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산업센터 대란, 정부는 투기를 권장한 셈"

이영광 2024. 2. 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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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온에어' 297] MBC < PD수첩 > 김보람 PD

[이영광 기자]

 MBC <PD수첩>의 한 장면
ⓒ MBC
 

서울이나 수도권 일대에서 지식산업센터를 종종 볼 수 있다. 아파트형 공장에서 2010년 이름을 변경한 지식산업센터는 2020년 부동산 호황일 때 아파트만큼 규제가 심하지 않아 황금알 낳는 투자처로 불렸지만, 지금은 공실로 인해 분양자들에겐 골치 아픈 존재로 전락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지난 1월 30일 MBC <PD수첩>에서는 'PF 폭탄과 공실 지옥 위기의 지식산업센터'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식산업센터 분양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왜 이렇게 많은 지식산업센터가 지어졌는지를 짚어보았다. 지난 1월 31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해당 회차 연출한 김보람 PD를 만났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

개념의 혼동

- 지식산업센터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됐어요?

"원래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때문에 부동산 PF 아이템을 봤었어요. 부동산 PF가 지금 어떤 상황에서 문제가 되고 있고, 특히 태영건설 워크아웃 막전 막후 관련 취재 하려고 자료를 찾아보니 아파트만 다들 생각하는데 어떤 뉴스에서 PF 중에서도 아파트가 아닌 비주택 부분의 PF가 집계도 정확하게 안 돼 있고, 그중에서도 물류창고, 지식산업센터 같은 것들이 문제라는 기사가 되게 작게 나와 있었어요. 그 한 줄에서 취재를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저희 방송하는 사람들은 지식산업센터를 많이 알았거든요. 외부 촬영 가게 되면 인터뷰 장소를 빌려요. 근데 인터뷰 장소들이 지식산업센터에 있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그리고, 갈 때마다 보니까 대부분 다 비어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 부동산 PF와 연결해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가 나왔을 때, 비어 있던 걸 생각하게 된 거예요."

- 지식산업센터는 원래 어떻게 알았어요?

"지식산업센터가 아파트형 공장이었더라고요. 저도 이번에 취재하면서 그걸 알았어요. 당장 상암동에도 있고 상암동 인근에 고양시 향동이나 덕은지구나 정말 온 창이 유리로 가득한 엄청 멋있는 건물들이 계속 지어지고 있었거든요. 저게 지식산업센터라는 말은 들었는데 조사하다 보니까 2010년에 아파트형 공장이었던 게 지식산업센터로 이름이 바뀌었던 던 거였어요. '아파트형 공장' 하니까 딱 알겠더라고요. '근데 어떻게 이게 문제가 된 거지?'란 궁금증이 생기게 되었고요."

- 그러면 사무실이 있는 오피스텔과 차이가 뭔가요?

"저희도 개념이 어렵더라고요. 일반 투자자분들도 모르셔서 투자하신 것 같아요. 지식산업센터의 전신이 아파트형 공장이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예전에 제조업 할 때는 유해 물질이 많이 나와서 수도권 인근에 만드는 데 거부감이 심했고 주민들 민원들도 많았대요. 근데 이게 지식산업센터로 변화하면서 제조업에서 IT, 통신 관련된 정보 산업들까지도 들어올 수 있도록 업종을 확대 허용 해주고 세제 혜택도 많이 줬어요. 그래서 오피스나 오피스텔보다 훨씬 더 혜택이 좋았고요."
 김보람 PD
ⓒ 이영광
 

- 지식산업센터가 많아진 건 수익형 부동산이 됐기 때문인가요?

"그 영향도 없지 않은 것 같아요. 근데 사실 처음에 지식산업센터 취재하면서 놀랐던 게 관련된 공식 통계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지식산업센터 개수, 전국적인 현황을 조사한 통계가 2020년부터 시작이 됐어요. 그러니까 그 이전의 아파트형 공장부터 지식산업센터 초기까지의 통계는 있지도 않고요.

공교롭게도 지식산업센터가 많아진 시점과 부동산 호황기 시점이 겹치긴 해요. 그러니까 2019년부터 2021년 정도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 규제가 굉장히 빡빡하게 이루어졌었잖아요. 그 당시에 신축 증가 추이를 보면 지식산업센터도 굉장히 많이 생겼거든요. 주택 규제 때문에 아파트에 투자하지 못하는 돈이 다른 수익형 부동산을 찾다 보니까, 이 지식산업센터라는 걸 누군가가 발견했고요. 속칭 '장사가 되는 물건'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굉장히 급격하게 늘어난 거구나 추정되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 왜 이전에는 자료가 없을까요?

