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2년 계약 선물…김상수 "가을야구로 보답하고 싶다" [괌 인터뷰]

김지수 기자 2024. 2. 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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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괌, 김지수 기자) "구단에서 대우해 주신 만큼 가치를 보여드리겠다. 더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롯데 자이언츠 베테랑 우완 김상수는 2024 시즌을 앞두고 구단과 비(非) 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2025년까지 롯데 유니폼을 입는 게 확정된 상태에서 지난달 31일 괌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다년 계약은 김상수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박준혁 롯데 단장은 김상수가 롯데에서 꼭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했고 순조롭게 계약 조건을 조율한 끝에 2년 계약이 합의됐다.

김상수는 지난 3일 괌 데데도 야구장에서 오전 훈련을 마친 뒤 "롯데에 더 큰 애정이 생기고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며 "다년 계약을 해주셨다는 건 더 좋은 성적, 좋은 모습을 보여달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보다 더 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상수는 지난해 롯데 불펜에서 단비 같은 역할을 해줬다. 67경기 52이닝 4승 2패 1세이브 18홀드 평균자책점 3.12로 뛰어난 피칭을 보여줬다. 올 시즌 역시 중간에서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1987년생인 김상수는 2006년 신일고를 졸업하고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5번으로 입단한 특급 유망주였다. 2009 시즌 종료 후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 히어로즈로 둥지를 옮긴 뒤 상무에서 군복무를 거쳐 2016 시즌부터 잠재력을 터뜨렸다. 67경기 74이닝 6승 5패 21홀드로 리그 정상급 불펜 요원으로 거듭났다.

김상수는 2017 시즌에도 60경기 61⅓이닝 15세이브 9홀드, 2018 시즌 58경기 55⅔이닝 2승 3패 18세이브 14홀드로 영웅군단 불펜의 기둥 역할을 해줬다.

김상수 최고의 순간은 2019 시즌이었다. 67경기 56⅔이닝 3승 5패 40홀드 평균자책점 3.02의 성적을 기록했다.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홀드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물론 역사상 첫 '40홀드'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김상수는 2021 시즌 SSG 랜더스로 이적 후 50경기 58⅓이닝 4승 3패 6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5.09로 주춤했다. 2022 시즌에는 1군 8경기 등판에 그치며 팀 내 입지가 급격하게 좁아졌고 방출 통보를 받았다.

김상수는 방출의 아픔을 금세 털어냈다. 여러 구단에서 여전히 투수 김상수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고 영입 제안으로 이어졌다. 김상수는 롯데가 내밀어 준 손을 잡고 부산으로 몸을 옮겼다.

김상수는 지난해 롯데에서 2021, 2022 시즌의 부진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멋지게 부활했다. 야구 외적으로도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십도 큰 호평을 받았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김상수는 사직 홈 경기 때 가장 먼저 출근해 게임을 준비한다. 1년 내내 자기 루틴을 꾸준하게 지키면서 단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며 "항상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모범적인 베테랑으로서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준다"고 귀띔했다.

롯데는 최근 몇 년간 베테랑보다 젊은 선수들을 1군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유망주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제공하는 취지는 좋았지만 선수단에 전체적으로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는 2024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에 변화가 크다. 먼저 두산 베어스를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로 이끌었던 '명장'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2023 시즌 주장을 맡았던 주전 2루수 안치홍이 한화 이글스로 FA 이적했지만 사인 앤 트레이드를 통해 베테랑 내야수 김민성을 영입, 전력 출혈을 최소화했다.

김민성 역시 키움 히어로즈(2010-2018) 시절과 LG 트윈스(2019-2023)에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능력에 리그 평균 이상의 타격, 후배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으로 호평받았던 선수다.  

롯데의 부족했던 좌완 불펜 자원도 수혈됐다. 베테랑 진해수, 임준섭의 합류로 올해 불펜 운영의 폭이 넓어졌다. 지난해 정규리그 7위로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던 가운데 2024년은 '무조건 가을야구'를 겨냥 중이다.

김상수는 "내 나이 또래 친구들이 새롭게 많이 합류하면서 팀 분위기가 더 좋아진 것 같다"며 "주장 전준우 형과 겨우내 많이 소통하는 자리를 가졌다. 등산도 다녀왔고 식사도 자주 했다. 베테랑들이 준우 형에게 힘이 되어줘야 하고 팀을 잘 이끌어야 한다"고 책임감을 언급했다.  

김상수는 내년까지 계약이 보장된 데 대해서도 안정감보다는 책임감, 부담감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떠올리고 있다. 구단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준 만큼 보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상수는 "사실 다년 계약이 내가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안정감을 준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더 부담스럽다. 구단의 기대치에 걸맞은 활약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수는 다만 지난해 롯데에서 처음 제대로 느꼈던 '부산의 야구 열기' 부흥을 위해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관중들이 가득 들어찬 사직야구장에서 뛸 수 있다는 건 선수로서 대단한 혜택이라고 느끼고 있다.

김상수는 "롯데팬들에게 가을야구로 보답하고 싶다. 올해는 롯데가 지난 몇년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KBO리그 전체를 위해서라도 우리 롯데가 더 잘 돼서 정규시즌 최다 관중 기록을 2024년에 꼭 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지난해 사직 홈경기 때 많은 팬들 앞에서 승리했을 때마다 너무 짜릿했다. 우리 상승세가 길게 가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다"며 "선수들에게 항상 팬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꼭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ㄷ. 

사진=롯데 자이언츠/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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