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고영표' 말리지 마세요…"이닝, 책임지겠습니다" [기장:인터뷰]

최원영 기자 2024. 2. 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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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기장, 최원영 기자) 대형 계약을 맺은 뒤 책임감이 한층 커졌다. 감독의 배려에도 자진해서 목표를 높였다.

KT 위즈 우완 언더핸드 선발투수 고영표는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과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5년 총액 107억원(보장액 95억원·옵션 12억원)에 사인을 마쳤다. 2024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으나, 일찌감치 동행을 연장했다. 창단 멤버로서 원클럽맨 프랜차이즈 스타를 예약했다.

KT의 스프링캠프지인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만난 고영표는 "행복하다. 항상 그랬지만 KT에서 선수 생활을 5년 더 할 수 있게 돼 더 행복하다"며 "(FA가 돼도) KT에 남고 싶었다. 시장에 나가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KT에서 한 번 더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구단에서 좋은 계약을 제시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활짝 웃었다.

지난해 11월 포스트시즌을 마친 뒤 선수단 모두 메디컬 테스트를 받았다. 고영표는 약 두 달 뒤 다년계약을 앞두고 한 번 더 검사에 임했다. 서울 병원 세 곳을 다니며 꼼꼼히 몸을 살폈다. 그는 "구단 입장에선 대형 계약을 맺기 전 당연히 체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도 흔쾌히 받아들였다"며 "캠프에 오기 전 겸사겸사 몸 상태를 점검할 수 있어 좋았다. 다년계약을 해주신다는데 무엇이든 못하겠나"라고 설명했다.

옵션은 이닝과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등의 조건으로 이뤄졌다. 고영표는 "그동안 해온 만큼 하면 된다. 아주 쉽지는 않지만 동기부여 요소로 삼으려 한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다년계약으로 특급 대우를 받은 고영표를 향해 "돈 많이 버니까 '영표 형'이다"며 장난치고 있다. 고영표는 "다들 그렇게 축하해주셨다. 스스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사실 '내가 그 정도의 선수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아직도 얼떨떨하다. '나 이런 선수야'라고 생각하거나 으스대기보다는 거만해지지 않고 계속 열심히 하려 한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자연스레 어깨가 무거워졌다. 고영표는 "프로선수들은 매 시즌 잘 치러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이번 계약으로 중압감이 한층 커졌다"며 "팀이 우승할 수 있게 더 잘하고, 후배들도 더 이끌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고영표는 각각 166⅔이닝, 182⅓이닝, 174⅔이닝을 소화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올해 고영표를 관리해 주려 한다. 이 감독은 "중간계투진 자원이 많아졌다. 불펜투수들이 잘해주면 그동안 공을 많이 던져온 (고)영표의 이닝을 조절해 주고 싶다"며 "6회까지만 투구하고 교체하는 등 방법을 생각 중이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부담을 줄여주려 한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고영표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는 "많이 던지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다. 감독님께서 항상 내 의견을 먼저 물어봐 주시는데, 난 감독님이 말리셔도 매번 더 던지고 싶다고 말씀드린다"며 "감독님께서 이제 제동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선발투수라면 그래도 긴 이닝을 맡아줘야 한다. 그런 가치가 있기에 구단에서 좋은 계약을 제시해 준 것이다. 올해도 170~180이닝을 책임지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재윤이 형이 삼성 라이온즈로 FA 이적했지만 (손)동현이와 박영현, 김영현 등 후배들이 계속 커 주고 있다. 투수진에 정말 기대되는 자원들이 많다"며 "이번 캠프에서 후배들과 다 같이 잘 준비하겠다. 모두 잘해야 팀 성적이 나온다. 나와 선수들이 함께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고영표는 KT의 투수조장이기도 하다. 선후배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그는 "동료들이 항상 믿어줘서 감사하다. 내 몫을 다해야 팀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솔선수범하고 야구도 잘하려 한다"며 "후배들은 선배들을 보며 배운다. 더 모범이 되고 귀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캐치볼, 롱토스 훈련을 마치고 따로 시간을 내 후배 투수 김민의 공을 받아봤다. 진지하게 조언을 건넸다. 고영표는 "(김)민이가 몇 년 동안 자기 페이스를 찾지 못하는 듯해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 공을 받고 여러 이야기를 해줬다"며 "'타자가 네 공을 까다롭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투수조장은 물론 선발 에이스로 올해도 활약할 전망이다. 고영표는 "탈삼진을 더 많이 잡고 싶고, 타이틀 홀더도 해보고 싶다. 국내 투수들이 골든글러브를 타기가 쉽지 않은데 5년 안에 한 번은 받아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화순고-동국대 출신인 고영표는 2014년 2차 1라운드 10순위로 신생팀 KT의 지명을 받았다. 2015년 KT와 함께 나란히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 후 전역한 뒤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고영표는 2021년 26경기 166⅔이닝서 11승6패 평균자책점 2.92를 선보였다.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넘어섰고, 10승 고지도 밟았다. 리그 평균자책점 3위, QS 공동 1위(21회),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위(1.04) 등을 기록했다. KT는 돌아온 고영표와 함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2022년 고영표는 28경기 182⅓이닝서 13승8패 평균자책점 3.26으로 선전했다. 한 시즌 개인 최다승을 챙겼다. 리그 승리 공동 4위, QS 공동 4위(21회) 등에 자리했다.

지난 시즌도 화려했다. 28경기 174⅔이닝서 12승7패 평균자책점 2.78을 자랑했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이어갔다. 리그 평균자책점 6위, 승리 공동 5위, WHIP 5위(1.15), QS 공동 2위(21회)에 이름을 올렸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17회로 압도적 1위였다. 2위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라이온즈)의 12회를 따돌렸다.

경기당 선발투구이닝도 6⅓이닝으로 전체 1위였다. 볼넷은 한 시즌을 통틀어 19개만 허용했다. 리그 선발투수 중 가장 적었다. 2위는 34개의 원태인(삼성)이었다. 9이닝당 볼넷 허용은 0.98개뿐이었다. 유일한 0점대로 2위는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의 1.64개였다.

고영표는 KT에서 통산 7시즌 동안 231경기 920⅔이닝에 나서 55승50패 7홀드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했다. KT 구단 역대 최다 경기 선발 등판(127경기), 최다승, 최다 이닝, 최다 완봉승(4회) 등 각종 부문에서 기록을 보유 중이다.

사진=기장,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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