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비 실수 놓치지 않은 이란의 놀라운 역전승

심재철 2024. 2. 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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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AFC 아시안컵 8강] 이란 2-1 일본

[심재철 기자]

치밀한 조직력을 가장 큰 자랑으로 내세운 일본이 종료 직전 어이없는 수비 실수로 페널티킥 역전골을 내주며 주저앉았다. 이타쿠라 고와 토미야스 다케히로가 후반 추가 시간에 골문 앞에서 겹치며 공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거기서 내준 페널티킥은 돌이킬 수 없는 마침표였다. 아시아 최고의 날개 공격수 미토마 카오루를 앞세워 우승을 노리던 일본은 이렇게 4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각자 팀으로 돌아가는 짐을 싸고 말았다.

아미르 갈레노에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이란 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3일(토) 오후 8시 30분 카타르 알 라얀에 있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 토너먼트 세 번째 게임에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일본을 상대로 2-1로 놀라운 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이란의 후반 뒷심 놀랍다

축구의 특성 중 하나인 전반 45분, 후반 45분 흐름이 이렇게 극명하게 갈라지는 게임은 근래에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전반은 일본이, 후반은 이란이 압도한 게임이었다. 이란 벤치에서는 후반 추가시간 8분과 9분에 이르러서야 교체 카드를 세 장만 꺼낼 정도로 스타팅 멤버 11명이 후반 추가 시간 7분이 지날 때까지 그대로 버티면서도 후반 일본을 일방적으로 두들긴 것이다.

게임 시작 후 28분만에 일본의 골이 먼저 나왔다. 가운데 미드필더 모리타 히데마사가 과감한 드리블 돌파로 이란 센터백 호세인 카나니를 가볍게 따돌리고 노마크 오른발 슬라이딩 슛을 넣은 것이다. 이란의 베테랑 골키퍼 베이란반드가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와 다리를 뻗었지만 오른쪽 다리에 맞고 골문 안에 떨어진 것이다.

시리아와의 16강 토너먼트에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공격수 메흐디 타레미가 빠진 이란은 39분에 미드필더 사만 고도스의 오른발 슛 기회를 만들어낸 것 말고는 일본 골문을 위협하지 못했다. 

그런데 하프 타임 이후 후반 흐름을 이란이 휘어잡았다. 어느 정도 예상된 반격이었지만 일본이 엉덩이를 뒤로 빼고 수비에 치중하기만 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55분에 이란의 동점골이 멋지게 들어갔다.

일본 골키퍼 스즈키 자이온이 하프 라인을 겨냥해서 차 올린 공이 중간에 차단당한 것부터 수세에 몰리는 원인이 된 것이다. 여기서 이란 골잡이 사르다르 아즈문의 감각적인 오른발 아웃사이드 스루패스가 일본 골문 앞으로 흘렀고 센터백 이타쿠라 고를 따돌리고 달려들어간 왼쪽 날개공격수 모함마드 모헤비가 절묘한 오른발 슛을 왼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굴려넣은 것이다.

비교적 일찍 동점골을 얻어맞은 일본 수비는 그 이후에도 몇 차례 더 흔들렸다. 결정적인 동점골 어시스트 주인공 사르다르 아즈문이 63분에 일본 수비수 마이쿠마와 이타쿠라를 완벽하게 따돌리고 오른발로 차 넣은 골은 아슬아슬하게 오프 사이드로 판명나는 바람에 가슴을 쓸어내렸고, 67분에 레자에이안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은 모함마드 모헤비의 런닝 헤더슛이 아찔하게 왼쪽 옆그물에 걸렸다.

그러는 사이에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에이스 미토마 카오루와 미나미노 다쿠미를 67분에 한꺼번에 교체 선수로 들여보냈지만 이란이 휘어잡은 후반 게임 흐름을 뒤집을 방법을 전혀 찾아내지 못하고 여전히 밀렸다.

시간이 흘러 후반 추가시간이 4분밖에 공지되지 않았지만 이란의 총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추가시간 3분이 다 흘러갔을 때 일본 골문 앞에서 믿기 힘든 사건이 벌어졌다. 골문 앞 높이 뜬 공을 두 명의 센터백이 겹치며 잃어버린 것이다. 토미야스 다케히로와 이타쿠라 고가 마치 서로 상대 선수와 몸싸움을 펼치듯 충돌했고 뒤로 흐른 공을 차단하기 위해 이타쿠라 고의 슬라이딩 태클이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먼저 볼을 터치한 이란 수비수 호세인 카나니를 걸어 넘어뜨렸다.

이 순간 마 닝(중국)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렸고 페널티킥 판정이 나왔다. 이타쿠라 고는 자신의 태클 동작 직후 실수를 직감한 듯 얼굴을 잔디 위에 파묻고 말았다. 이란의 주장 알리레자 자한바크쉬는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고 오른발 킥(90+6분)을 골문 왼쪽 구석으로 시원하게 차 넣었다. 일본의 스즈키 자이온 골키퍼가 방향을 읽고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도저히 막아낼 수 없는 속도였다.

일본 벤치에서는 부랴부랴 아사노 타쿠마와 호소야 마오 두 선수를 급히 들여보냈지만 이란 골문을 제대로 위협하지 못하고 추가시간 10분이 되어 마 닝 주심의 종료 휘슬 소리를 듣고는 서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렇게 아시안컵에서 일본을 처음 이긴 이란은 이제 2월 7일(수) 밤 12시 도하에 있는 알 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카타르 vs 우즈베키스탄' 승리 팀과 결승 진출 티켓을 다투게 된다. 

2023 AFC 아시안컵 8강 결과
(2월 3일 오후 8시 30분,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 알 라얀)

이란 2-1 일본 [골-도움 기록 : 모함마드 모헤비(55분,도움-사르다르 아즈문), 알리레자 자한바크쉬(90+6분,PK) / 모리타 히데마사(28분)]

이란 (4-2-3-1 포메이션)
FW : 사르다르 아즈문(90+9분↔카림 안사리파드)
AMF : 모함마드 모헤비(90+8분↔메흐디 토라비), 사만 고도스(90+8분↔루즈베 체쉬미), 알리레자 자한바크쉬
DMF : 사에이드 에자톨라히, 오미드 에브라히미
DF : 밀라드 모함마디, 쇼자 칼릴자데, 호세인 카나니, 라민 레자에이안
GK : 알리레자 베이란반드

4강 일정
한국 vs 요르단 (2월 6일 밤 12시,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알 라얀)
이란 vs {카타르-우즈베키스탄 승리 팀} (2월 7일 밤 12시, 알 투마마 스타디움 - 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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