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훈련 방불케한 샬라메표 '웡카'…다음은 밥 딜런이다

나원정 2024. 2. 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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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웡카’ 주연 티모시 샬라메
영화 '웡카'(1월 31일 개봉)는 꿈과 열정 가득한 초콜릿 메이커 '윌리 웡카'(티모시 샬라메)가 전세계 진귀한 재료로 만든 마법의 초콜릿을 처음 세상에 선보이는 여정을 담았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국 소설가 로알드 달의 대표작 『찰리와 초콜릿 공장』(1964)이 천재 초콜릿 발명가 윌리 웡카의 젊은 시절을 돌아본 뮤지컬 영화 ‘웡카’(1월 31일 개봉)로 돌아왔다.
배우 진 와일더 주연의 1971년 뮤지컬 영화와 조니 뎁 주연, 팀 버튼 감독의 화려한 색감의 판타지 영화(2005)를 잇는 ‘초콜릿 공장’ 세계관 세 번째 영화이자, 원작의 이전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이다.

할리우드 대세 배우로 부상한 청춘 아이콘 티모시 샬라메(29)가 역대 최연소 웡카로 캐스팅됐다. 초여름 복숭아처럼 풋풋한 첫사랑 성장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으로 미국 주요 시상식 연기상을 휩쓸며 스타덤에 오른 그는 우주 SF대작 ‘듄’(2021)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전세계 4억202만 달러(약 5382억 원) 흥행에 성공하며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 첫 '무비컬'(Movie+Musical, 영화와 뮤지컬의 합성어)에 도전한 ‘웡카’에선 동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낙천적인 청년 사업가가 됐다.


샬라메표 웡카 모델, 찰리 채플린


원작에서 웡카는 초콜릿 공장에서 일하는 난쟁이 부족 움파룸파족('웡카'에선 휴 그랜트가 연기) 외에 아무도 믿지 않는 은둔가다. 그런 캐릭터를 각본·연출을 맡은 폴 킹 감독이 새롭게 해석했다.
킹 감독은 영화 ‘패딩턴’ 시리즈에서 마멀레이드 잼을 좋아하는 런던의 사고뭉치 곰 패딩턴을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웡카’에도 ‘패딩턴’ 풍의 따뜻한 가족애, ‘해리 포터’ 시리즈 같은 마법 색채를 불어넣었다. 박찬욱의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 박훈정의 ‘신세계’ 등 한국 유명 감독들의 영화에 이어 할리우드에 진출한 정정훈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았다.
진 와일더의 웡카가 괴팍하고, 조니 뎁의 웡카가 몸만 자란 소년처럼 기묘했다면, 샬라메가 연기하는 웡카는 상처 받아도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몽상가다. 그는 어릴 적 엄마(샐리 호킨스)와의 추억이 서린 최고의 초콜릿 가게를 열기 위해 디저트의 성지에 입성하지만, 경찰‧가톨릭 사제까지 매수해 카르텔을 구축한 유명 제과점들의 위협에 시달린다. 꿈 밖에 가진 게 없는 빈털터리인 웡카는 자기보다 더 어려운 친구들을 아낌없이 돕는다. 킹 감독은 미국 현지 인터뷰에서 영화 ‘이민자’(1917)의 찰리 채플린이 웡카의 모델이라고 말했다.
영화 '웡카'(1월 31일 개봉)는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이 탄생시킨 초콜릿 공장장 윌리 웡카의 젊은 시절을 새롭게 상상해낸 일종의 프리퀄로, 영화 '패딩턴' 시리즈의 폴 킹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샬라메를 캐스팅한 건 그의 최근작과도 관련이 있다. 인육을 먹는 방랑자들의 로드무비 ‘본즈 앤 올’(2022), 지구 멸망 소재의 세태 풍자 코미디 ‘돈 룩 업’(2021) 등 비관적 세계관 속에서도 인간애를 잃지 않는 청춘의 표상을 연기해왔기 때문이다. ‘웡카’가 지난해 12월 북미 개봉 후 “복잡한 인간성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한 설탕”(워싱턴포스트), “윌리 웡카 캐릭터표 노래방 같다”(롤링스톤) 등 너무 착하고 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샬라메의 도전 만큼은 빛난다.

