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최대 파벌 해체 초강수 뒀지만…[JAPAN NOW]
연말·연초 일본이 어수선하다. 새해 첫날 규모 7.6의 강진이 일본 혼슈 서부 지역에서 일어난 데 이어 이튿날에는 여객기와 해상보안청 수송기가 충돌해 대형 참사가 일어날 뻔하기도 했다.
그에 못지않게 일본 국민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하는 것은 집권 자민당의 이른바 ‘비자금 스캔들’이다. 자민당 내에는 ‘파벌’로 불리는 여러 개의 정책 집단이 존재한다.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만 해도 최근 탈퇴하기는 했지만 본인 이름을 딴 ‘기시다파(고치정책연구회)’ 소속으로 총리가 됐다.
파벌을 운영하려면 정치 자금이 필요하고 모금을 위한 행사, 소위 ‘파티’를 연다.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입장권을 사야 한다. ‘파티권(입장권)’ 가격은 1장당 2만엔. 개인이나 기업이 행사에 참석하면 이들 입장권 수익은 모두 파벌의 정치 자금 수입이 되는 것이다.
파벌은 파티를 통해 수입이 생길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이를 회계 장부에 적어야 한다. 문제가 된 것은 이 수입 일부를 회계 장부에 적지 않고 자금을 모금한 일부 의원에게 돌려줬다는 것. 예를 들어 A의원이 판매를 할당받은 파티권이 100장이라고 하면, 이보다 많은 150장을 판매했을 때 50장만큼의 금액을 회계 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A의원에게 돌려준 식이다.
회계 장부에서 누락된 금액은 사용에 따른 영수증이 필요 없기 때문에 의원들이 비자금 형태로 맘대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가장 심했던 파벌이 故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속했던 ‘아베파(세이와정책연구회)’고, 총리가 소속됐던 기시다파도 포함했다. 도쿄지방검찰청 특수부가 즉각 수사에 나서 자민당 6개 파벌 중 최소 3곳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자민당 부패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도 비자금 문제는 일본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가뜩이나 낮은 총리 지지율이 ‘퇴진’ 수준으로 떨어지고 자민당도 역대 최저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다.
자민당은 부랴부랴 기시다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치쇄신본부를 만들고 파벌 해체를 포함한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우선 2018~2022년 5년간 정치 자금 6억7503만엔(약 61억원)을 비자금으로 만든 아베파가 결성 45년 만에 파벌 해산을 선언했다.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가 1979년 만든 아베파는 소속 의원 98명을 보유한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이다. 기시다파(46명)와 ‘니카이파(시스이카이·38명)’ 또한 파벌 해체를 밝혔다. 자민당 주요 6개 파벌 중 의원 수가 가장 적은 ‘모리야마파(근미래정치연구회·8명)’도 파벌 해체 검토에 나섰다. 남은 파벌은 아소파(56명)와 모테기파(53명) 정도다.
1955년 자민당 설립부터 파벌 정치 형태로 운영돼온 자민당의 파벌 해체는 큰 사건이다. 하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과거 ‘록히드 게이트’나 ‘리크루트 게이트’ 등 정치권이 얽힌 대형 금융 비리가 터졌을 때도 파벌 해체 얘기는 나왔지만 결국 흐지부지 넘어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시다 총리가 파벌 해산을 선언한 직후 진행된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여전히 정권 퇴진 위기 수준인 23~24%에 머물렀다.
파벌 해체를 밝혔음에도 뒤에서는 이를 ‘정책 집단’으로 전환하려는 꼼수도 나오고 있다. 해산을 선언한 파벌도 이합집산 형태로 새로운 정책 집단을 결성하면 사실상 파벌이 유지되는 셈이다.
여기에 일본은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집권당 총재로 선출돼야 한다. 자민당 총재 선거가 오는 9월에 예정돼 있는데, 이때 기시다 총리가 재선하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표가 중요하다. 결국 파벌을 부활시키고 이들의 집단 표를 받아야 총리가 되므로 현재의 파벌 해체 선언이 진정성을 갖는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5호 (2024.01.31~2024.0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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