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후보' 일본, 이란에 1-2 역전패…8강서 탈락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 후보로 꼽히던 일본이 8강에서 탈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일본이 '중동의 맹주' 이란에 패해 8강전을 끝으로 짐을 싸게 됐다.
아미르 갈레노이 감독이 이끄는 이란은 3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일본을 2-1로 물리치고 4강에 진출했다.
'난적' 일본을 제압한 이란은 지난 1976년 대회에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이후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밀려 정상 등극에 실패했으나 이번 대회 정상에 서면 48년 만에 우승을 이룬다.
이날 경기 승리는 이란이 일본을 상대로 2005년 3월 이후 무려 19년 만에 거둔 뜻깊은 승리이기도 하다.
반면 아시안컵 최다 우승팀 일본(4회)은 이번 대회에서 5번째 트로피를 노렸으나 4강에도 들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로써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팬들의 기대를 모은 '최정예 한일전'은 볼 수 없게 됐다.
두 팀이 유럽파 핵심 자원까지 모두 포함해 전력으로 맞붙은 것은 지난 2011년 한국이 0-3으로 패한 '삿포로 참사'가 마지막이다. 주축 미드필더 이토 준야가 성범죄 혐의로 고소당해 하차하는 악재를 맞은 일본은 그라운드에서도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반전하지 못하고 짐을 쌌다.
일본과 이란은 AFC 소속 팀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높다. 일본이 17위, 이란이 21위다. 우리나라는 23위로, 두 나라에 이어 세 번째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이날 4-3-3 전형을 내세웠다. 스즈키 자이온 골키퍼를 비롯해 이토 히로키, 도미야스 다케히로, 이타쿠라 고, 마이쿠마 세이야가 수비를 구축했다. 중원은 모리타 히데마사, 엔도 와타루, 구보 다케후사가 지키고 측면 공격에 마에다 다이젠, 도안 리쓰, 최전방에 우에다 아야세가 나와 득점을 노렸다.
아미르 갈레노에이 감독이 지휘하는 이란은 4-2-3-1 전형으로 맞섰다. 알리레자 베이란반드 골키퍼를 비롯해 밀라드 모함마디, 쇼자에이 칼릴자데, 호세인 카나니, 라민 레자에이안이 수비를 구성했다. 사이드 에자톨라이와 사만 고도스가 수비를 보호하고 2선은 모함마드 모헤비, 오미드 에브라히미, 알리레자 자한바크시가 나섰다. 최전방에 사르다르 아즈문이 출격했다.
전반까지만 해도 선제골을 터뜨리는 등 주도권을 쥐고 상대를 몰아붙인 쪽은 이란이 아니라 일본이었다.
전반 28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우에다 아야세와 2 대 1 패스로 단숨에 페널티박스로 전진한 모리타 히데마사는 순간적으로 이란 수비진을 모두 따돌리고 문전에서 오른발 슈팅을 찼다.
살짝 빗맞은 탓에 슈팅에 힘이 강하게 실리지 않았으나 알리레자 베이란반드 골키퍼의 발에 맞고 굴절돼 골망을 흔들었다.
주포 메흐디 타레미가 16강 시리아전에서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해 전력 누수 속에서 일본전을 맞은 이란은 전반만 해도 타레미의 공백을 절감했다. 45분간 일본(4개)보다 많은 7개 슈팅을 찼으나 이 가운데 유효슈팅은 1개뿐이었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함께 이란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뒤집는 데 성공했다. 최후방에서 불안한 공 처리로 조별리그부터 비판이 쏟아진 골키퍼 스즈키 자이온이 패스 실수로 실점 빌미를 줬다.
후반 10분 사르다르 아즈문이 페널티박스로 찔러준 침투 패스를 모하마드 모헤비가 골대 반대편 하단 구석을 찌르는 슈팅으로 연결해 1-1을 만들었다.
어시스트를 기록한 아즈문은 8분 후에는 후방에서 넘어온 롱패스를 받아내더니 페널티지역에서 수비 2명을 제치고 직접 골망까지 흔들었다. 그러나 간발의 차로 오프사이드가 선언, 득점이 무효가 돼 땅을 쳤다.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채택된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SAOT)이 이번 대회에서도 아시안컵 사상 처음으로 채택됐는데 아즈문의 왼팔 어깨가 일본 수비수 도미야스 다케히로보다 약간 앞서 오프사이드가 되고 말았다.
아즈문의 활약으로 주도권을 빼앗기자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후반 22분 구보 다케후사를 주력이 강점인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잉글랜드) 소속 윙어 미토마 가오루와 교체하는 승부수를 뒀다.
그러나 간간이 미토마의 직선적 돌파가 나온 왼 측면을 빼고는 시원한 공격 전개가 이뤄지지 않고, 이란도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소강상태가 나타났다.
두 팀은 연장에 접어드는 듯 했으나 경기 종료 직전 희비가 갈렸다.
후반 추가 시간 문전 혼전 상황에서 호세인 카나니가 골문 앞에서 공을 향해 달려들 때 일본 수비수 이타쿠라 고가 엉겹결에 그를 넘어트린 것이다.
키커로 나선 알리레자 자한바흐시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스즈키가 지키던 골문을 열어젖히며 짜릿한 역전극을 완성했다. 경기 막판까지 교체 카드를 하나도 쓰지 않던 아미르 갈레노이 감독은 역전을 이룬 뒤인 후반 추가시간의 추가시간에서야 3명을 바꾸는 이색적인 용병술을 선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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