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경험해본 사람은 꼭 찾는다는데…저출생 시대 필수품으로 떠오른 간병보험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2. 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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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보험이 현대 사회의 필수 보험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저출생 시대 부모 세대를 직접 부양할 수 있는 자녀 수는 줄어드는 동시에 인구 고령화로 간병이 필요한 인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보험사 판매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에는 손해보험사뿐 아니라 생명보험사까지 관련 상품을 내놓으며 경쟁이 한층 뜨거워진 모양새다.

간병비에 대한 관심은 정치권에서도 뜨겁다. 간병비 부담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며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간병비 부담 완화를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간병비 급여화가 시행될 경우 고객이 내는 보험료와 보험사 상품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재원 마련과 유관 단체의 합의 등 선행돼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며 간병보험이 현대 사회의 필수 보험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남도 제공)
한 달 간병비 400만원 시대

높아진 관심에 정치권 이슈로

이미 간병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수치로 드러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종합병원 하루 간병비는 평균 11만2197원으로 조사됐다. 24시간 간병이 필요한 경우, 하루 최대 간병비가 15만원을 넘나들며 한 달에 4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사례도 빈번하다는 전언이다.

간병비 상승폭도 가파르다. 지난해 5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간병비는 전년 동기 대비 11.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가 평균 3.3% 오른 점을 감안하면 3배 높은 수준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간병 수요의 급격한 증가와 물가 상승에 따라 간병비 오름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이 앞다퉈 간병비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1호 공약으로 ‘간병비 급여화’를 내걸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던 만큼 정부와 여당도 간병비 급여화를 서둘러 추진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민 간병 부담 경감 방안’을 내놓고 간병비를 2027년부터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현재 100% 환자가 부담하는 간병비를 국가가 지원해 30~5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올해 7월부터는 전국 병원 10곳에서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경쟁 과열에 보장 한도 축소

급여화 여부에 보험사 ‘예의 주시’

간병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최근 간병보험은 보험사 필수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1월 24일 기준 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흥국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NH농협손해보험 등이 ‘간병’이라는 이름을 내건 상품을 판매 중이다.

간병비 보장을 중점적으로 내세우지 않더라도 다른 상품 안에 간병비 관련 담보가 특약으로 들어간 경우도 상당하다. 삼성화재는 간병보험으로 따로 분류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건강보험 상품에 간병비 관련 담보가 포함돼 있다.

손보사들은 치매와 장기 요양 자금을 함께 보장하거나, 어린이보험·건강보험 등에 특약 형태로 간병비 보장을 담는 등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손보사들이 기록한 치매·간병보험 신계약 건수는 72만2279건에 달한다.

판매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감독원이 한도 상향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손해보험사들은 일제히 보장을 축소했다. 기존 하루 최대 31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었던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입원 일당을 10만원 수준으로 낮추고 다른 보험사 상품과 중복 가입이 불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경우 간호·간병보험 보장 한도는 하루 7만원으로 더 낮아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판매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한도를 축소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이 있었다”며 “간병보험이 지금처럼 많이 팔린 지 오래된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앞다퉈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손보사 경쟁이 치열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생명보험사들이 간병비 보장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재차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생보사들이 기록한 치매·간병보험 신계약 건수는 16만5000건. 손보사의 4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워낙 시장 전망이 좋다 보니 올 들어서만도 삼성생명·AIA생명·메트라이프생명 등이 간병을 보장하는 상품을 줄줄이 선보이는 등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생명은 지난 1월 16일부터 암과 간병에 대한 보장을 강화한 ‘삼성 생애보장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AIA생명은 치매 증상에 따라 진단비와 간병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무배당 AIA 원스톱 든든 건강보험’을 내놨다. 메트라이프생명도 지난 1월 4일부터 특약 추가 시 간병비를 지급하는 ‘(무)360치매간병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상품이 다양해진 만큼, 가입 전 꼼꼼한 보장 내용 확인이 더욱 중요해졌다. 80세 이상 나이에도 보장이 되는지, 보험료가 장기간 납입 가능한 수준인지도 가입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내용이다. 또한 치매에 걸린 후에는 보험 가입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보험 가입 사실을 미리 가족 등 보호자에게 알리고 사전에 보험금 대리청구인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 조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간병비 급여화 여부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간병비가 급여화되면 보험료가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간병비 급여화는 보험사 입장에서도 중요한 이슈다. 상품 구조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약에 가입할 유인이 감소하고 지급보험금이 감소하면서 손해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상당한 변화가 뒤따르는 데 따른 결과다. 향후 급여화 여부에 따라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아직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상품 변경에 대해 언급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큰 틀이 바뀌면 그에 맞춰 상품 구조도 바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인구 구조상 시장 규모가 계속해서 커질 것이라는 의견과 간병비 급여화가 시행되면 시장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급여화가 시행되기까지 산적해 있는 과제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연간 15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추가 재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부터 적자로 돌아선 데다, 매년 진료비 지출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여기에 요양병원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유관 단체와 합의도 필요하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간병비 급여화를 시행할 경우 예상되는 추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라며 “당국이 유관 기관과 환자 쏠림 현상 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5호 (2024.01.31~2024.0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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