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삼성도 美보조금 못받았는데…SK하이닉스 패키징 공장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 급 지연으로 TSMC와 인텔의 미국 공장 건설이 지체된 와중에 삼성전자도 미 정부와 보조금 협상에 나섰다. 이같은 보조금 가뭄 속에 SK하이닉스가 미국에 패키징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계현 사장이 미국 출장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 사장의 출장 목적 중 하나는 ‘반도체 보조금 협상’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으며 당초 올해 양산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예상 일정에 차질을 빚자 경 사장이 직접 협상의 진척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것이다.
보조금 지급난을 겪는 건 삼성전자뿐이 아니다. 인텔과 TSMC도 각각 오하이오 공장과 애리조나 2공장의 건설 완료 시점이 연기됐다.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인 SK하이닉스도 보조금을 빨리 받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일각에선 ‘첨단 패키징 공장’이라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의 공장에 대해 미국 내에서 ‘미국 반도체 산업 활성화 노력에 걸림돌인 첨단 패키징을 해결할 중요한 발걸음’(블룸버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보조금 협상이 수월할 것이란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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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징 왜 중요하나
반도체에서 패키징이란 쉽게 말해 칩을 포장하는 과정 전반을 말한다. 웨이퍼에 새겨진 반도체 회로를 메인 보드와 연결하고 제품화하는 마무리 단계에 속해 후(後)공정이라 불린다. 과거에는 미세하게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 중요했지만, 반도체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회로는 더욱 복잡해지면서 패키징은 기존 칩의 성능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엔비디아·애플 등 글로벌 기술기업이 TSMC를 찾는 이유 중 하나로도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패키징 기술인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가 꼽힌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핵심 기술 역시 실리콘관통전극(TSV)라는 패키징 기술에 있다.
이렇게 첨단 패키징의 중요성이 커지는 반면, 현재 미국 내 패키징 시설은 3%에 불과하다. 미국이 자국의 칩 생산 시설을 확장하고 있는데, 조립 시설이 부족해 후공정 단계에서 패키징 시설이 있는 아시아로 칩을 배송해야 하는 상황인 것. 김창욱 보스턴 컨설팅 그룹 파트너는 “미국은 자국 내 칩 생산을 늘리는 게 목적인데 단순히 제조 공정만 늘리는 게 아니라 첨단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제조 생태계를 만들려고 한다”라며 “그래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반도체재료장비전시회 세미콘 코리아의 ‘미국 투자 포럼’에서 미 상무부 리넬 맥케이 국장도 패키징 분야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보조금 세부 지원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110억 달러가 투입되는 연구개발 투자 보조금안의 한 핵심 축은 첨단 패키징에 관한 것”이라며 “패키징에 대한 지원은 ‘제조’ 보조금과 ‘연구’ 보조금 양쪽에 모두 해당되는데 두 분야의 협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제조·연구 보조금을 모두 지급할 만큼 패키징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 맥케이 국장은 이어 “조만간 패키징 기판과 패키징 소재 분야에 대한 새 펀딩 기회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보조금 지급 순서는?
멕케이 국장은 보조금 지급 여부와 시기에 대해서 “각 기업의 신청서가 접수되면 D램·로직·첨단 반도체 등 개별 기업의 장점을 기반으로 평가하고 협상한다”라며 “이미 신청한 기업들의 보조금 지급 여부는 올해 내에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규모뿐 아니라 각 기업들이 미국에 짓는 공장의 특장점이 보조금 지급의 중요 기준이라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반도체와 관련된 HBM의 패키징 기술에 특화된 만큼 미 정부와 보조금 협상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보조금을 받는다 해도 SK하이닉스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지원하는 총 390억 달러(52조2000억원) 보조금이 적은 건 아니지만, 반도체 공장 하나 제대로 지으려면 200억 달러가 투입되는 만큼 어지보면 (보조금 액수가) 큰 돈도 아니다”라며 “미국의 높은 인건비·건축 자재비 등 생산 물가가 높아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나래 인디애나 경제개발공사 한국사무소 대표는 “인디애나는 연구시설·인프라·고객사가 모인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으며, 반도체 교육으로 유명한 퍼듀대가 위치해 고급 인력도 충분하다”라며 “법인세율도 다른 주보다 낮은 편이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세금재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디애나주는 법인세가 없는 6개 주(네바다, 오하이오, 사우스다코타, 텍사스, 워싱턴, 와이오밍)을 제외한 44개 주 중 6번째로 낮은 법인세를 적용하고 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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