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으로 쓰러졌던 저, 3주 뒤 세계박람회 갑니다

최호림 2024. 2. 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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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할 때도 못 이뤘던 꿈을 투병과 재활 중에 이루게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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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림 기자]

지난해 4월 1일 만우절, 나는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사망 직전까지 갔었고 중환자실에서 눈을 뜨는 거짓말 같은 사건이 있었다. 당시 나는 아직 40대 후반 나이였기에, 갑작스레 중병을 얻었다는 생각에 우울감과 자괴감이 엄습했었다.

그간 I.O.T, 즉 사물인터넷 제품을 개발하는 회사를 운영해오면서 나는 야근도 불사했고 업무를 위한다는 핑계로 음주도 잦았다. 그런 스트레스를 받아내던 몸은 결국 뇌경색을 만났고, 결국 재활병동에 입원해야 했다. 편마비 증상으로 오른쪽 손이 떨리고, 어지러움증 때문에 혼자 걷기도 힘들었다. 허지만 거의 죽었다가 살아난 경험을 한 후라서 그런지 오히려 이대로 인생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신장비 업체들의 연합기구인 GSMA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1987년 첫 전시회 이후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현재는 ‘모바일 올림픽’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 MWC 공식 모바일 홈페이지
 
평소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죽기 전엔 MWC 전시회에는 한번은 참가해야지!" 라며 꿈꿔왔던 해외 전시회에 내 발명품을 전시하고자 하는 계획을 실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MWC는 Mobile World Congress의 약자로 매년 2월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산업 및 콘퍼런스를 위한 세계 최대의 박람회이다. MWC는 글로벌 IT 트렌드를 제시하는 행사로, IOT 제품을 발명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꿈의 무대와도 같은 전시회다.

어지럼증 때문에 하늘이 빙빙 돌 때는 재활실로 가서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았고 매일 계획대로 작업치료와 물리 치료를 병행했다. 그 와중에 짬이 날 때는 박람회 기사를 찾아봤다. 이번 MWC 2024는 오는 2월 26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된다는 걸 확인하고, 지난해 말부터 병원에서 떨리는 손으로 노트북에 전시회 참가를 위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내가 있는 재활병동에는 환자들이 많았다. 나도 뇌졸중 환자이지만, 불편하게나마 걷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고양이 쥐 생각 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더 열심히 재활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내가 하루라도 빨리 재활병동에서 나가야, 대학병원 재활 병동의 수용 한계 때문에 입원하지 못하는 심각한 환자들이 또 와서 재활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입원하고 재활을 받으며 건강이 조금씩 회복되니 MWC 전시회에 참가하고 싶다는 열망이 더욱 불타올랐다. 그리곤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미리 작성해둔 사업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전라북도 경제통상진흥원의 연구 개발 사업에 지원했고, 이후 서류평가와 발표평가를 모두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연구개발비를 확보한 것이다.

병원에서 재활하며 신제품을 개발하다

하지만 종종 어지럼증이 찾아와 서있기조차 힘들기도 했다. 전시회에 출품할 신제품 제작을 위해 디자인부터 PCB 전자 부품 제조 업체까지 다양한 업체의 사람들이 병원에 와서 도와주었다. 어차피 신제품 개발은 혼자 해오던 일이기에 병원 침대에서 투병하며 아이디어를 계획하고 실행했다. 그렇게 탄생시킨 발명품을 드디어 전국 ICT 공모전에 응모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수상자에게 2024 MWC 전시회 참가 자격이 주어져서였다.

결과는? 전북 전주에 사는 나는 경기 판교까지 가서 발표평가를 하고 대회에서 수상을 하게 되었다. 그 덕에 현재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24 전시회에 한국 기업으로 참가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건강할 때도 이루지 못한 꿈을 투병 중에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아직도 나는 재활병원에 있고, 뇌경색 후유증으로 신경과와 심장과, 재활의학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말이다. 
 
 재활기구 앞에서
ⓒ 최호림
 
요즘 노년에나 발병한다는 성인병이 젊은이들에게도 종종 발생한다는 뉴스가 미디어를 통해 자주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내가 그 뉴스의 주인공이 될 거라고 생각은 못했다. 사실, 이번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나 역시 그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점차 병이 악화되다보니 갑자기 쓰러져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야 했던 것이다. 건강은 역시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20여일 후면 MWC 전시회 참가를 위해 앞서 6개월 이상 입원했던 재활병원에서 퇴원하게 된다. '완치'는 어려운 병이기에 잘 관리하며 같이 안고 가야할 것이다. 다만 평생 꿈꿔왔던 일을 목전에 두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으니 마음 한켠이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복잡다단한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 참가를 통해 나는 또 한 단계 성장할 것이고, 그 과정을 <오마이뉴스> 기사로 다루고 싶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옛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다음 글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2024 전시회 현장에서 보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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