"그게 저도 궁금한 부분이에요. 왜냐하면 아파트형 공장에서 지식산업센터로 바뀐 건 2010년도로 이명박 대통령 재임 때거든요. 그 후부터 2020년 4월까지는 지식산업센터가 전국에 몇 개가 있었는지 통계 같은 것도 없었고. 그다음에 저희가 보통 부동산 아이템을 할 때 지역별로 매매가가 어떻게 변화했나 이런 부분들도 궁금하잖아요. 근데 공식적인 통계가 없었어요. 아는 사람들만 알고 돈 벌고 나간 부동산 상품이었나 이런 생각도 좀 들었거든요."

- 지식산업센터 분양 받을 때 대출 90%가 가능하다는 게 이해가 안 돼요. 문제가 되는 전세 사기처럼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보통 저희가 주택이나 아파트 살 때는 50%에서 60% 정도 대출 한도가 나오잖아요. 지식산업센터 시작은 수익형 부동산이 아니라 정말로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하나의 정책이었기 때문에 '자본을 조금 갖고 있어도 최대 90%까지 대출을 해줄 테니까 이 공간을 얻어서 기업을 키워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라'는 차원에서 대출 한도가 일반 주택에 비해서 컸거든요. 근데 그게 수익형 부동산 상품으로 취급이 되면서 투자자 입장에선 굉장히 이점이 된 거죠."

- 대출이 90%면 담보 같은 제한이 없나요?

"없더라고요. 아파트 같은 경우는 그런 다원적인 대출 규제가 많은데 지식산업센터는 진짜로 정부에서는 이걸 부동산의 개념이 아니라 그냥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정책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아파트에 관련된 규제는 적용되지 않았어요."

실수요자들이 피해 입는 구조

- 지식산업센터에 공실이 왜 많은 거죠?

"이것도 결국은 제 목적대로 사용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기업들을 위한 공간이면 실수요 기업들이 다 들어오면 되는 거거든요. 근데 투자하려는 목적으로 구입하신 분들이 많으니까, 본인들은 안 들어오잖아요. 들어올 기업들에 세를 줘야 되는데, 지금 그렇게 많은 기업이 있을까요?  우리나라 경기를 생각해 봤을 때는 공실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 수요를 예측 안 하고 지은 건가요? 아니면 예측했지만, 안 맞는 건가요?

"몇몇 지자체 관련 공무원분들을 만나봤는데요,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으로 수요 조사를 할 의무가 없더라고요. 아파트와 같은 주택이 아니라 집합 건물이기 때문에 집합 건물을 지을 때는 필요한 서류들만 있으면 허가해 줄 수밖에 없대요. 필수 서류를 갖고 왔는데 허가를 안 해주면 소극 행정이라고 민원이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결격 사유가 없으면 무조건 허가래요. 그러면 시행사들은 왜 많이 했냐고 하면 그때 돈이 됐으니까요. 때문에 그때 PF를 무리하게 일으켜서라도 다 그냥 건물을 지으려고 난리였던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 지식산업센터 분양 받았다가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고 나오던데 어느 정도예요?

"저희 <PD수첩>으로도 이미 기존에 제보가 들어온 것들이 꽤 있었고요. 근데 대부분이 기업 하시는 분들 아니고, 투자자들이었어요. 말씀드렸듯이 대출 한도가 높기 때문에 대부분 부동산에 대해서 정교한 고민을 하시는 게 아니라 노후에 월세 수익이라도 좀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시더라고요. 특히 '지식산업센터'라는 용어 때문에 정부에서 장려한다는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게 느껴졌나 봐요. 그러다 보니까 투자자들도 좋게 보시고, 계약금만 내고 나머지를 대출받아서 계약했고요.

사실 전매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입주 전에 분양권을 판매하려고 하셨던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 공급 과잉 때문에 전매가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그러니까 잔금을 치르셔야 되거나, 잔금까지 치렀는데, 그마저도 공실이 너무 많으니까 세가 안 나가게 되는 거고. 그러면 이자 비용과 관리비 같은 게 매달 몇백만 원까지 부담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거고 그런 부분에 대한 제보들이 많았어요."

- 그 사람들을 피해자로 봐야 할까요? 투기성이 있으니까요.

"피해자라는 표현은 굉장히 조심스럽고요. 투자와 투기 사이에 경계에 있는 분들도 많았어요. 정말 저희 사례자 할머님처럼 상황을 잘 모르시고 불안한 노후에 기댈 데 없으니 월세 수익이나 조금, 하는 기대로 시작한 투자자분들도 있고. 초기 자본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정말 많이 구매하셔서 나중에 잔금을 치러야 되는데 막 몇십억을 내셔야 되는 상황인데 어쩌지 못하고 곤란을 겪고 있다는 제보들도 있었고요."

- 평택의 A지식산업센터의 경우 원래 홍보 내용과 다른가 보네요. 5톤 트럭이 들어간다고 홍보했는데 그게 아닌거 같아요.

