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알바'처럼, '이강인→설영우' 가능성 보였다… 4강 비밀무기 '풀백 향한 전환패스'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뛰어난 윙어가 자기 옆의 풀백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쪽 풀백을 잘 활용하는 패턴 플레이는 유럽축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효율적인 공격이다. 한국도 이강인, 설영우를 통해 이 패턴의 가능성을 봤다. 4강 이후 비밀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은 지난 3일(한국시간) 2023 카타르 아시아컵 8강전에서 호주와 1-1 무승부 후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며 4강에 올랐다. 4강전은 7일 요르단을 상대로 열린다.
한국은 8강 호주전에서 전반전 내내 일방적인 우세로 경기를 진행했지만 막상 골을 만들지 못했고, 오히려 전반 41분 크레이그 굿윈에게 선제실점을 내주며 끌려간 바 있다. 골만 없었던 게 아니라 공은 오래 잡았지만 슛 자체를 하지 못했다.
한국의 높은 점유율이 골로 연결될 뻔했던 가장 좋은 기회가 이강인과 설영우의 조합에서 나왔다. 오른쪽 윙어 이강인이 왼발로 찍어 찬 패스가 중앙의 공격수들이 아닌 설영우를 향했다. 왼쪽 수비수 설영우가 문전까지 파고들어 수비의 등 뒤에서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냈다. 설영우가 원터치로 내준 공을 황인범이 밀어넣었지만, 간발의 차로 설영우의 어깨가 조금 앞서 있었기 때문에 오프사이드에 걸렸다.
파포스트의 설영우를 노리는 패턴은 앞선 16강전에서도 한국의 가장 큰 무기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상대로 후반전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는데, 김태환의 왼발 크로스를 설영우가 머리로 떨어뜨린 뒤 조규성이 마무리한 바 있다.
한쪽 윙어가 공을 끌며 상대 수비의 시선을 집중시켰을 때, 그가 찍어 찬 패스를 반대쪽 측면에 있는 선수가 침투하면서 받아 다시 문전으로 원터치 패스하는 패턴은 유럽 정상급 팀에서도 곧잘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건 리오넬 메시와 조르디 알바의 조합이다. 왼발잡이 오른쪽 윙어로 주로 활약하던 메시는 라이트백 다니 아우베스가 건재할 때 환상적인 호흡을 보였지만, 아우베스 이후 호흡을 맞출 오른쪽 파트너가 애매해지자 오히려 왼쪽의 알바를 적극 이용했다. 메시가 상대 수비의 시선을 모두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면, 레프트백 알바가 빠른 스피드와 날카로운 판단으로 상대 문전까지 파고들며 메시가 찍어 찬 패스를 받아내는 방식이다. 두 명의 조합이 '메알단'이라는 농담까지 있었다. 이들은 바르셀로나를 떠나 미국의 인터마이애미에서도 다시 합을 맞출 정도로 좋은 콤비였다.
메시뿐 아니라 플레이메이커 성향의 윙어가 있는 팀은 반대쪽 측면자원의 문전 침투와 원터치 패스를 잘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찍어 찬 패스를 파포스트로 크게 벌려준 뒤, 이를 받은 선수가 문전으로 간결하게 떨어뜨리면 상대 수비를 좌우로 크게 흔들며 가운데서 마무리하는 선수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 이탈리아의 나폴리가 잘 나갈 때 로렌초 인시녜와 호세 카예혼, 아탈란타가 돌풍을 일으킬 때 파푸 고메스와 한스 하테부어 조합이 보여주던 공격 방식이다.
이강인이 이번 대회 전체를 통틀어 가장 폭발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풀백과의 조합에서는 매번 아쉬움을 남겼다. 오른쪽 풀백으로 대회 초반에는 설영우, 최근에는 김태환이 라이트백을 맡고 있는데 좁은 지역에서 이강인과 공을 주고받으며 상대를 붕괴시키는 플레이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설영우가 왼쪽으로 옮겨 간 뒤 이강인의 패스를 받을 때 가끔이지만 더 위력적이었다. 설영우는 공을 잡고 혼자 상대 수비를 돌파하기보다는 동료들과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좋은 위치선정으로 마무리 패스를 시도하는 선수다. 사우디전 막판 설영우가 파포스트를 잘 이용하면서 한국이 득점기회를 양산할 수 있었다.
이 패턴은 꼭 설영우가 아니라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개막전 전부터 달고 있던 부상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한 김진수가 장차 출장 기회를 잡을 경우에도 잘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김진수는 오른쪽에서 크로스가 올라올 때 문전으로 파고들며 헤딩 기회를 노리는 플레이가 특기인 풀백이다. 중앙의 조규성 등이 미끼 역할을 할 때 김진수가 낙하지점을 잘 찾아 위협적인 슛을 날리거나, 문전으로 공을 되돌려주는 플레이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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