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vs비명’ 공천 전쟁 시작…‘소리 없는 총성’ 컷오프-하위 20% 주목

손국희 2024. 2. 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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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총성이 곧 울릴 거다.”

익명을 원한 더불어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이 4일 한 말이다. 이번 주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에게 개별 통보가 시작되면 공천을 둘러싼 내분이 본격화할 거란 얘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국민의힘보다 앞서 총선 후보 모집을 마친 민주당은 ‘1차 경선지역 후보 발표(5일) → 경선 투표(19~21일) → 경선 결과 확정(2월 말)’의 일정을 앞두고 있다. 비교적 순조로워 보이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서 소리 없는 총성은 요란한 총질로 바뀔 수 있다. 그만큼 내부 갈등이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원들이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위 20%에 해당하면 경선 득표율에선 20%가 깎이고, 하위 10%는 30%가 깎여 사실상 공천 배제에 준하는 불이익을 받는다. 특히, 30여 명 선인 하위 20% 이하 명단에 친문ㆍ비명 의원이 얼마나 포함될지가 쟁점이다. 이미 비명계 의원이 다수 포함된 출처 불명의 지라시가 돌았고, 지도부가 즉시 “가짜뉴스”라고 수습에 나서는 일이 있었다.

이렇듯 민주당의 공천을 관통하는 핵심 갈등 축은 친이재명계와 친문재인계ㆍ비명계 후보의 공천 여부다. 야권 관계자는 “공천 학살에 가까운 결과가 나오면 탈당 움직임이 역대급으로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1월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총선 후보자면접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친문계 현역 지역구에 친명계 인사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면서 감정의 골이 팰 대로 패였다. 4선 홍영표 의원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에는 초선 이동주(비례) 의원이, 초선 양기대 의원 지역구 경기 광명을에는 초선 양이원영(비례)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를 선언했던 이수진(비례) 의원은 돌연 윤영찬 의원 지역구(경기 성남중원)로 방향을 틀며 “민주당의 기본 정체성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외에도 재선 강병원 의원의 서울 은평을에 김우영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 3선 전해철 의원의 안산 상록갑에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 재선 신동근 의원의 인천 서구을에는 모경종 전 당대표실 차장 등 원외 친명 인사들이 맞불을 놨다.

김주원 기자


이미 공천 현장에서는 ‘친명 vs 비명’의 갈등 구도가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공천관리위원회의 예비후보 면접장에서 벌어진 장면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재선 박용진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 면접장에서 친명계 정봉주 전 의원이 “(강북을에) 민주당을 공격하는, 정체성이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박 의원이 “(정 전 의원 발언은) 이미 선을 넘은 것”이라고 말하는 등 긴장감이 흘렀다는 후문이다.

서울 중성동갑에 출사표를 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뉴스1


최근엔 친문계 핵심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취를 놓고 일전을 겨루다시피 했다. 앞서 임 전 실장은 서울 중성동갑에 출사표를 냈는데, 이 지역이 전략 선거구로 지정되면서 당 일각에선 임 전 실장이 공천에서 배제될 거란 관측이 제기됐다. 이때부터 친문계가 “임 전 실장에게 경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자 “물러서는 게 맞다”(1월 20일, 윤용조 전 당 대표실 부국장), “석고대죄해야 할 문재인 정부 비서실장, 정치적 양심을 보이라”(1월 23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같은 공세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한 친문계 인사는 “임 전 실장의 거취가 총선 전 계파 갈등이 증폭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공천 윤곽이 뚜렷해질수록 분열 양상이 거칠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 의원은 “아직은 다들 쉬쉬하지만, 막상 컷오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면 탈당이나 제3지대 합류 등 집단 움직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관계자는 “최근 선거제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 기류가 병립형 비례제로 기운 뒤 ‘탈당 리스크를 줄이려는 조치 아니냐’는 비명계의 우려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은 소수 정당에 비례대표를 더해 주는 준연동형 비례제와 달리, 지역구 선거와 별개로 정당 득표율에 맞게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병립형 비례제는 거대 양당에 더 유리한 제도다. 정치권에서는 병립형 비례제가 시행되면 제3지대의 파괴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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