 보니 수익률도 많이 떨어졌다”라고 덧붙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지난 1월 소상공인의 체감 경기지수(BSI)는 48.1로 전월보다 10.9포인트 하락했다. 이 수치가 100 미만이면 경기가 악화했다고 보는 업체가 더 많다는 의미인데 2022년 2월 이후 23개월 만에 최저치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4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2024년 설 휴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5인 이상 기업(응답 기업 715곳)의 절반(50%)은 올해 설 경기가 작년보다 나쁘다고 답했다. 이들은 올해 기업 영업실적 달성에 가장 부담되는 요인으로 ‘경기침체에 따른 제품(서비스) 수요 부진’(57.1%)을 꼽았다.
지난해 고금리ㆍ고물가 영향으로 연간 소매판매가 전년 대비 1.4% 줄어들며 2003년(-3.2%)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도 이 여파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코리아세일페스타 등으로 반짝 증가(0.9%)했던 소매판매는 한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0.8%)로 돌아섰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12월 98.6을 기록하며 7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수출 반등 기대감 등에 힘입어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4개월째 오름세인 것과 대조적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향후 관건은 물가”라며 “물가가 좀 안정돼야 금리 인하 가능성도 생기고 그렇게 되면 내수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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