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위해 10살 아들까지 이용?…예능에 필요한 ‘선’ [D:방송 뷰]

장수정 2024. 2. 4. 14: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 번쯤 이혼할 결심’, 가상 이혼 설정에 아이 반응 이용해 비난

‘가상 이혼’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모습을 담아내며 ‘관계’를 다시 돌아보는 예능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프로그램 설명부터 ‘파격적인 콘셉트의 가상 이혼 관찰 리얼리티’라며 설정의 독한 면모를 강조 중이다. 그러나 이 전개 안에, 출연자의 10살 아들까지 동원이 되면서, 시청자들의 따가운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MBN 예능프로그램 ‘한 번쯤 이혼할 결심’에서는 정대세, 명서현 부부가 가상으로 합의 이혼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앞서 정대세는 가상 이혼 합의서에 이어 친권포기서까지 쓰며 “내가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할 때 그건 아닌 것 같아서”라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다.

최근 회차에서는 분가를 결정하고 아이들에게 이를 통보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아이가 충격을 받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담기면서 “리얼을 강조하기 위해 아이를 이용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모, 그리고 가족 동의하에 촬영한 것’이라는 자막 설명은 물론 있었지만, “안 괜찮다”, “슬프니까”라며 슬픔을 표하고, “엄마, 아빠랑 같이 살고 싶다”며 아빠를 끌어안는 10살 아들의 모습에 ‘아동 학대 아니냐’는 날 선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사전에 가상 상황임을 설명했더라도, 아직 10살인 어린 아이가 혹시라도 충격을 받는 건 아닌지, 우려가 이어진 것이다.

앞서도 이혼 부부의 가상 결합 이야기를 다룬 ‘우리 이혼했어요’에서 지연수, 일라이 전 부부의 7살 아들이 함께 출연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었다. 당시 7살이었던 지연수의 아들이 오랜만에 만난 아빠 일라이를 보며 반가워하는 모습에 이어, 이후 다시 헤어질 것을 걱정하며 “아빠와 함께 살고 싶다”며 무릎을 꿇고 비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이혼, 또는 재결합 문제에 있어서 자녀 문제가 빠질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아이까지 리얼리티의 한 요소가 되는 것에 ‘불편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 외에도 실제 부부의 고민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는 재혼 남편이 의붓딸 엉덩이를 ‘주사놀이’라며 찌르는 등 아이의 거부에도 스킨십을 시도하는 장면이 포착돼 아동 성추행 논란이 불거졌었다. 모자이크는 됐지만, 논란이 될 수 있는 장면이 방송에 그대로 노출이 된 것에 비난이 쏟아졌다.

각종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예능의 인기 장르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가 함께 노출되는 상황도 잦아지고 있다. 다만, 아이에게 남을 부작용은 물론, 해당 장면들이 유튜브 또는 VOD 영상 등을 통해 공유되는 요즘의 시청 방식을 고려하면 아이와 함께 예능에 출연하는 것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는 높았다.

그럼에도 ‘파격 설정’을 앞세운 프로그램에 충격 받은 아이의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은 ‘방송의 자정 능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성인이 아닌, 아동·청소년의 출연에 대해선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충분한 설명은 물론, 촬영 시간까지도 제한적으로 적용하며 아동·청소년 출연자를 보호하고 있다. 다만 아이의 정서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장면을 촬영하기 전, 후엔 전문 상담가의 충분한 상담을 받게 하는 등 강력한 보호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영화, 드라마 촬영 현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도 사실이다.

이에 영화, 드라마는 물론 예능프로그램의 아동·청소년 출연자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필요해진 시점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어린 출연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마음은 모두가 가지고 있다. 일부러 어려운 상황에 출연자를 몰아넣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또 예능에선 드라마, 영화처럼 무리가 되는 상황이 많지 않다. 가족 예능의 경우 자연스럽게 가족의 보호가 이뤄진다. 전문가가 동원되는 영화, 드라마와 비교하기는 힘든 부분도 있다. 다만그렇기에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선 염두하고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