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 찍고 대놓고 야당에 유리한 댓글… 네이버는 ‘뒷짐’

전성필 2024. 2. 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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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걸린 기사에 야당에 우호적인 댓글을 달도록 독려하는 이른바 '댓글 작업 사이트'가 버젓이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댓글을 다는 등 어뷰징(의도적 조작) 패턴일 경우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 제재할 수 있지만, 사람이 직접 댓글을 다는 행위까지는 해당 사이트가 불법 사이트로 지정되지 않는 이상 차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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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 댓글 여론조작 가능성
네이버 “불법사이트 아니라 조처 못해”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걸린 기사에 야당에 우호적인 댓글을 달도록 독려하는 이른바 ‘댓글 작업 사이트’가 버젓이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진영의 이용자들이 조직적으로 펼치는 여론조작 활동이 더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는 불법 사이트로 규정되지 않는 이상 차단 조치를 할 수 없다면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DDDLIST’라는 이름의 웹사이트에는 이날 기준 6200여개의 기사 제목 리스트가 게재됐다. 2022년 3월에 만들어진 이 사이트는 목적을 ‘악성 댓글 정화라고 밝히고 있다. 이 사이트가 지칭하는 ‘악성 댓글’은 주로 야권에 부정적인 댓글을 의미한다.

사이트에 게재된 기사 제목 링크 옆에는 주로 야당 입장에서의 댓글 판세 분석이 덧붙는다. 판세는 ‘최초 확인 시점의 댓글 여론 판세’ ‘현재의 댓글 여론 판세’ 등으로 나뉘어 표시된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야당에 유리한 경우 ‘우세’로, 불리한 경우 ‘열세’ 등으로 구분하는 식이다. 만약 열세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화력지원’ ‘추월가능’ 식으로 표시해 야당에 우호적인 댓글을 달라는 이른바 ‘좌표찍기’가 이뤄진다. 게시물을 누르면 기사 본문이 아닌 네이버 댓글창으로 곧바로 연결된다. 기사 내용을 읽고 댓글을 다는 것이 아니라 맹목적인 지지 혹은 비난 댓글을 달 수 있는 구조다.

이 사이트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링크로 연결된 기사에 맹목적으로 야당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기도 한다. 이 때문에 댓글창은 진영 간 전쟁터로 변질되기도 한다. 그러나 네이버는 이 사이트에 대한 제재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사이트가 알려진 뒤 1년 넘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불법·유해물로 지정되지 않은 네이버와는 관련 없는 외부 사이트이며 게시 내용이 네이버에 바로 노출되는 형태도 아니므로 유입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게 네이버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댓글을 다는 등 어뷰징(의도적 조작) 패턴일 경우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 제재할 수 있지만, 사람이 직접 댓글을 다는 행위까지는 해당 사이트가 불법 사이트로 지정되지 않는 이상 차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댓글 독려 사이트를 방치할 경우 유사한 사이트가 생기면서 ‘가짜 뉴스’와 폭탄 댓글을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여론조작 위험성을 판단한 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불법성을 가려달라는 의견을 적극 제시하는 등 공정한 서비스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네이버는 최근 선거와 관련된 허위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한 매크로 차단 등의 기술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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