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복 공격 시작… 전략폭격기 B-1랜서 동원 정밀 공습
미국이 친(親) 이란 연계세력에 대한 보복 공격을 시작했다. 전략폭격기 B-1 랜서 등을 동원해 이라크와 시리아, 예맨 내 120곳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했고, 수십 명의 사상자도 나왔다. 이란은 역내 긴장을 키우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일단 군사적 대응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공언대로 보복을 시작하고 추가 공격까지 약속한 만큼 확전 여부를 결정할 공이 이란에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국방부는 3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군은 호주, 바레인, 캐나다, 덴마크, 네덜란드, 뉴질랜드의 지원을 받아 예멘 내 13개 지역 36개 후티 목표물에 대해 공격을 했다”며 “이번 공격은 후티 반군이 파묻은 무기 저장 시설과 미사일 시스템 및 발사대, 대공방어 시스템, 레이더 관련 장소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와 별도로 성명을 통해 “미군은 홍해 선박을 향해 발사할 준비를 마친 후티 반군의 대함 순항미사일 6기를 자위권 차원에서 타격했다”며 “해당 미사일이 미 해군 함정과 상선에 임박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중부사령부는 또 예멘 인근에서 드론 8개를 격추하고 지상에 있는 4대의 드론도 파괴했다.
이번 공격은 미국이 전날 시리아와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를 향한 공격을 시작한 하루 만에 이뤄졌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성명을 통해 “내 지시에 따라 미군은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연계 민병대가 미군을 공격하는 데 사용하는 시설을 공격했다”며 “우리 대응은 이날 시작됐으며, 우리가 선택한 시간, 장소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중동이나 세계 다른 곳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우리를 해치려는 사람들에게 ‘미국인을 해치면 대응한다’는 것을 알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미군은 IRGC와 그들이 후원하는 무장단체가 이용하는 7개 시설 85곳 이상의 목표물을 공습했다”며 “(공격 시설) 3곳은 이라크, 4곳은 시리아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30분간 진행된 공격에 B-1 랜서 전략폭격기를 비롯한 여러 전투기가 동원됐고, 125개 이상의 정밀 무기가 사용됐다”고 말했다.
이번 공습으로 작전지휘통제시설과 정보 시설, 로켓·미사일·무인기 보관 창고 등이 파괴됐고 최소 40명 이상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들 목표물은 민간 피해를 피하려고 세심하게 선택됐다”며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공격에 연결됐다는 분명하고 이론의 여지가 없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가 진행 중이지만 공격은 성공적이었다고 본다”며 “우리는 미국인에게 해를 가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일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미 IRGC와 배후 세력에 대해 여러 단계의 지속적인 보복이 있을 것을 밝혀왔다. 커비 조정관도 “공격은 오늘로 끝나지 않고 추가적인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이란과의 갈등을 추구하지 않으며, (이번) 공격의 목적은 이란과의 전쟁이 아니라 IRGC와 관련 단체들의 공격을 저지하는 것”이라며 “요르단에서 미군 3명이 사망한 이후 이란과 어떤 소통도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번 공습은 이란의 대응 의지를 알아보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 성격이 짙다. 이란 영토 내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지 않았고, IRGC 쿠드스군의 고위 지도자를 목표로 하지도 않았다. 이는 미군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서도 동시에 확전을 피해야 하는 복잡한 책임을 안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란이 아닌 미군 공격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신호를 분명히 하면서 이란이 섣불리 확전에 나서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저항의 축’(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 및 시리아 내 민병대 등)의 많은 역량을 해체할 것임을 대외적으로 분명히 해야 했고, 참모들은 이번 공습이 IRGC 이란 혁명수비대가 사용하는 시설을 겨냥해야 한다고 신속하게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군의 지도부를 참수하거나 이란을 직접 위협하지 않고 주로 시설과 지휘 센터를 공격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란 내부에 대한 공습은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라크 등에 공습을 사전 통보했다고 한다.
이란의 반응은 일단 신중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이라크 및 시리아 공격은 역내 긴장과 불안을 키우는 또 다른 모험이자 전략적 실수”라며 “이라크와 시리아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우리는 어떤 전쟁도 시작하지 않을 것이지만 우리를 위협한다면 강력한 대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공습에 대해 비난했지만, 후속 행동을 언급하지 않은 비교적 온건한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NYT는 다만 “미국의 공습으로 확전의 주도권이 이란으로 넘어갔다”며 “미국은 이란이 전면전을 벌이는 것에 이득이 없다고 판단하길 원하지만, 이란에 의존하는 이란 대리 세력들까지 그런 결론을 내릴지는 확실치 않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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