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이라 좋았죠” 안재홍·이솜의 ‘LTNS’
한 작품을 두고 두 주연배우의 은퇴설이 불거졌다. 은퇴를 거론할 만큼 사실적이며 날것인 모습들이 가득 담겨서다. 문제의 그 작품은 지난 1일 공개를 마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 6부작인 이 드라마는 높은 수위의 대사와 화면들로 매 회를 빼곡하게 채운다. 특유의 감성으로 사랑받은 임대형 감독(‘윤희에게’ 연출)과 전고운 감독(‘소공녀’ 연출)이 합심한 ‘LTNS’는 상상 그 이상의 도발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삶에 찌든 부부가 불륜 커플을 협박해 돈을 벌려다 벌어지는 이야기. ‘LTNS’는 불륜을 소재로 여러 메시지를 끼워 넣어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LTNS’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배우 안재홍과 이솜을 지난 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안재홍이 소심한 듯 보이나 화를 간직한 남편 사무엘을, 이솜이 공격적인 듯 마음 약한 아내 우진을 연기했다. 두 배우가 함께한 작품은 이번이 세 번째다. ‘소공녀’에서는 애절한 커플을 연기했던 이들은 안재홍이 연출한 단편영화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에서는 감독과 배우로 재회했다. 이번엔 과격한 소시민이다. 첫 회부터 두 사람은 불꽃 튀게 사랑하던 풋풋한 시기부터 권태기에 빠져버린 모습을 보여준다. 부부관계와 관련한 고민부터 성적인 대사들을 잔뜩 주고받는다. 이솜은 “안재홍에 이어 이솜도 은퇴하냐고 하는 반응이 있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전작 넷플릭스 ‘마스크걸’에서 음침한 주오남을 연기해 한 차례 은퇴설이 거론됐던 안재홍 역시 “또다시 은퇴설이 돌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이들은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호기심이 돋았다고 입을 모았다. “자극적이지만 입에 착 달라붙는 대사에서 재미를”(이솜) 느끼고, “어디서도 못 봤던 이야기에 궁금증이”(안재홍) 생겨났다. 여기에, 이미 연이 닿아본 이들이 감독과 상대배우로 함께한다는 소식에 망설임은 사라졌다. 이후부터는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고민이 이어졌다. 두 배우가 주목한 건 생활감이다. 일상과 맞닿은 인물들로 보이길 바라서다.
안재홍이 연기한 사무엘은 현실에서 볼 법한 인물이다. 악바리 근성 없이 한량처럼 살던 그는 불륜 폭로 일을 시작한 뒤 조금씩 달라진다. 내재됐던 울분과 피해의식부터 독기와 묘한 광기까지를 보여준다. “회를 거듭할수록 여러 얼굴을 보여주는” 폭넓은 인물에 안재홍이 끌린 건 당연지사다. “일상적인 면부터 극적인 순간까지 담아내기 위해” 그는 사무엘에게 점점 파고들었다. 우진과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를 비롯해 모든 장면과 대사에 겹겹이 싸인 감정을 간파했다. 내면에 가진 외로움 역시 들여다봤다. 택시를 사무엘만의 아지트로 보고 꾸밈새를 달리하는 등 자신만의 설정을 덧입혔다. 안재홍은 “한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인물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를 통해 사무엘이 실존하는 사람으로 보이길 바랐다”고 했다.
우진을 연기한 이솜 역시 다면적인 인물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겉으론 거칠고 공격적이며 사납지만 굉장히 여리고 눈물이 많은” 게 우진의 매력이란다. 사실적인 감정들과 현실적인 모습을 아우르며 지금의 우진이 탄생했다. 애드리브도 많았다. 자잘한 대사와 추임새를 넣은 덕에 우진이 가진 일상성과 역동성이 도드라졌다. “조금이라도 몸을 사리면 안 될 것 같아 많은 걸 내려놓고 연기”한 덕에 재미난 장면이 여럿 탄생했다. 수위 높은 대사와 차진 욕을 구사하는 우진은 극 말미에 다다랐을 때 말 그대로 ‘미쳐 도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솜은 “그간 보지 못한 감정과 얼굴이 담겨 신기했다”면서 “새로운 이솜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만족해했다.
‘LTNS’는 코미디 장르에 발을 딛고 불륜을 소재로 여러 풍자를 넣었다. 이솜은 “우진과 사무엘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길을 찾는 모습이 도발적”이라며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균형감을 가진 만큼 보는 맛이 좋다”고 확언했다. 안재홍은 “LTNS에 맞는 화법을 찾아 생생함을 전해주고 싶었다”며 “점입가경의 전개를 통해 ‘LTNS’가 가진 광기를 즐겨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매 작품 은퇴설이 돌아도 괜찮다. 언제나 모든 걸 걸고 연기하고 싶다. ‘LTNS’ 역시 그렇게 만든 작품”이라며 미소 지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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