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 확실하지만…" 美민주당 첫 경선 관전 포인트 [르포]

김형구 2024. 2. 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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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첫 공식 경선 절차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경선)가 3일(현지시간) 열린 가운데 사우스캐롤라이나 컬럼비아의 세인트 앤드류 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컬럼비아=김형구 특파원

“트럼프는 감옥에 있어야 할 사람입니다. 그가 대통령일 때 잘한 정책이 있으면 한 가지만 대 보세요.”(익명의 50대 백인 남성)
“트럼프를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지지자들은 잘못된 정보에 속고 있어요.”(비키 벡ㆍ67)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첫 공식 경선 절차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경선)가 3일(현지시간) 열린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민주당원들은 그의 유력한 경쟁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도(州都) 컬럼비아 내 투표소 가운데 웨스트 컬럼비아 커뮤니티센터와 세인트 앤드류 중학교 등 두 곳을 둘러봤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 가운데 인터뷰를 사양한 4명을 빼고 10명이 질문에 답했다. 지지 후보를 공개하지 않은 3명을 제외하고 남은 7명은 모두 다음 대선 후보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그를 지지하는 이유로는 민주주의 수호, 호전된 경제, 여성 낙태권 보호, 인종을 비롯한 다양성의 가치 수호 등 다양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첫 공식 경선 절차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경선)가 3일(현지시간) 열린 가운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도(州都) 컬럼비아 내 웨스트 컬럼비아 커뮤니티센터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한 유권자를 중앙일보가 인터뷰하고 있다. 컬럼비아=중앙일보 워싱턴 총국

웨스트 컬럼비아 커뮤니티센터에서 만난 톰 질레트(78)는 “중동 전쟁으로 소란스럽기는 하지만 바이든은 확실히 좋은 대통령”이라며 “분열된 미국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지도자는 바이든뿐”이라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익명을 원한 50대 남성은 “우리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표해야 한다. 회복되고 있는 경제를 생각할 때도 정답은 바이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세인트 앤드류 중학교에서 만난 앤 디그라(55)는 바이든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는 고령 리스크에 대해 “그는 여전히 건강하고 활력이 넘친다. 트럼프도 곧 80세”라며 “바이든이 의료보험, 대학 학자금 대출탕감 정책 등 가난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폈다는 사실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는 뚜렷한 경쟁 주자가 없는 바이든 대통령의 무난한 대승이 예상되지만, 유의미한 관전 포인트가 몇 가지 있다. 민주당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할 것인가(투표율), 또 4년 전 민주당 대선 경선 때 바이든 대통령에게 압도적 몰표를 던졌던 흑인 유권자들에게서 감지되는 지지층 이탈의 실체가 확인될 것인가 여부다.


관전포인트① 투표율…“투표 열기 기대 미흡”


이번 프라이머리의 투표율이 갖는 의미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의 승리는 확실시되지만 관심은 바이든을 찍으러 나온 유권자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라며 “투표율의 크기는 바이든이 갖는 경쟁력의 크기”라고 짚었다. 중앙일보가 방문한 웨스트 컬럼비아 커뮤니티센터 투표소는 오후 2시 30분 기준 61명, 세인트 앤드류 중학교는 오후 3시 30분 기준 254명이 투표를 마친 것으로 조사됐다. 투표소 분위기는 대체로 한산했다. 두 투표소 관리 직원들은 각각 “예상했던 것보다 투표자 수치가 낮다”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기대했는데 열기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첫 공식 경선 절차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경선)가 3일(현지시간) 열린 가운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도(州都) 컬럼비아 내 웨스트 컬럼비아 커뮤니티센터에 마련된 투표소가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다. 컬럼비아=중앙일보 워싱턴 총국

민주당의 이번 경선은 영하 20~30도의 혹한 속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붙으며 치열한 승부를 벌였던 지난 1월의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ㆍ15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23일)보다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소가 막판에 갑자기 바뀌어 꽤 혼란스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웨스트 컬럼비아 커뮤니티센터 투표소에서 만난 “원래 항상 교회에서 투표를 해 왔는데 이번엔 갑자기 변경돼 당황했다”며 “투표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에 수소문을 한 끝에 커뮤니티센터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적잖이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세인트 앤드류 중학교에서 만난 코리(49) 부부도 “투표소 변경이 있었다는 사실을 바로 어제까지도 까맣게 몰랐다”며 “이런 혼란은 유권자 입장에서 상당히 불쾌한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정부의 선거 관리에 의문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제이미 해리슨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투표소 막판 변경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건 너무나 역겨운 행태”라며 “유권자들의 선거권이 박탈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NYT에 말했다.


관전포인트② 흑인 민심…“바이든 정책 지지”


이번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는 민심 이반이 감지됐던 흑인 유권자 표심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록 유권자(약 325만 명) 중 흑인 유권자는 약 79만3500명으로 26%를 차지한다. 다른 주 흑인 유권자 비율의 두 배쯤 된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던 흑인 유권자 가운데 상당수가 등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말 공개된 AP통신ㆍ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여론조사 결과, 흑인 성인의 50%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7월 같은 조사에서는 86%에 달했던 지지율이 약 2년 반 만에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첫 공식 경선 절차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경선)가 3일(현지시간) 열린 가운데 사우스캐롤라이나 컬럼비아의 세인트 앤드류 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 쉴라 매코믹이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컬럼비아=중앙일보 워싱턴 총국

중앙일보가 만난 흑인 유권자 총 10명에서 인터뷰에 응한 6명 중 지지 후보를 공개하지 않은 사람이 2명이었고, 나머지 4명은 모두 바이든을 찍었다고 했다. 흑인 여성 앤 디그라는 바이든에 대한 흑인 유권자 지지율이 최근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에 대해 묻자 “그렇게 보이게 만들고 싶은 언론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려는 많은 사람들은 바이든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흑인 여성인 쉴라 매코믹(71)은 “조금 전 CNN 방송과 인터뷰한 한 흑인 여대생은 트럼프가 바이든 정부의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을 철회할 것이라는 점에 매우 실망해 바이든을 찍겠다고 했다”며 “바이든에게서 등 돌린 사람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펴 온 친서민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컬럼비아=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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