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제자와 스승... 류희림-백선기 '언론 검열 칼춤'
[신상호 기자]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 12월 1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백선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백선기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는 류희림 위원장 박사 학위 논문 지도교수다. |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스승과 제자가 나란히 '언론 검열 칼춤'을 추고 있다. 대학원에서 사제의 연을 맺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백선기 선거방송심의위원장 얘기다. 이들은 여권 비판 언론사에 중징계 결정을 남발하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있다. 이들의 발언에선 '언론은 검열과 통제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스승' 백선기, 정부여당 비판 방송 향한 '언론 검열' 선언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인 백선기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출범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아래 선방위) 위원장을 맡아, MBC와 CBS 등에서 방송하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중징계 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선방위는 지난 1일 제5차 정기회의에서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1월 11일 방송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1월 9일 방송분)와 '박재홍의 한판승부'(1월 16일 방송분)에 대해 모두 중징계인 '법정 제재'를 결정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와 선방위 결정은 ▲'문제 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 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자 징계', '과징금'으로 구분된다. 법정 제재는 방송사 재승인 평가시 감점 요소가 돼, 중징계로 분류된다.
선방위는 지난 1월 수차례 회의를 통해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의 지난해 12월 20일부터 27일까지 방송분, 지난해 12월 13일 방송분도 법정 제재(관계자 징계)를 결정했다. 선방위 제재 결정은 심의위원들의 표결로 결정되지만, 백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의견을 적극 피력하며 중징계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여당을 비판한 방송에 바싹 날을 세운 그의 발언은 주목할 지점이다.
백선기 위원장은 여당 쪽 패널로 출연한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정부여당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않았다는 등 편향성을 이유로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해 법정 제재를 결정하면서 "(출연자들이 쓰는) 어휘에 있어서 자극적인 부분에 주목하고 패널들이 조롱성 발언을 자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위원회에서 기준점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법정 제재를 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자신만의 메타버스에 산다"는 사회자의 비판 발언 등을 이유로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대해서도 법정 제재 결정을 하면서 백 위원장은 "프로그램 PD 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며 "아무리 지적해도 개선될 부분이 보이지 않아 답답한데, 위원회에서 이런 부분을 끊임없이 지적해서 프로그램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등 일련의 백 위원장 발언은 여권 비판 방송을 향한 '언론 검열 선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백 위원장은 선방위가 법정제재를 남발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민주당 추천 심의위원의 우려에 대해선 "법정 제재를 하면 사실 대단히 많이 불편하다. 그래도 우리 나름대로 기여할 부분이 있어서 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거듭된 문제 제기에도 그는 "개인적인 우려사항이나 이런 걸 끊임없이 얘기하지 말라. 굉장히 불편하다"면서 우려 목소리를 묵살했다.
▲ 인사말 하는 류희림 방심위원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1월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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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류 위원장은 오히려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옥시찬·김유진 야권 추천 방심위원들에 대해 해촉 건의안을 의결하고, MBC 등 방송사에 대해선 중징계를 강행하고 있다.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한 언론 보도가 중징계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30일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불거진 MBC의 '바이든·날리면' 보도와 이를 인용한 방송사에 대해 제작진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제작진 의견진술은 방심위 징계 결정에 앞서, 해당 방송 담당자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다. '바이든·날리면' 보도와 관련해 1심 법원이 'MBC 보도를 허위'라고 판결한 뒤 이뤄진 결정이다.
지금까지 방심위 안건으로 올라온 방송 보도가 법정 다툼이 있을 경우, 방심위는 2심 결과까지 지켜보고 결정을 내려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1심 결정이 나오자마자 관련 보도를 한 방송사에 대한 의견 진술을 듣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 "류희림 방송위 체제 해체!" 언론장악저지 공동행동(준)과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1월 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앞에서 '비판언론 죽이기-정치보복적 심의 자행 류희림 방심위 해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7개 방송사의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한 심의와 청부민원 자행, 공익 제보자 색출, 비판언론에 남발하는 법정제재 등 류희림 방심위의 정권비판 언론 옥죄기가 폭주기관차와 다름없다"며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방송통신검열위원회'로 전락된 류희림 체제의 구조적 해체와 국가검열 철폐의 제도화"를 촉구한 뒤 전면 해체 투쟁 돌입을 선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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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판 언론사에 대해 전례없는 중징계 폭탄이 계속되자 방심위와 선방위를 두고는 '정권의 언론검열기구' '윤석열 정권의 언론 장악 도구' 등의 불명예스러운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26개 언론시민단체들의 모임인 '언론장악저지 공동행동'은 지난 1월 30일 기자회견에서 "헌법이 금지한 국가 검열로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도구가 된 방심위는 그저 류희림 체제의 교체를 넘어 구조적 해체와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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