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요일日문화]"무덤까지 모셔 드릴게요" SNS 휩쓴 '동심파괴 동요'
죽은 자를 위한 마지막 만찬·잔혹동화 등 해석 분분
"NHK에서 아침에 이 노래를 애들 들으라고 틀어주다니."
요즘 우리나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동영상 배경음악에 일본 노래가 많이 나오는데요. 요리 등 무언가를 만드는 영상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르는 동요가 최근 자주 등장합니다. 바로 '숲속 작은 레스토랑( 森の小さなレストラン)'인데요.
이 노래, 잔잔한 멜로디와 다르게 일본에서는 동심 파괴 동요로 유명합니다. 사실상 어른들을 위한 동요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오늘은 일본에서 분분한 이 동요 해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숲속 작은 레스토랑은 가수 테시마 아오이가 지난해 발매한 노래입니다. NHK 동요 모음 '모두의 노래'에 수록돼 엄연히 분류하면 동요입니다. 아이들이 TV 보는 아침 시간 동요 프로그램에도 송출되는데요.
노래 가사는 이렇습니다. 처음에는 '도토리를 따라가도 도착하지 못한다'는 숲속의 작은 레스토랑에 들어갑니다. 예약은 하나도 없는 조용한 곳 같습니다. 빨간 지붕의 건물에 아기 새가 날갯짓을 하는 여유로운 풍경, 메뉴는 주인장 추천메뉴 한 가지로 소박한 느낌을 주죠. 주방 쪽에서는 바이올린, 플루트, 첼로, 비올라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러나 후반부부터 가사가 좀 이상합니다. "어서 오세요. 실컷 먹고 주무세요. 그럼 여러분 안녕히 주무세요"로 시작해 "카르파초, 빠에야, 전채요리, 리소토. 디저트는 없습니다. 무덤까지 배달해 드립니다. 오늘 밤은 마지막 풀코스로"라는 가사로 끝나는데요.
이 때문에 일본 구글 등 검색엔진에서 이 노래를 검색하면 뒤에 "무서워", "왜 이렇게 가사를 썼을까요" 등의 연관검색어가 뒤따릅니다. 이른바 동심 파괴 노래를 뜻하는 '트라우마 곡'으로도 분류되는데요.
일단 테시마 아오이는 정확히 의도에 관해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은 무서운 가사라도 깊게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흥얼거릴 것"이라며 "외우고 노래하다 보면 어른이 돼서 문득 이런 가사였구나 하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그냥 즐겁게 들어달라"고 NHK에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어른들의 해석이 줄을 이었는데요. 가장 많은 힘을 얻는 설은 '돌아가신 분이 하늘로 올라가기 전 마지막 만찬을 하는 곳'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도토리를 따라가도 도착하지 않는 레스토랑'이라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은 절대 갈 수 없다는 것을 뜻하고, '예약이 하나도 없다'는 뜻은 언제 사람이 죽을지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는데요. 그동안 이승에서의 삶을 고생했다는 뜻으로 준비한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저도 의미를 찾아보던 중 알게 된 것인데, 일본에서는 '숲속의 작은 이별회'로 장례식장 대신 숲속에서 소수가 모여 삼림욕을 하고 식사를 나누면서 고인과 이별한 마음을 치유하도록 하는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를 참고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또 일본 초등학생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주문이 많은 음식점'이라는 동화를 각색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두 청년이 산속에서 길을 잃고 음식점으로 보이는 외딴집에 들어가는데, "이곳은 요구사항이 많은 음식점이니 부디 이해해주세요"라는 문구로 머리를 빗을 것, 신발의 진흙을 털어낼 것, 장신구를 모두 뺄 것 등을 요구합니다.
청년들은 신기해하면서도 "요리 중에 전기를 쓰는 게 있어서 위험한가 봐" 등으로 합리화하며 이에 따르다, 나중에 본인들을 요리하기 위한 괴물의 지시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내용입니다. 결국 여행자를 끌어들여 잡아먹으려는 잔혹동화였다는 해석입니다.
이 밖에도 "가게에 예약이 하나도 없다니 자영업자 입장에서 그게 더 무섭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작사가가 ‘살아있는 것이 힘들다면’ 등 생과 사에 대한 고민을 가사로 종종 담아냈기 때문에,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요. 무심코 지나쳤던 노래지만 생각할수록 상당히 철학적인 가사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어릴 때 내용도 모르고 부르던 노래 가사들이 갑자기 삶의 어느 순간에 와 닿을 때가 있죠. 아이가 크고 난 뒤에도 위로받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줄 수 있는 역할을 동요가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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