"지식산업센터가 결국 아파트형 공장이잖아요. 공장은 물류가 중요하니까, 규모가 큰 물류 트럭이 들어가는 게 중요한 매력 요소더라고요. 예컨대 트럭이 두 번 들어갈 거 한 번에 들어가면 좋잖아요. 5톤 트럭이 들어간다는 게 여기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지식산업센터를 지을 때 다 홍보하는, 중요한 홍보 포인트래요. 그러다 보니까 수분양자들 특히 실제로 기업을 하시지 않는데 투자하셔서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분들 경우에는, 이러면 5톤 트럭이 들어가는 다른 매물을 먼저 찾아가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계셨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불만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 평택에 삼성 반도체 공장 중심으로 지식산업센터가 20개나 있다던데 너무 많은 거 아닌가요?

"너무 많죠. 삼성, 세계적인 대기업이고. 물론 지금도 삼성 반도체 캠퍼스가 예정된 곳이 남아있기는 해서 지켜볼 일이지만요. 일단 사람들이 삼성 들어온다는 말에 다 평택에 투자했는데 기자님도 생각 해보시면 요즘에 다 자동화 돼 있잖아요. 그리고 삼성 협력업체가 도대체 얼마나 많아서 그 지식센터를 다 채울 수가 있을 것이며, 굳이 삼성 주변에 꼭 있어야 되는 업종이 몇 개가 되는 것이며...

멀리 있어도 되는 거잖아요. 어느 정도 삼성 때문에 들어오는 협력업체들이 있기는 있겠죠. 근데 다 20개를 다 채울 수 있냐고 한다면, 지금은 아닌 거죠. 근데 지식산업센터가 삼성 캠퍼스 3km 반경 내에 20개가 지어져 있고 더 넓게 보면 더 많아요. 거기 모든 지식산업센터는 삼성 공장이 있기 때문에 수요가 있다고 홍보했고요. 수분양자들은 삼성 하나 보고 그걸 구매하신 거예요."

- 시행사에 지식산업센터는 돈 되는 사업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죠. 시행사 입장에서는 잘 팔리면 좋은 상품이잖아요. 근데 너무 잘 팔려요. 너무 잘 팔리니까 안 할 이유가 없는 상품이었죠. 그러니까 무작정, 그러니까 굉장히 많이 지은 거죠."

- 자본금도 별로 안 들어가고요.

"부동산 PF 특징 때문이거든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 시행사는 자기 자본이 그렇게 많이 필요 없더라고요. 단일 법인 같은 경우는 3억 원만 있으면 시행사 만들 수 있고요. 그러니까 SPC라고 특수목적 법인 같은 경우는 5억 원만 있으면 돼요. 그러면 자기 자본 그 정도를 가지고, 그다음에 토지를 구입할 때도, 토지 가격에 이제 5%에서 10% 정도만 시행사가 갖고 있으면 나머지 90~95%까지도 대출이 가능했거든요. 사업성을 보고 대출을 해주는 게 PF, 프로젝트 파이낸싱인데 프로젝트의 상품성이나 사업성을 보고 파이낸싱, 대출을 해주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사실 지식산업센터뿐만 아니라 모든 부동산 사업이 자기 자본 없이 대출로 가능한 구조가 있었죠."
 김보람 PD
ⓒ 이영광
 

- 중소기업 대표인 백승재 씨는 지식산업센터 경쟁이 심해 피해를 봤나 봐요?

"큰 틀에서 보면 결과적으로는 그래요. 이분 같은 경우는 실제 수요자잖아요. 그러면 정말 정책적으로 장려했다시피 쉽게 구매할 수 있어야 되는데 지식산업센터를 프리미엄 주고 구입하셨대요. 투자 수요가 높아지니까 피가 붙은 거죠. 그리고 지식산업센터에는 기숙사 공간도 있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런데 그게 실은 신혼부부나 학생들이나, 정말 지식산업과 관련 없는 일반인들한테 임대가 되는 부분들도 있거든요. 이건 불법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정작 필요한 기업은 기숙사도 필요한 만큼 확보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 당시엔 그랬어요. 지금은 공급 과잉이라 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요."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PD수첩>팀에 와서 계속 경제 관련 아이템을 취재하고 있는데요. 투자는 물론 개인의 책임이지만, 개인만을 탓할 수 없는 사회적 구조도 있다고 보거든요. 기형적인 부동산 불패 신화가 계속돼 왔었고, 돈을 더 벌고 싶고 잘 살고 싶다는 개인들의 욕망은 자본주의 사회니까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봐요. 

그렇다면 투기와 투자의 경계에 있는 개인들의 욕망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관리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없게 할 수 있는가는 국가의 역할인 건데 그 부분에 대한 섬세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보고요. 부동산 광풍을 시스템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결과 지금의 PF 부실과 공급 과잉, 공실 폭탄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해요. 2021년에 전매 제한 법안도 발의됐었고 그 이전부터도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요. 왜 시스템이 없었고, 그동안 국가는 무엇을 했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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