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뚝 끊겼는데…'조광조 유배지'에 190억 쓴다는 화순군
황희규 2024. 2. 4. 15:03
화순군 “조광조 확대 사업 아닌 관광 거점 개발”
전남 화순군이 ‘조광조 유배지’ 인근에 189억원을 투입해 관광 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투자심사에서 '콘텐트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데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곳에 거점공간을 조성한다는 이유 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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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관광 거점공간에 189억원 투입
4일 화순군에 따르면 군은 능주면 조광조 적려 유허비(遺墟碑) 인근에 ‘능주역사문화도시거점공간’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변 관광지를 찾은 방문객에게 거점공간 제공을 위해 관광센터와 편의시설, 역사체험마당, 휴양문화시설, 관광체험시설, 주차장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업 기본구상은 역사 체험 및 교육의 공간 등으로 역사문화지구, 능주 관광의 시·종점 역할의 기반시설을 확보하는 관광기반시설지구 등의 조성 계획이다. 관광기반시설지구 1만5074㎡, 역사문화지구 7304㎡, 녹지 및 기타 1만7086㎡ 등 총 3만9464㎡ 규모에 189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화순군 관계자는 “향교 전통 문화체험 프로그램과 고인돌 축제 등 지역 축제와 연계한 관광 네트워크 강화가 목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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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발길 ‘뚝’…막대한 예산, 낭비 우려
하지만 해당 사업이 세금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관광객의 방문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지역별 관광 현황을 보면 조광조 유배지는 인기 관광지 100위 안에 들지 못했고, 중심 관광지에는 90위에 그쳤다. 이는 내비게이션 데이터 기반으로 인기 관광지는 목적지 검색량 순위, 중심 관광지는 주변 관광지 연계 방문 빈도 순위를 의미한다.
화순군은 당초 지난해 같은 위치에 ‘조광조 유배지 확대 개발 사업’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전남도 투자심사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당시 "현대 관광 추세에 맞지 않는다", "콘텐트가 부족하다" 등의 이유로 재검토 의견을 받았다. 투자심사 탈락이란 고배를 마셨음에도 화순군은 관광 거점 개발 사업으로 변경해 계속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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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군 예산 76억원 들여 용지 매입
특히 화순군은 지난해 말쯤 자체 예산 76억원으로 전체 매입 대상 토지 중 절반가량을 매입하면서 논란을 부추겼다. 투자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세금 수십억 원을 낭비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사업 용지 확보 여부는 국비 확보를 위한 투자심사에서 가산점이 붙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심사에서 재차 탈락할 시 예산 낭비 우려에 대해서는 “거기(탈락)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심사 통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정암 조광조(1482~1519년)는 중종 10년(1515년) 문과에 급제해 성균관전적, 사헌부감찰, 예조좌랑 등을 역임, 중종 14년(1519년) 대사헌에 오른 인물이다. 하지만 같은 해 기묘사화(훈구파에 의한 신진 사류 숙청 사건)를 당해 화순 능주면으로 유배돼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후 조광조 유허비는 현종 8년(1667년) 건립, 1979년 전라남도 기념물로 지정됐다.
화순=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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