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 20명인데…일본 축구 대망신, 왜? [알라이얀 현장]
(엑스포츠뉴스 알라이얀, 권동환 기자) 호화로운 선수 명단을 자랑하던 일본 축구대표팀이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인해 대회 8강에서 일찍 짐을 쌌다.
일본은 3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8강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을 허용해 1-2로 역전패했다.
이번 아시안컵에 참가한 팀들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높은 양 팀(일본 17위, 이란 21위)은 8강에서 맞붙었다. 일본은 16강에서 바레인을 3-1로 완파해 8강 진출에 성공했고, 이란은 승부차기 끝에 시리아를 제압하고 올라왔다.
대회 우승 후보 간의 맞대결에서 선제골을 터트린 건 일본이었다. 전반 28분 모리타 히데마사가 선제골을 터트리면서 이란은 전반전을 0-1로 마쳤지만 후반 10분 모함마드 모헤비가 동점골을 터트리면서 경기 균형을 맞췄다.
이란은 계속 일본을 압박했지만 승리에 필요한 역전골을 좀처럼 만들지 못했다. 경기가 후반 추가시간에 접어들면서 양 팀은 연장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일본 수비수들이 터무니 없는 실수를 저지르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문제의 상황은 이날 센터백 조합으로 나선 이타쿠라 고와 도미야스 다케히로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두 선수는 어려운 상황이 아님에도 함께 공을 걷어내려다 그만 동선이 꼬여 공을 뒤로 흘렸다. 이때 이란 센터백 호세인 카나니가 공을 차지하는데 성공했고, 이타쿠라가 다급하게 뒤에서 태클을 걸어 카나니를 넘어뜨리면서 이란의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이후 페널티킥으로 나선 알리레자 자한바크시가 깔끔하게 킥을 성공시키면서 경기는 일본의 1-2 패배로 마무리. 이란이 준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일본 입장에선 충격적인 결과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팀들 중 FIFA 랭킹이 가장 높고, 상대는 직전 경기였던 16강 시리아전 때 120분 혈투를 치르고 온 이란이었다. 또 이란 핵심 공격수 메흐디 타레미가 시리아전 때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해 1경기 출장 정지 징게를 받아 일본전에 나서지 못했다.
물론 일본도 핵심 자원 중 한 명인 이토 준야가 토너먼트를 앞두고 성범죄 혐의로 고소를 당해 대표팀에서 퇴출됐지만 그래도 전력이 워낙 막강해 이란전 승리가 예상됐지만 결과는 충격적인 역전패였다.
이란한테 고개를 숙이면서 일본은 예상보다 일찍 짐을 싸야 했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역대 최고의 스쿼드라는 호평을 받은 일본은 2011년 카타르 대회 우승 이후 13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을 노렸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총 엔트리 26명에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스페인,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포르투갈, 벨기에에서 뛰는 유럽파 20명을 불러들여 그야말로 초호화 명단을 꾸렸다. 나머지 6명은 일본 J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5명, 그리고 카타르 알 라이얀에서 뛰는 수비수 다니구치 쇼고다.
이탈리아 명문 라치오에서 뛰는 가마다 다이치, 지난 시즌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 득점왕 후루하시 교고가 엔트리에서 탈락할 정도다.
게다가 최근 A매치 전적도 화려해 지난 9일 요르단과의 비공개 평가전까지 합치면 대회 개막을 앞두고 10경기 전승, 45득점 6실점이란 가공할 만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 전적을 아시아 팀들하고만 낸 것도 아니다. 지난해 9월엔 유럽으로 날아가 전차군단 독일을 상대 홈에서 4-1로 박살내더니 벨기에에서 튀르키예를 맞아 4-2로 이기기도 했다. 두 팀 모두 일본전 직후 대표팀 감독이 경질됐다.
그러다보니 64년 만의 우승을 기치로 내건 한국 축구에 가장 위협 대상으로 꼽히는 팀이 일본으로 굳어졌지만 막상 대회가 시작하고 나서는 불안 요소가 즐비했다.
먼저 일본이 주전 수문장으로 내세운 스즈키 자이온은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면서 실점을 여러 차례 허용했다. 다만 이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패배의 원흉으론 지목되지 않았다.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된 선수 중 한 명은 바로 일보 축구의 미래 구보 다케후사이다. 구보는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지만, 아무런 활약을 하지 못하고 후반 22분 미토마 가오루와 교체 아웃됐다.
구보는 67분간 뛰며 볼터치 49회, 패스 정확도 67%(18/27), 키패스 1회, 빅찬스 창출 1회를 기록했다. 패스가 유독 끊겼다. 특히 크로스 성공 6회 중 1회로 너무나 부정확했고 턴오버도 19회나 기록해 아쉬움을 남겼다. 소속팀 레알 소시에다드가 책정한 몸값 6000만 유로(약 860억원)에 전혀 미치지 못한 경기력이었다.
또 구보를 대신해 그라운드에 투입된 미토마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조국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미토마 경우엔 그가 부상에서 회복되는 중임에도 대표팀 명단에 포함시킨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대신 비난을 받게 됐다.
미토마는 지난해 12월 경기 중 발목 부상을 입어 아시안컵 참가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모리야스 감독은 대회 중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 그를 최종 명단에 포함시켰다. 미토마는 토너먼트 16강 때 교체로 나오면서 복귀에 시동을 걸었는데, 경기력과 몸 상태가 100%가 아니라 이란전에서 제 실력을 낼 수 없었다.
모리야스 감독은 준결승과 결승전 때 미토마의 능력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적으론 부상에서 회복 중이던 미토마를 발탁한 건 너무 안일한 선택이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일본의 패배는 두 센터백에게 있었다. 심지어 도미야스와 이타쿠라는 각각 아스널(잉글랜드)과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독일)에서 뛰고 있는 세계적인 선수이기에 그들의 황당한 실수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부 팬들이 몇몇 선수들이 제 포지션이 아닌 다른 위치에서 뛰었기에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센터백으로 나선 도미야스는 소속팀 아스널에선 풀백으로 나서는 선수이고, 측면 윙어 자리가 익숙한 구보도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각에선 좋은 선수들을 가지고 아시안컵을 8강에서 일찍 마무리한 모리야스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다시마 고조 일본축국협회(JFA) 회장은 이란전이 끝나고 인터뷰를 통해 "(모리야스 감독의)경질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며 유임할 뜻을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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