'올드보이' 촬영감독 "샬라메, 각도 따라 천의 얼굴"


‘웡카’에서 그는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절묘하게 오간다. 솜사탕 구름, 캔디를 녹여 만든 강이 흐르는 환상 세계에 무리 없이 녹아들면서도, 가난한 청년 사업가를 악랄하게 짓밟는 자본가들의 계략을 영리하게 돌파한다. 풍선 뭉치에 매달려 밤하늘을 날고, 사기꾼 여인숙 주인에게 착취 당하는 소녀를 구하는 여정을 유쾌하게 펼쳐낸다.
영화 '웡카'(1월 31일 개봉)에서 훗날 웡카의 초콜릿 공장일을 책임지는 난쟁이 움파룸파 족은 실제 키 1m80cm 장신의 영국 배우 휴 그랜트(오른쪽)가 컴퓨터 그래픽(CG) 도움을 얻어 연기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킹 감독은 “샬라메는 어딘지 이상하지만 매력적이고 강인한 웡카의 복잡다단한 면을 잘 소화했다”고 평가했다. 정정훈 촬영감독은 현장에서 겪은 샬라메에 대해 “기계적이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는 배우”라며 “어느 각도에서 찍느냐에 따라 수천 가지 얼굴이 나온다. 그냥 찍었을 뿐인데 촬영을 잘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2000개 천연 초콜릿, 샬라메 가창력…순도 100%


영화 '웡카'(1월 31일 개봉)의 폴 킹 감독은 청년 웡카의 모델을 영화 '이민자' 속 찰리 채플린 캐릭터에 빗댔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107명의 댄서와 춤추고 노래하는 뮤지컬 장면은 샬라메가 대역 없이 소화했다. 유럽 국가들의 건축 양식을 섞어 8개월간 지은 광장 세트, 실제 초콜릿 장인이 만든 2000개 넘는 천연 재료 초콜릿들만큼 진짜배기 무대를 펼쳤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음악감독, 보컬 코치, 안무가와 함께 촬영 4개월 전부터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아이돌급’ 훈련을 거쳤단다.
샬라메 스스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라고 밝힐 정도다. 사실 그는 미국 뉴욕 라과디아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학교 뮤지컬 ‘캬바레’ 등 무대에 수차례 서왔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때 그가 고교 시절 통계수업 과제로 제출한 자작 랩 영상이 화제가 됐는데, 그 때 킹 감독이 그의 쇼맨십을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샬라메는 유니세프에서 일하는 프랑스인 아버지, 예일대를 나와 한때 브로드웨이 댄서였던 미국인 어머니 슬하에서 문학‧예술적 감성을 키우며 자랐다. 우디 앨런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2019)에 출연했을 땐, 피아노를 직접 치면서 명가수 쳇 베이커의 재즈곡을 불렀다.

샬라메 "신성모독" 말한 명곡은…다음은 밥 딜런


영국 패션지 보그(2022년 10월호) 106년 역사상 최초의 남성 표지모델에 선정될 만큼 평소 여성복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패셔니스타로 주목받은 티모시 샬라메(오른쪽)는 ‘웡카’ 출시에 맞춰 나이키와 손잡고 세상에서 5켤레뿐인 ‘웡카 덩크’ 운동화를 직접 디자인하기도 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일 샬라메가 프랑스 파리에서 '웡카' 시사회에 배우 휴 그랜트와 참석한 모습이다. 속이 그대로 비치는 은빛 셔츠 차림으로 화제가 됐다. AFP=연합뉴스
‘웡카’에서 샬라메는 6곡의 오리지널 넘버와 함께 71년 영화에서 진 와일더가 불러 유명해진 '완벽한 상상'(Pure Imagination)의 편곡도 소화했다. 미국 현지 인터뷰에서 그는 “와일더의 전설적인 원곡에 다가가며 신성 모독처럼 느껴지기도 했다”면서 “이 모든 과정이 배우로서 훌륭한 공부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웡카’로 이미 제작비의 4배에 달하는 전 세계 5억 달러 흥행 수입을 올리고 있는 그는 오는 28일 ‘듄2’ 개봉도 앞두고 있다. 밥 딜런의 전기 영화 ‘어 컴플리트 언노운’ 주연도 맡았다. 컨트리 가수 자니 캐시의 전기 영화 ‘앙코르’(2005)를 만든 제임스 맨골드 감독(‘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로건’ 연출)이 오랜만에 음악 영화에 복귀하며 샬라메를 점찍었다. 극중 밥 딜런의 노래도 샬라메가 직접 부를 것으로 알려졌다.
티모시 샬라메의 차기작은 밥 딜런 전기 영화다. 사진은 지난해 12월10일 LA에서열린 '웡카' 시사회에 샬라메가 참석한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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