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수, 월급 다 줄이자"…한동훈표 파격 공약, 노림수는
수원서 띄운 '경기도분도·철도지하화' 등
이슈 선점…'정치개혁안'도 野 보다 빨라
반명 색채 뚜렷…중도층 지지효과 기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꺼내드는 공약들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안들을 먼저 꺼내들면서 소위 진보 진영보다 더 진보적인 이미지를 드러내는 한편, 지역 맞춤형 공약으로 격차 해소라는 이슈까지 선점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한 위원장의 공약들이 좌우 진영을 가리지 않고 뚜렷한 반(反)이재명의 색채를 내고 있는 만큼 중도층을 흔들 수 있는 메시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은 3일 경기도 김포시에서 열린 '김포-서울 통합 염원 시민대회'에 참석해 "내가 비대위원장이 되기 전까지는 국민의힘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더불어민주당은 경기분도를 주장하면서 양쪽이 양립불가인 것처럼 맞서왔다"면서 "이제 국민의힘은 발상을 전환했다. 동료시민들께서 원하는 대로 하겠다. 서울 편입도, 경기 분도도 해당 주민의 뜻을 존중해서 모두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 동료시민이 원하면 나는, 국민의힘은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경기 구리시 구리전통시장을 찾아 "구리에는 서울시 편입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며 "지역에 계시는 시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해 당파성이라든가, 누가 먼저 주장했는지 따지지 않고 그 뜻에 맞춰 실효적이고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진행해드리겠단 약속을 드린 것"이라고 말하며, 구리의 서울 편입 가능성을 띄운 지 하루 만에 김포의 민심까지 뒤흔든 것이다.
한 위원장이 지역 맞춤형 공약을 꺼내든 건 구리와 김포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수원을 찾은 자리에서 '철도 지하화'를 꺼낸 것이 대표적이다. 한 위원장은 수원 천천동의 한 육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주민과 만나 "철도 지하화가 수원의 고착화한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해당 이슈를 선점한 바 있다.
이 같은 공약의 파급력은 더불어민주당이 급히 뒤따를 정도로 컸다. 실제로 민주당은 한 위원장이 수원의 철도 지하화 공약을 꺼낸 이튿날인 이달 1일 철도·광역급행철도(GTX)·도심철도 도심 구간 지하화 공약을 내놨다.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는 "여당은 실천력을 증명하면 된다"며, 국민의힘이 철도 지하화 공약을 먼저 낸 것을 의식하는 발언을 꺼내기도 했다.
민주당의 반발에도 한 위원장은 "우리는 실천할 것"이라는 메시지로 조곤조곤 반박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지금까지 내놓은 총선 공약인 △'일·가족 모두 행복' 저출산 대책(1호) △늘봄학교 확대와 돌봄 서비스 격차 해소(2호) △'서민·소상공인 새로 희망'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 및 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 재도입(3호) 등에서 재원 마련에 전혀 문제가 없고 정부·여당이기에 실천할 수 있단 점을 강조했다.
특히 한 위원장의 공약들이 눈길을 끄는 건 진영을 가리지 않는 포용성 때문이다. 한 위원장이 띄운 '메가시티론'은 김기현 전 대표가 띄운 공약이었고, '경기도 분도'는 민주당 소속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내놓은 공약을 수용한 것이다. 즉,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정치에서 뭔가를 선점한다는 건 생각보다 큰 효과가 있다. 한 위원장이 얘기하는 건 모조리 뜨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똑같이 얘기한다고 그쪽 얘기가 들릴 리 없다"며 "한 위원장이 포퓰리즘 같은 단어까지 스스럼없이 쓰지 않느냐. 그 단어의 어감이 어떻든 간에 민주당 입장에선 이슈몰이가 안돼서 애가 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위원장이 지속해서 던지고 있는 '정치개혁안' 역시 노리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중이란 얘기가 나온다. 한 위원장은 지난 1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고, 단순한 고위공직자가 아니다"라며 "임무가 중하고 영예가 높으니까 (세비도) 높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직역이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우리 국민들 중위소득에 해당하는 정도의 액수를 세비로 받는 것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세비'(歲費)는 국회의원 보수를 뜻한다. 올해 국회의원 세비는 지난해보다 1.7% 오른 1억57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금액을 통계청이 조사한 지난해 중위소득(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인 4인 가구 기준 월 540만원까지 낮추자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우회적인 반발이 나왔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일 BBS라디오에 나와 "중앙정부에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공직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유일하다"며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고위공직자에 대해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삶과 동일하게 세비와 연봉을 결정하겠다면 존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세비를 낮추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이 내놓은 다른 정치개혁안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반응은 비슷했다. 한 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를 제안했지만 민주당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또 △금고형 이상 확정시 재판 기간 중 세비 반납 △당 귀책으로 재·보궐선거시 무공천 △국회의원 정수 50명 감축 △출판기념회로 정치자금 수수 관행 금지 등 다른 정치개혁안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 역시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한 위원장의 메시지에서 반(反)이재명이란 뚜렷한 색채를 읽어낼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반이재명을 통해 민주당 이외 중도층을 흡수하려는 전략을 쓰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 한 위원장이 꺼내는 정치개혁안들을 보면 이재명 대표가 절대 받을 수 없는 것들"이라며 "특히 불체포특권을 한 번 입에 담았다가 스스로 메시지를 냈던 이 대표의 행태 등을 생각하면 이미 신뢰가 없다는 게 증명이 됐고 이제 국민들도 거짓말이란 걸 알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자 외 국민들의 표심을 뒤흔드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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