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50만원→200만원…의정활동비 줄줄이 인상하는 지방의회

최종권, 박진호 2024. 2. 4. 13: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북도 전주시의회의 의정 활동비 150만원 인상 추진안을 두고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가 지난달 30일 오후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자치단체 세수 부족 허리띠 졸라매는데


자치단체가 세수 부족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가운데 예산 의결권을 쥔 지방의회가 줄줄이 의정비 인상에 나섰다.

전국 광역ㆍ기초의회는 올 초부터 의정활동비 인상을 위한 심의위원회와 공청회,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의정활동비 인상이 가능한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광역의회 의원 의정활동비는 기존 15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 기초의회 의원은 110만원에서 최대 150만원으로 올릴 수 있게 됐다. 심의위가 인상액을 결정하면, 의회는 조례를 개정해 오른 금액만큼 의정비를 더 받는다.

지방의원은 1991년 지방자치제 도입 당시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2003년 지방자치법에서 명예직 조항이 사라지고, 시행령에 의정활동비 지급범위를 광역의회 150만원 이내, 기초의회 110만원 이내로 정했다. 2006년 유급제로 전환되며 월정 수당이 신설됐다. 이때부터 지방의원 의정비는 기본급 개념인 월정수당과 의정자료 수집·연구를 보조할 의정활동비 등 2개 항목으로 나뉘었다.

월정수당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맞춰 인상하거나, 사실상 심의위 자율에 맡기면서 꾸준히 올랐다. 의정활동비는 2003년 이후 상한선이 20년 동안 유지됐다. 지방의원들은 “충실한 의정활동을 위해 의정비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인상을 촉구해 왔다.

의정비 일러스트. 중앙포토


영리 행위 가능한데 인상 왜 필요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자, 전국 지방의회는 일제히 의정활동비 인상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충북도의회는 지난달 31일 의정비심의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인상액을 논의했다. 충북도의원 한 명이 받는 의정비는 2023년 기준 월정 수당 연 4193만원, 의정활동비 연 1800만원이다. 한 달 평균 499만원 정도 받는다. 의정활동비를 최대 50만원 인상하면 연간 600만원을 더 받는다.

위원 10명이 참여한 회의에선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인상에 찬성한 위원은 20년 동안 동결한 의정활동비 현실화, 유능한 인재의 지방의회 진출 유도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고 한다. 한 도의원은 “몇 년 새 물가가 치솟았음에도 의정활동비는 오르지 않았다”며 “의정비 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유능한 일꾼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 측은 2022년 7월 의회 정책지원관 도입으로 도의원들의 자료수집, 연구를 돕고 있어 지원이 중복되는 점, 충북도의원 35명 중 절반가량이 겸직하고 있는 점을 제시했다.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와 세수 부족으로 충북도가 12년 만에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어려운 경제여건도 이유로 들었다. 충북도 관계자는 “올해 지방세 수입이 1145억원 줄어 지방채 1283억원을 발행해 예산을 메꿨다”고 했다.

의정비 인상과 관련해 강원도의회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춘천에서 시민공청회를 열었다. 시민공청회 당시 인상 찬성 측은“경제적인 안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해야 할 일에 영향을 끼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 측은 “영리 행위가 가능한 상황에서 의정활동비를 올리자는 주장은 큰 설득력을 가질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전북도 전주시의회의 의정 활동비 150만원 인상 추진안을 두고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가 지난달 30일 오후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시민 방청객 의견 없는 시민공청회


이날 시민공청회에선 방청객 의견 제시 시간이 있었지만, 질문하는 사람이 없어 방청객 토론은 몇 분 만에 끝났다. 이런 상황에서 의정비심의 위는 지난 1일 제2차 회의를 열고 의정활동비를 월 200만원으로 50만원 인상하기로 했다.

강원도의회는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제325회 임시회에서 조례 개정을 거쳐 3월부터 인상된 의정 활동비를 지급한다. 앞으로 도의원은 월정수당 317만4930원과 의정 활동비 200만원 등 517만4930원을 받게 된다.

이와 함께 경기도의회와 울산시의회, 인천시의회 등 다른 광역의회들도 인상 방침을 정하고 2월 중 의정비심의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의정활동비를 최대폭으로 올리기로 방침을 정한 건 기초의회들도 마찬가지다. 대전 중구의회, 충남 보령시의회, 충북 청주시의회, 강원 춘천시의회와 경남 통영시의회가 의정활동비 상한선인 150만원으로 확정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경제 한파로 고통받는 서민 사정을 고려할 때 시행령이 개정되자마자 의정활동비를 최대치로 올리는 모습이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돈을 많이 받는다고 의정활동 질이 나아진다는 말도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지방의회는 틈날 때마다 월정수당을 인상했다”고 지적했다.

청주·춘천=최종권·박진호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