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초대형 전투부' 쏜 북한, 미군 항공모함을 노렸다
3일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전날(2일) 쏜 순항미사일에 ‘초대형 전투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이 항공모함 등 대형 표적을 노린 미사일로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을 차단하기 위해 타격 체계를 다양화·체계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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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순항미사일에 ‘초대형’ 탄두 탑재 처음 주장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해당 순항미사일 발사가 서해상에서 실시된 “초대형 전투부 위력 시험”이었다고 3일 밝혔다. 올해 들어 네 번째 순항미사일 발사다. 북한은 지난달 24일과 28일 새로 개발한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의 시험 발사를, 같은 달 30일에는 기존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순항미사일에 고위력 탄두를 의미하는 초대형 전투부를 탑재했다고 주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해당 미사일은 화살-1·2형은 물론 불화살-3-31형보다 탄두 직경이 커진 모습이었다. 군 당국도 탄두의 몸집을 키운 만큼 비행 거리와 시간이 화살 계열에 비해 짧아진 것으로 보고 의도를 분석 중이다. 화살 계열 미사일의 경우 정상 발사시 비행 거리가 1500~2000㎞다.
‘초대형=고위력’, 미 항모 같은 대형 표적 겨냥했나
군 안팎에선 탄두 크기가 파괴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북한의 '초대형 전투부' 탑재 미사일이 미군 항공모함 등 특정 타격 대상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북한의 전략·전술과 관련된 기술 발전 추세 등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항모와 같은 대형 이동 표적을 타격 목표로 1000㎞ 이내의 중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상 표적에는 전술핵, 해상 이동 표적에는 재래식 대형 탄두가 각각 활용되는 식이다. 미군도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비슷한 방식으로 개량하고 있다.
북한이 이번 발사를 “신형 무기체계들의 기능과 성능, 운용 등 여러 측면에서의 기술고도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보완의 여지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이번에 육지 목표물에 대한 타격 시험으로 첫 발을 뗐다면 향후 해상 이동 표적을 대상으로 기술을 발전시킬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북한판 글로벌호크로 불리는 무인정찰기 '샛별-4형'과 추가로 발사할 군사위성 등으로 표적 추적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일각에선 초대형 탄두를 탑재한 순항미사일이 한·미의 견고한 군사시설에 대한 완전 파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북한판 A2AD’…미 해상 전력 차단 의도
최근 여러 종류의 순항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은 최종적으론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될 미국을 비롯한 유엔사의 증원 전력을 겨냥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쟁 초기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이 주일미군 기지를, 초대형 전투부 순항미사일이 한반도로 향할 항모를 각각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이 지난 1월 14일 시험 발사를 주장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이 가세하면 괌 미군 기지까지 사정권으로 두게 된다.
이는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 미국과 주도권 경쟁을 펼치는 중국의 반접근거부(A2AD·Anti-Access Area Denial) 전략과도 유사하다. 중국은 A2AD 전략을 통해 미국 함정이 제1도련선(필리핀-대만-오키나와 등을 잇는 선)에 진입하면 미사일로 미 함정을 격파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미 증원 전력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북한판 A2AD’라고 볼 수 있는 이유다.
북한은 이날 초대형 전투부 순항미사일 발사와 함께 반항공(지대공)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사실도 알렸다. 러시아의 S-300, S-400 미사일을 본 따 ‘번개’ 계열 지대공 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이 앞서 해당 종류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선 건 2021년 9월이 마지막이다. 군 내부에선 북한이 러시아의 군사 기술 지원으로 기존 번개 미사일 개량에 나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군 당국은 또 북한이 이번에 두 종류의 미사일을 쏘며 “미사일총국과 관하 국방과학연구소들의 정상적인 활동의 일환”이라고 밝힌 대목에도 주목했다. 미사일총국 산하에 복수의 미사일 연구소를 꾸리는 식으로 조직을 개편했다는 점에서다. 탄도·순항·지대공 등 미사일의 종류별로 연구소에 각각 임무를 부여하면서 조직의 체계화를 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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