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가방 의혹, 사과로 넘어간다? 그건 굉장한 오판"
[이영광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월 31일 열린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31 |
ⓒ 연합뉴스 |
지난 1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정부 들어 9번째 거부권 행사다.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은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또 총선을 코앞에 둔 현 시점 정치권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해 지난 1일 신인규 민심동행 창준위원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22대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잖아요. 현재 정치권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이제 총선이 70일 안으로 남았기 때문에 여야 모두 공천과 관련된 갈등이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잖아요. 그런 상황 속에서 소위 제3지대라고 하는 하나의 대안이 국민들에게 한 번 올라왔다가 많은 실망을 좀 끼친 것 같아요. 일단은 3지대라고 모이신 분들이 새로운 미래 비전이나 정치 개혁의 담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정치공학적인 모습들로 비치니까 다시 양당의 구조가 악화되는 쪽으로 가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제3지대에 관심이 높죠. 관건은 빅텐트 성사 여부인데.
"빅텐트라는 것이 결국 선거 승리를 위해서 3지대에 나오신 분들이 우선 몸집을 불리자는 거죠. 그러나 국민들이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에 실망한 이유가 두 당 모두 이념과 가치 없이 이익을 중심으로 뭉쳤기 때문이거든요. 근데 새롭게 정치를 하겠다는 분들도 똑같이 이념과 가치보다는 현실의 이익에 집중된 이합집산 한다고 하면 국민은 빅텐트라는 것을 신선하게 받아들이기는 매우 어렵죠. 국민께 감동을 못 주면 결국 견고한 양당 체제 극복하기 매우 어려울 거예요. 그래서 전 3지대가 합치는 과정도 매우 어렵겠지만 기준과 원칙이 없이 합치면 크게 효과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 지금 거대양당 지지율만 보면 비슷하죠.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에 갇혀있잖아요. 총선에서 정당 지지율보다 대통령 지지율이 중요하다고도 하는데(2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29%, 1월 30일~2월 1일 성인남녀 1천명 대상(응답율 12.7%) 무선 100% 전화면접조사,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 편집자 말).
"총선에서는 정당 지지율도 보긴 하겠지만 결국 핵심은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지금 양당의 적대적 공생 견고하게 된 건 안타까운 일이기는 한데 결국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월등히 높은 상황에서는 정권 심판론이 더 강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상합니다."
- 20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은 낮았는데 여당인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승리했잖아요.
"그때는 상황이 다르죠.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야당 포지션을 강하게 가지면서 사실 야당이 지지받았다고 보는 것과 똑같고요. 지금은 국민의힘 안에서 뚜렷하게 윤석열 대통령하고 각을 세우는 세력의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때 당시 박근혜 비대위와 비교하는 건 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신인규 민심동헹 창준위원장 |
ⓒ 신인규 제공 |
- 윤석열 대통령이 1월 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어요. 현 정부 들어 9번인데 이게 총선에 영향을 줄까요?
"당연히 영향이 크게 있을 걸로 보이고요. 이태원 참사는 정부의 예방부터 대응, 사후 수습까지 모든 면에 있어서 정부의 실패를 적으로 보여준 사안이었어요. 근데 이에 대해서 정무적, 법률적 책임을 다 거부하면서 결국 부득이하게 특별법까지 만들어진 거거든요. 거기에 대해서 대통령이 거부권까지 써서 이 법률안을 거부한다는 건 국민들이 납득할 수가 없을 것으로 보여지고요.
더 나아가서 거부권은 예외적으로 대통령에게 부여된 헌법상의 권한인데 너무 자주 빈번하게 쓰고 있거든요. 이건 결국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의 근본 체계가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한이 헌법을 위반한 거 아니냐는 논란이 지속될 걸로 보이거든요. 결국 총선에는 매우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 국민의힘은 진상규명 끝나서 특별법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합니다. 진상규명이 됐다고 하면 그것에 따라서 각각의 책임을 져야 했을 텐데, 제가 알기로도 지금까진 이태원 참사 관련해서는 아무도 책임진 사람이 없기 때문에 (국힘이) 그냥 말로만 진상규명이 됐다고 주장을 해서 될 사안은 아닌 것 같고요. 올바르게 진상 규명이 되려면 이태원 참사가 왜 발생했고 왜 당시에 이런 참사를 막지 못했는지 왜 행정권한이 작동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그 시스템의 오류를 바로잡는 그 부분을 국민이 납득할 만큼 설명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진상규명이 완료됐다는 주장은 매우 공허해 보여요."
-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대신 특정 방송사와의 대담을 진행하는 걸로 알려져 있어요.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건 국민에게 국정 운영을 소상히 설명하고 앞으로의 국정 방향에 대해 설득하는 상당히 중요한 의무거든요. 대통령이 그 의무를 너무 가볍게 인식하고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요. 후보 시절에도 기자회견을 수시로 하겠다고 이야기했고 심지어 출근길 문답이란 새로운 제도도 먼저 국민들께 약속하면서 용산으로 집무실 옮겼던 거거든요. 그 정도로 국민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했던 대통령은 어디로 가고 녹화 방송으로 대체해서 선택적으로 질문도 받고 편집도 해서 대통령이 입장을 내겠다는 것인데요. 매우 진솔하지 못해요. 그리고 대통령이 국민들의 질문 가려 받을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요. 국민들과의 소통을 매우 가볍게 여기는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불통이 반복되면 그것만으로도 국민들의 실망은 더 커질 겁니다. 더불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 여론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일각에선 기자회견을 열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질문이 나올까봐 안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와요.
