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목 흉터 살핀 文 "상생 정치도 결국 선거서 이겨야"

성지원, 조수진, 심정보 2024. 2. 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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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2.4 [더불어민주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있는 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해 비공개 오찬을 했다. 당 지도부와 경남 양산이 지역구인 김두관 의원 등이 배석했다. 이 대표는 당초 지난달 2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었으나, 당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보던 중 피습 테러를 당하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이날 정오쯤 차에서 내린 이 대표를 안으며 반긴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의 옷깃 너머로 피습 당시 생긴 목 부위 흉터를 살펴본 뒤 “진짜 이 깃이 없었으면 큰일났다”고 말했다. 이후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30분가량 따로 차담을 나눴다. 박성준 대변인은 “(차담에서) 이 대표는 ‘이번 총선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다. 반드시 승리하는 게 시대 소명’이라고 말했고, 문 전 대통령은 ‘선거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중요하다. 그래서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용광로처럼 분열과 갈등을 녹여내 단결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진 오찬에서 문 전 대통령은 당 안팎의 분열상에 우려를 표했다. 여권을 “증오의 정치” 주범으로 지목한 문 전 대통령은 “상생의 정치를 하려고 해도 결국은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증오의 정치가 그런 일(테러)을 만든 것”이라며 “저쪽(국민의힘)은 (상생의) 그런 의지가 없는 정당이고, 늘 증오나 적대를 생산하는 걸 일종의 선거전략으로 삼아왔다. 이쪽에서 선거를 이겨서 정치를 주도해갈 수 있어야만 비로소 상생의 정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막걸리잔을 들고 외친 건배사도 “이재명 대표의 건강, 그리고 총선 승리”였다.


이어진 비공개 오찬에선 당 내부 분열에 대한 우려가 주를 이뤘다고 한다. 박 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이 ‘명문(이재명+문재인)정당’ 얘기를 하면서 ‘우리가 다 같이 하나 된 힘으로 왔는데, 총선 즈음 와서 친명, 친문 나누는 프레임이 안타깝다. 우린 하나고 단합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최근 일부 친명계가 임종석ㆍ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친문계에게 불출마를 요구하는 등 공천 갈등이 본격화한 데 대한 우려로 풀이됐다.

한 참석자는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당 대표 시절을 회상하며 ‘친명ㆍ비명 프레임을 확대하는 발언들을 당이 그냥 두면 안 되고, 당 지도부가 좀더 단호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다만 다른 참석자는 “임 전 실장 등의 실명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별한 대답 없이 주로 들었다고 한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중진은 길을 터주는 결단이 필요하고, 이 대표와 가까운 분들의 양보도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한 참석자는 “문 전 대통령도 당 대표 시절 측근들이 불출마하는 희생과 헌신을 보였지 않나.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4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문 전 대통령은 또 부산ㆍ울산ㆍ경남 선거에 대해 “이번에 부울경에 출마하는 영입 인재가 있다면 이 대표가 업어달라”며 각별히 당부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한 참석자는 “문 전 대통령이 ‘부울경도 이제 일방적으로 밀리는 곳이 아니다. 중앙당과 달리 부울경만의 정책도 좀 더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문 전 대통령이 ‘진보진영에서 민주당과 진보당이 부울경에 단일 후보를 내야 한다는 흐름이 세게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오찬 자리에선 같은 날 신당 창당대회를 한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한편, 당 지도부는 이날 저녁 광주로 이동해 비공개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선 선거법 개정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고 한다.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논의는 끝났고 결단만 남았다. 이르면 내일(5일) 광주에서 방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분위기는 병립형 비례제 회귀에 좀더 무게가 실려 있지만, 최종 결정은 이 대표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성지원ㆍ양산=김정재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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