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왜 용암해수를 먹는샘물로 만드니?
에메랄드빛 바다로 유명한 제주 월정리해수욕장에서 약 3㎞ 떨어진 제주시 구좌읍에는 1만4985㎡(4533평)의 대규모 공장이 있다. 공장 앞에 놓여있는 것은 의문의 물탱크들이다. 그 안에는 대체 뭐가 담겨 있을까. 이리저리 살펴봐도 겉모습만 보고는 답을 찾을 수 없다.
답은 의외로 싱겁게 찾을 수 있었다. 공장 부지 앞의 입간판, ‘닥터유 제주용암수 생산공장’ 덕이었다. 그러니까 물탱크에 담겨 있는 건 짠맛이 나는 용암해수였다. 공장의 각종 공정을 거치면 짠맛의 바닷물은 미네랄이 풍부한 음용수로 바뀐다. 먹고 싶지 않은 짠물을 맛좋은 먹는 물로 바꾸는 이곳은 오리온 ’닥터유 제주용암수’ 생산 공장이다.
제주의 오름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원수탱크에는 짠맛이 나는 용암해수가 담겨있는데, 오리온은 이 물을 가공해 깨끗한 먹는 물을 만들어낸다. 2019년 ‘글로벌 종합식품∙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음료사업의 일환으로 제주용암수는 생산되기 시작했다.
최근 다녀온 이곳의 포장 라인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정수와 배합을 거쳐 용기에 담겨진 용암수가 쏟아지는 광경이었다. 용암수의 생산 라인은 1분에 530㎖ 생수를 최대 900개 생산한다. 1시간에 5만4000개, 8시간 기준 40만개까지 생산이 가능하다.
용암수는 제주테크노파크의 용암해수센터에서 받은 용암해수를 원료로 만들어진다. 용암해수는 바닷물이 섬 지하로 스며들어 땅 밑에 고이는 제주의 청정 수자원이다. 바닷물이 구멍 난 여러 층의 현무암을 통해 흘러들어오기 때문에 자연 여과 과정을 거치게된다. 바닷물이면서 땅밑에 있기 때문에, 깊은 바다에서 취수하는 ‘해양심층수’와 육지의 담수층에서 취수하는 ‘담지하수’의 미네랄을 동시에 갖고 있다.
용암수의 용기 디자인에는 이같은 용암해수의 특징이 담겨있다. 플라스틱 용기에 세로선과 가로선을 음각으로 새겼는데, 세로 줄무늬는 용암이 흘러내리며 굳은 주상절리를, 가로 줄무늬는 수평선을 의미한다. 각각 육지의 미네랄과 바다의 미네랄을 상징하는 것이다.
제주도는 용암해수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세계 유일한 지역이다. 미국의 하와이, 일본의 오키나와 등 다른 화산섬에서도 용암해수가 형성되긴 하지만 사업화할 수 있을 만큼 양이 충분하지 않다. 용암해를 원수 그대로 받아 자체 처리과정을 거쳐 먹는 물을 만드는 곳도 오리온이 유일하다.
용암해수는 땅을 뚫어 지하 150m에서 뽑아내기 때문에 원수에는 진흙이 섞여 있다. 7단계의 정수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담지하수로 만드는 일반적인 생수의 경우 정수만 하면 되지만, 용암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역삼투압 방식으로 염분을 제거해 정제수를 만들고, 물을 팔팔 끓여 밀가루처럼 하얀 가루 형태의 칼슘을 추출해낸다. 전기분해로 마그네슘도 추출한다. 이렇게 분리한 칼슘과 마그네슘을 오리온의 레시피에 따라 다시 물에 섞는다.
용암수는 물이지만 ‘혼합음료’로 판매된다. 제주도특별자치도법(제주특별법)이 제주도가 설립한 지방 공기업만 제주도에서 나오는 물을 먹는샘물 혹은 먹는염지하수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먹는샘물·먹는염지하수는 자연에서 얻은 물을 필터링만한 생수다. 일반 기업은 추가 공정으로 물의 미네랄 함량을 재배합하는 ‘혼합음료’ 형태로 팔아야 하는데, 그 덕에 물맛과 미네랄을 동시에 잡은 용암수가 탄생한 셈이다.
530㎖ 기준 아연을 5g 넣은 ‘면역수’도 이곳에서 함께 생산된다. 용암수와 비슷한 공정을 거치지만 면역기능에 도움을 주는 아연 함량을 높인 제품이다. 면역수는 혼합음료도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된다. 국내 최초 무색, 무취 물 타입의 건강기능식품이다.
용암수는 2021년 ‘먹는샘물∙정수기 물맛 품평회’에서 워터소믈리에들로부터 ‘최고의 물’로 꼽히기도 했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한 맛일 수 있다. 높은 미네랄 함유량 때문이다. 용암수는 2ℓ 기준 칼슘 132㎎, 칼륨 44㎎, 마그네슘 18㎎이 포함돼있다. 칼슘·마그네슘 함량을 나타내는 경도가 200㎎/ℓ로, ‘경수’로 분류된다. 경수는 미네랄이 적은 연수와 달리 물맛이 무겁다는 평가가 많다.
미네랄이 많은 탓에 요리에 쓰면 음식 맛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용암수로 음식을 하면 식재료의 탄수화물이 더 단단해지는 경향이 발견됐다. 밥은 더 찰져지고, 라면은 꼬들꼬들해진다. 사골육수가 더 잘 우러나기도 한다고 한다.
용암수는 국내 경수 시장의 개척자를 자처한다. 현재 국내 생수 시장은 연수 중심으로 형성돼있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삼다수,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농심 백산수는 각각 경도가 18.8, 26.4, 58.5로 연수에 해당한다. 이들은 모두 담지하수를 정수하는 ‘먹는샘물’이다. 미네랄을 직접 배합해 원하는 농도를 만드는 오리온은 더 경도가 높은 물을 만들 수도 있지만,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고려해 현재 수준의 경도로 만들었다.
오리온은 용암수를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도가 높은 좋은 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바이어들의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며 “오리온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국과 판매처를 확대하고 제품 라인업을 추가하는 등 국내 대표 음료 브랜드로 육성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구정하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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