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적당하게 가지고 있는 55%, 천사가 됩니다" [이게 이슈]
[이희진 기자]
▲ <땅에서 온 기본소득, 토지배당> |
ⓒ 이상북스 |
그런데도 '여기 대안이 있다'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 최근 <땅에서 온 기본소득, 토지배당>을 발간한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이다. 그는 이진수 전임연구위원, 채은동 민주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이 책을 썼다.
책은 땅의 중요성을 잊어가는 시대에 왜 땅에 집중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부동산 투기가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지적한다. 사회의 문제점만 읊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토지보유세와 기본소득을 결합한 '토지배당제'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제도를 구현하려면 과세 체계를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제도가 시행될 경우 받게 될 '배당고지서'도 함께 보여준다. 나아가 정책이 실현되기 위해 일반 시민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대안을 듣기 위해 지난 1월 21일, 대표집필자 남기업 소장을 온라인으로 인터뷰했다.
▲ 대표집필자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
ⓒ 남기업 |
"2005년 초에 토지공개념 원류라고 할 수 있는 헨리 조지 사상으로 박사논문을 마쳤어요. 그 사상을 공부하면서 노동과 자본 양쪽 모두를 괴롭히는 게 바로 토지라는 걸 알게 됐죠.
토지가 노동을 괴롭히는 방식은 주로 땅값을 뛰게 해서 높은 집값을 만들어 노동자들의 주거를 위협하는 것이고요. 자본을 괴롭히는 방식은 모든 생산 활동은 땅 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땅값이 비싸면 생산 활동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이에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토지가 노동과 자본을 '대립'하도록 만들더라고요. 그때부터 토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쭉 활동해 왔으니 벌써 20년이 다 됐네요."
- 책은 어떻게 집필하시게 된 건가요?
"연구소 후원자 중 한 분이 제안을 주셨어요. 토지배당제가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인 만큼 일반 시민들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책을 써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야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시면서요. 준비는 2022년 여름부터 시작했고, 작년 초부터 공동집필자들과 함께 직접 시뮬레이션도 해 보면서 논리를 가다듬었죠.
물론 토지배당제를 이 책에서 처음 제안한 건 아니에요. 2017년에 처음 등장했는데요. 당시 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캠프에 참여했었는데 그때 이 후보가 주장한 부동산 공약 중 하나가 '국토보유세'였습니다. 그것이 현 토지배당제의 출발이고, 좀 더 완성된 형태로 2022년 대선 공약으로 제출되었었죠. 대선 후 2022년 여름부터 이론과 시뮬레이션을 보완하면서 출간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 어떤 책인지 내용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1부에서 땅이 왜 중요한 주제인지 설명해요. 2부에서는 토지를 배당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게 된 배경을, 3부에서는 토지배당제의 구체적 방법론을 썼어요. 4~5부에서는 토지배당제가 실시되면 모두가 받아볼 배당고지서를 토대로 90% 이상의 시민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요. 부록에는 과세 체계와 중장기 로드맵, 그리고 논문 형태인 '새로운 분배정의론 구상'이 들어 있습니다."
- '토지배당제'가 뭔가요?
"개인과 법인이 가진 모든 토지를 합한 후 보유세를 부과해 그 세금을 전체 국민에게 똑같이 분배하는 것이에요. 즉 토지보유세와 기본소득을 결합한 제도인데요. 주택 혹은 부동산 문제의 원인은 건물이 아니라 '땅'입니다. 땅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익, 즉 불로소득이 문제의 뿌리인데,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면 그 불로소득의 규모가 줄어들죠. 즉,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가 잘 안 일어난다는 겁니다.
토지배당제는 이렇게 거둔 토지보유세를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먼저는 땅이 없는 사람들이 바로 정책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부동산으로 인한 불평등이 줄어들고, 주거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제도죠."
땅은 정말 누구의 것인가
- 이미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있는데 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한가요?
"지금의 종부세는 한계가 많아요. 종합이라고 하면 모든 걸 합칠 것 같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만약 누군가 밭, 빌딩, 집을 모두 가졌다고 가정해 볼게요. 종부세는 이걸 합산해서 부과하지 않아요. 밭은 대상에서 제외하고 빌딩이 깔고 있는 땅은 땅대로, 집은 집대로 세금을 부과하죠. 또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기도 해요.
