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4년전 역전극 그곳서 경선 압승…‘경제·전쟁·고령’이 변수
반전은 없었다.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민주당의 첫 공식 대선 경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예상대로 압도적 다수의 지지로 1위에 올랐다. 이로써 공화당 대선 후보로 굳어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11월 대선 재대결은 기정사실화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의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4일 오전 1시 기준(개표율 99%) 12만6350표로 96.2%를 득표해 ‘싹쓸이 압승’을 거뒀다. 당 경선 후보로 출마한 작가 매리언 윌리엄슨과 딘 필립스 하원의원은 각각 2.1%, 1.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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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트럼프 다시 패배자의 길로”
첫 공식 경선에서 민주당원의 전폭적 지지를 확인한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사우스캐롤라이나 유권자들이 다시 한번 목소리를 내주셨다”며 “여러분이 우리를 다시 대선 승리로,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를 다시 패배자로 만드는 길로 이끌어 주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역전 드라마’의 발판이 돼 주었던 곳이다. 당시 아이오와ㆍ뉴햄프셔ㆍ네바다 경선에서 각각 4ㆍ5ㆍ2위에 그쳐 대세론에 균열이 났던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스캐롤라이나 흑인 사회 등에서 영향력이 큰 짐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의원의 지지 선언에 힘입어 이 지역에서 48.65%의 압도적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그리고 그 기세로 당 대선 후보에 오를 수 있었다.
당내 뚜렷한 경쟁 주자가 없어 바이든의 무난한 압승이 예상되긴 했지만, 이번 경선은 민주당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인가, 그리고 최근 민심 이반 기류가 뚜렷했던 ‘민주당 집토끼’ 흑인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등의 측면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치열하지 않은 경선…투표율 낮았다”
이날 오전 7시~오후 7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2300여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프라이머리에는 약 14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4년 전 경선 때 바이든 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이 치열하게 경합하며 유권자 약 52만명이 참여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친 셈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대 정치학자 깁스 노츠는 “경쟁이 치열한 경선이 아니어서 투표율이 낮은 것 같다”며 “이번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좌파 성향 유권자들이 오는 24일 공화당 경선에 참여해 니키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밀어줌으로써 트럼프와 싸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민주당, 흑인 유권자 참여 열기에 고무
이날 경선에서 총 5만1710명의 민주당 유권자가 사전투표(조기투표+부재자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흑인 유권자 비중이 4년 전보다 13% 증가한 점에 민주당은 고무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국면에서 흑인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최근 민심은 이탈 기류가 감지됐었다. 지난해 말 공개된 AP통신ㆍ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여론조사에서 흑인 성인의 바이든 지지율은 50%에 그쳤는데, 이는 2021년 7월 조사 때 86%였던 것과 비교하면 36%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특히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흑인이 전체 유권자의 26%를 점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4년 전 경선 때 역전 드라마를 쓰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흑인 유권자 지지층의 재결집 여부가 최대 관건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결과에 대해 “흑인 밀집 지역을 포함한 모든 카운티에서 바이든은 9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면서도 이번 경선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11월 본투표에서 흑인 유권자의 대거 몰표가 나올 거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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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42.1% vs 트럼프 43.6%
바이든 대통령의 첫 경선 대승에도 불구하고 그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는 여전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계속 고전을 면치 못하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공개된 CNN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5%로 트럼프 전 대통령(49%)에 4%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544개 여론조사 결과를 총합해 낸 평균 지지율에서도 3일 기준 바이든 대통령(42.1%)은 트럼프 전 대통령(43.6%)에 밀리는 양상이었다.
바이든 대통령 앞에 놓인 고비는 크게 ▶호전되지 않는 체감 경기 ▶‘두 개의 전쟁’에 누적된 피로감 ▶지지층 내부에서도 가장 우려하는 고령 리스크 등이다. 평균적으로 30%가 넘는 미 유권자들이 11월 대선 승패를 가를 최대 변수로 경제를 꼽고 있는 가운데 고물가ㆍ고금리ㆍ고유가 등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분야의 ‘3고(高) 현상’은 바이든 대통령 재선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3高’에 중동 위기감 고조, 고령 논란 여전
2022년 2월 24일 시작해 만 2년이 가까워진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과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돼 만 4개월이 가까워진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이라는 ‘두 개의 전쟁’으로 미국 내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바이든 대통령 재선에 걸림돌이다. 최근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에 주둔 미군 3명이 사망한 뒤 미국이 보복 공습을 가하면서 중동 지역 내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선거 전략가인 애덤 젠틀슨은 “해외에서 위기가 고조되면 투표장에서 바이든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 역시 최대 약점 중 하나다. 올해 81세인 바이든의 건강 상태에 대한 회의감이 불식되지 않은 가운데 미 유권자의 67%는 올해 대선에서 4년 전과 똑같은 후보(민주당 바이든, 공화당 트럼프)를 보기 싫고 새로운 인물을 원한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공개됐다. 이 조사에서 바이든의 재선 도전에 반대한다는 답변은 70%로 트럼프의 불출마를 희망한다는 답변(56%)보다 많았다.
컬럼비아=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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