"김건희 여사 문제를 포함해 지금 국정 운영의 난맥이 심하다 보니 (윤 대통령이) 여러 가지 피하고 싶은 이슈들이 많이 있는 걸로 보여요. 그래서 소통을 거부하고 나름대로 고육지책을 만드는 것 같은데, 현직 대통령이잖아요. 그러니까 국민을 대신해서 기자들이 묻는 건데 국민의 질문을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은 앞으로도 임기가 3년이 남았어요. 앞으로도 계속 기자회견을 이런 식으로 녹화 방송으로 대체한다면, 불통 대통령의 오명을 쓸 거예요.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 질문과 국민과의 소통을 너무 두려워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진짜 국민을 두려워한다면 이런 식으로 소통을 거부할 게 아니라 민심을 받들고 민심을 쫓아가는 그런 국정을 해야죠. 이런 식으로 민심과 반대로 국정 운영을 하면서 오히려 국민들의 질문을 피하는 모습 보인다는 건 지도자로서 맞지 않는 태도고, 반드시 교정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건희 여사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양평 고속도로 노선에 대한 특혜 등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개인적인 문제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대통령이 이것을 사과를 통해 넘어가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굉장히 오판하시는 거예요. 특히 명품가방 수수 의혹의 경우 뇌물 수수라는 범죄 혐의가 물증으로 나온 거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사과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명품 가방 수수 의혹 관련 김건희 여사가 몰카 피해자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요.
"몰래카메라에 찍힌 건 맞고요. 몰래카메라의 피해자라고 주장은 할 수 있겠지만, 그 사안과 그 안에 담긴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가 특정인으로부터 뇌물로 추정되는 물건 수수하는 것 그 자체가 경제공동체의 법리에 따라서는 뇌물죄로 의율할 수가 있거든요. 범죄를 단정짓는 건 아니고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가 필요한 건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범죄 혐의에 대해 진실을 밝힐 의무가 있어요. 그런 차원에서 수사를 받으라는 것이죠. 그걸 가지고 피해자이기 때문에 수사를 안 받겠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한동훈 위원장이 한 달 동안 활동했는데, 결국 이미지 정치 외에는 별로 다른 걸 보여준 건 없고요. 그리고 오늘까지도 민주당을 청산하기 위해 정치를 하는 것 같은 인상을 계속 주고 있는데, 결국 (한동훈 위원장이) 정치를 좋게 만들기는 불가능할 거라 보고요. 최근에 당무 대통령의 당무 개입에 따른 갈등도 있었지만 앞으로도 한동훈 위원장의 이미지 정치 이외에 다른 걸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사천(사적공천) 논란은 계속 나오는데 어떻게 보세요?
"김경율 비대위원이나 원희룡 장관 관련해서 논란이 있었던 거는 맞는데... 제가 봤을 때 한동훈 위원장이 당내에서 실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도 매우 의문입니다. 결국에는 정치 초보이기 때문에 초보로서 본인이 갖는 한계들, 정치인으로서 준비되지 않고 정치를 하다 보니까 나오는 어떤 문제점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국민의힘 안에서 공천을 두고 많은 갈등이 있을 터라 정치적인 미숙함을 더 보여줄 걸로 저도 예상을 합니다."
-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의힘 잔류했지만, 공천 신청은 안 하겠다고 했죠. 국힘에서는 유 전 의원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와요.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 왼쪽은 정청래 최고위원. |
ⓒ 남소연 |
- 지금 비례대표 선거제가 안 정해졌잖아요. 민주당이 정해야 하는데 못 정하고 있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게 위임한다고 했는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선거제도라는 건 총선 1년 전에 규정을 하게 돼 있는데, 70일을 앞둔 시점까지도 못 정하고 있다는 건 국회의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이 크게 반성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이재명 대표는 수차례 선거제도에 대해 의견 밝히라는 요구와 압박을 받았었는데 지금까지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죠. 이제 와서 이재명 대표에게 위임해서 선거제도를 정하게 하겠다는 민주당의 입장은 너무나도 무책임하고 뻔뻔한 거 아닌가 해요. 진작에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자기의 입장을 냈었어야 마땅하죠."
- 오늘(2일) 아침만 해도 전 당원 투표로 갈 것 같았는데 바뀐 거잖아요. 이유가 뭘까요?
"사실 전 당원 투표로 이런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한다는 건, 정치인들이 본인들의 책임을 당원들한테 넘기는 방식을 쓰는 거기 때 때문에 매우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당연히 정치인들이 책임 있게 각자의 생각을 말하는 게 맞죠. 전당원 투표로 가지 않고 이재명 대표가 결정하는 것은 좋지만, 이 대표에겐 그동안 입장을 밝힐 수 있는 기회가 수십 번 있었거든요. 근데 왜 그동안에는 아무런 입장을 안 내서 선거 70일 전까지도 제도 자체도 확정을 못 짓는 촌극을 벌이는 것인지에 대해 이 대표 개인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선거제는 어떻게 될까요?
"이재명 대표의 결단에 달려 있어서 제가 예상 어렵습니다만 지금처럼 간다 그러면 아마 권역별 병립형으로 돌아가서 국민의힘과의 양당 적대적 공생관계를 더 유지-강화하는 쪽으로 하지 않겠습니까."
- 민심동행 창당 준비하시잖아요. 창당에 대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 전 창당준비위원장으로서 지금 열심히 정치 활동을 하고 있고요. 지금 당원들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저희도 2월 말이나 3월 초 정도까지 창당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정치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서 열심히 더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소리'에 중복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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