그리고 부동산 과다 보유자들이 종부세를 내야 할 당사자인데, 이들의 조세저항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부담자가 아닌 사람들은 무관심하고요. 그래서 현재의 종부세는 정책 지지자를 많이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게 바로 토지보유세를 거둬서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쓰는 토지배당제라는 거죠."
- '배당'이라는 용어 때문에 사회주의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토지배당제는 개인 노력의 산물이든, 토지에서 발생한 이익이든 상관없이 모든 결과물을 공평히 나누자는 게 아니에요. 애초부터 우리와 무관하게 존재해 오던 '토지'에서 나오는 이익을 나누자는 거죠. 토지 개량물의 가치는 제외하고 토지 그 자체에서 나오는 가치를 공유하자는 것이에요.
그러므로 사유재산제를 침해하는 게 아니지요. 가령 강남 집값이 비싼 이유는 수십 년간 중앙정부가 강남 중심 정책을 취했기 때문이잖아요. 정부나 사회의 노력으로 땅 가치가 상승했으니 그걸 거둬서 똑같이 나누자는 거지요.
▲ 책 본문의 배당고지서 표 |
ⓒ 이희진 |
- 부동산 관련해선 이미 많은 책이 나왔는데 유사한 책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누가 어떤 혜택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 것이요. 토지배당제가 실현된다면 '배당고지서'라는 걸 모두가 받게 되거든요. 그 고지서 내용까지 시뮬레이션해서 보여준 건 우리 책이 처음이에요. 논리만 쉽게 푸는 게 아니라 체감할 수 있게 쓰자고 다짐했었거든요. 독자들이 '좋은 말인데, 뭘 어떻게 하자는 거지? 나에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이렇게 느끼지 않도록 열심히 썼습니다.
또 토지배당제는 국가가 시혜적으로 베풀어주는 게 아니라 '원래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라는 점을 1부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일부가 과도하게 누리고 누군가는 아예 누리지 못했다는 거죠. 이걸 알아야만 시민들의 생각이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땅이 정말 누구의 것이지? 땅값은 왜 올라가는 거지?'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읽으면 부동산 문제의 본질을 쉽게 파악하고, 토지배당제에도 자연스레 동의하게 될 겁니다."
시민들 역할이 중요하다
- 부동산 정책은 국회의원들이 만드는데, 왜 우리가 어려운 이론을 공부하고 질문을 던져야 할까요?
"맞아요. 법은 의원들이 만들죠. 그런데 국회는 시민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은 법을 앞장서서 만들지는 않는 것 같아요. 대다수 시민의 공감대가 형성되면 여의도가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됩니다. 책을 쉽게 쓴 이유도 그래서예요. '아, 이런 해법이 있었네!' 무릎을 칠 수 있는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야만 변화의 동력이 생기니까요.
▲ 남기업 소장 카카오톡 프로필 |
ⓒ 이희진 |
- 책 3부에 특이한 이름이 등장하던데요. '호위천사'가 뭔가요?
"제도가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사람이에요. 가령 땅이 아예 없는 약 40%의 세대는 토지배당제를 지키는 '진성' 호위천사가 되는 것이죠. 토지 소유자 중 토지를 적당하게 가지고 있는 55%의 세대도 천사가 됩니다. 그들도 토지배당제로 인해 받는 부담보단 혜택이 많기 때문이죠.
그럼 종부세처럼 정권 성향에 따라 정책이 흔들릴 가능성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대다수 시민이 토지배당제에 효능을 느낀다면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쉽게 없애기 어려울 테니까요. 그래서 전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되는 건 쉽지 않겠지만 일단 제도화되면 전진할 거라고 봐요."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대부분 부동산 문제는 해법이 없다고 해요. 그래서 절망하죠. 영끌과 같은 각자도생이 만연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부동산 문제 해결하겠다, 집 걱정 없는 세상 만들겠다, 땅으로 장난치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어!'하고 체념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토지배당제가 바로 그 해법의 튼튼한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시민들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도요. 토지배당제에 대한 요구가 커질수록 입법과 개혁은 훨씬 쉬워질 거예요. 전 이 책을 접하는 분들 모두가 '호위천사'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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