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죈다더니… ‘갈아타기’발 금리 하락에 한 달 새 2조 증가

김진욱 2024. 2. 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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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입된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촉발한 은행권 금리 경쟁이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강력한 규제로 가계부채를 죄겠다던 금융 당국의 정책 의도가 무색해진 모습이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는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지난해 1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1년 이상 3.5%로 유지되고 있는 만큼 최근 주담대 등의 금리 하락세는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의 여파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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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최근 도입된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촉발한 은행권 금리 경쟁이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강력한 규제로 가계부채를 죄겠다던 금융 당국의 정책 의도가 무색해진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314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692조4090억원) 대비 2조9050억원 늘었다. 이 기간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529조8920억원에서 534조3250억원으로 4조4330억원 확대됐다. 지난해 1월 말 688조6480억원에서 4월 677조4690억원까지 감소했던 5대 은행 가계대출은 5월 말(677조6120억원)을 기점으로 증가세에 접어들었다. 이후 지난달까지 9개월 동안 18조원 가까이 늘었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는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신용대출을 바탕으로 처음 출시된 갈아타기 서비스가 지난 1월 주담대와 전세대출로까지 범위가 넓어지면서 상환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여보려는 금융 소비자가 주담대와 전세대출 갈아타기로 대거 몰렸다. 주담대 갈아타기가 시행된 지난달 9일부터 이달 1일까지 24영업일 간 5대 시중은행에 접수된 신청액은 2조5340억원이다. 지난달 31일 선을 보인 전세대출 갈아타기에는 이달 1일까지 2영업일 간 1640억원 수요가 집중됐다.

이 과정에서 은행권 금리 경쟁이 촉발됐다. 신규 주담대에서 금리가 연 1.4% 포인트까지 인하된 사례가 확인됐다. 전세대출의 경우 평균 금리(지난달 잔액 기준 4.7~5.45%) 대비 최대 2% 포인트 가까이 낮은 연 3.46%의 상품이 등장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지난해 1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1년 이상 3.5%로 유지되고 있는 만큼 최근 주담대 등의 금리 하락세는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의 여파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가계부채 확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달 26일 적용되는 스트레스 DSR 규제를 앞두고 대출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스트레스 DSR은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가 대출 이용 기간 중 금리가 상승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고려, 일정 수준의 가산 금리를 미리 반영하는 규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연 소득 1억원인 직장인이 30년 만기 금리 변동형 주담대를 받을 때 한도가 기존 6억5800만원에서 5억5600만원으로 1억원 이상 감소한다. 여기에 지난달 말 금융 당국이 내놓은 신생아특례대출도 가계부채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이미 1년 치 국내총생산(GDP) 규모만큼 불어난 가계부채를 시급히 줄여야 한다는 경고음이 나라 안팎에서 들린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도시 국가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4위”라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부채가 많으면서 신흥 시장에 해당하는 한국은 (위험 경감을 위해) 빚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당분간 통화 정책 방향의 초점은 경기 부양보다 빚 감축 등 거시 건전성 확보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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