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 연상호 세계관의 뚜렷한 ‘색깔’ [작가 리와인드(112)]
천만 영화 ‘부산행’부터 독특한 분위기의 ‘지옥’→‘괴이’· ‘선산’ 까지.
부지런히 넓혀가는 ‘연상호 유니버’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영화 ‘돼지의 왕’의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하면서 대중들에게 자신의 세계관을 각인시킨 연상호 감독은 이후 영화 ‘사이비’, ‘부산행’, ‘염력’, ‘반도’, ‘지옥’, ‘정이’ 등의 각본·연출을 맡고, ‘방법: 재차의’, ‘괴이’, ‘선산’ 등의 각본을 쓰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감독과 작가의 역할을 병행하거나, 능숙하게 오가면서 ‘연상호 유니버스’를 탄탄하게 구축한 것이다.
‘돼지의 왕’에서는 학교 폭력 문제를 스릴러 문법으로 풀어내 호평을 받은 그는 ‘부산행’에서는 좀비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대중들의 관심까지 아울렀다. 폐허가 된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성을 고민하는 동시에, SF 또는 오컬트 등을 통해 독특한 세계관까지 구축하면서 재미, 의미를 모두 놓치지 않는 감독 겸 작가로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선산’ 또한 연상호의 이 같은 색깔이 뚜렷하게 묻어난 작품이다. 이 작품의 각본, 기획을 맡은 그는,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기묘한 분위기로 전개하며 장르물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았다.
◆ 독특한 세계관 속 메시지로 형성하는 공감대
영화 ‘돼지의 왕’은 애니메이션으로, 개봉 당시 2만명 내외의 관객을 동원하며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인 반응을 얻었다. 회사 부도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인한 경민이 자신의 분노를 감추고 중학교 동창이었던 종석을 찾아 나서고, 이 과정에서 15년 전 진실이 베일을 벗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명작’으로 평가를 받은 배경에는, 언뜻 스릴러처럼 보이던 전개 뒤, 학교폭력에 대한 숨은 메시지가 있었다. 단순히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내용이 아닌, 학교 내 폭력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대한 지적부터 그것이 사회에 미치게 되는 영향 등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들춰내며 대중들의 호평을 받았다.
10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연상호를 스타 감독 반열에 오르게 한 ‘부산행’ 또한 단순히 좀비물의 쾌감에만 집중한 작품은 아니었다. 위기 앞에서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현실적인 인물부터 숭고한 희생정신까지. 인간성에 대한 고민을 녹여내며 관객들을 더욱 몰입하게 했다. 부성애에 대한 감성적인 묘사가 국내 관객들에게는 ‘신파적’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오히려 해외 관객들에게는 신선한 접근으로 평가받으며 K-좀비물 신드롬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이’로는 SF 장르에도 도전한 그는 이 작품에도 진한 모성애를 녹여내며 결이 다른 전개를 선보였었다. 잘 구현된 우주 비주얼로 보는 맛을 주기도 하지만, 결국 그 안에 담긴 메시지로 기존의 작품들과는 차별화된 흥미를 선사하는 연상호의 특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선산’에서도 오컬트, 미스터리의 재미 외에, 가족의 의미를 비트는 색다른 시도가 있었다. ‘선산’을 둘러싸고, 저마다의 욕망을 드러내는 캐릭터를 통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엿보게 하는가 하면, ‘살인’의 진실을 둘러싼 반전을 통해 조성되는 긴장감도 확실했다. 여기에 굿판, 무속 신앙을 적극 활용하며 조성한 독특한 분위기까지. 장르물 마니아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기엔 충분한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근친’이라는 충격 반전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시도로 여운을 남긴 연 감독이었다. 최근 다작을 하면서 ‘연상호 유니버스’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거나, 때로는 기대 이하의 완성도에 실망을 표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늘 새로운 메시지로 대중들에게 충격을 선사하는 연 감독의 뚜렷한 개성만큼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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