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은 명장인가, 양현준 윙백 기용 대성공

후반 막판 교체투입 돼 위력적인 돌파와 개인기 선보여
아시안컵 첫 출전, 생소한 포지션 기용에도 맹활약
클린스만 감독 용병술, 대표팀 위기서 구해

뚜렷한 전술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온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모처럼 승부사다운 기질을 발휘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 오전 0시 30분(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서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2015 호주 대회 이후 9년 만에 4강 무대를 밟은 한국은 오는 7일 오전 0시 요르단과 준결승전을 치른다.

쉽지 않은 승부였다. 한국은 전반 42분 황인범(즈베즈다)이 위험 지역에서 치명적인 패스 미스를 범한 것이 실점으로 연결됐다.

호주의 강력한 수비에 고전하며 후반전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가자 클린스만 감독이 승부수를 띄웠다.

그는 후반 39분 오른쪽 측면 수비수 김태환(전북) 대신 공격수 양현준(셀틱)을 투입했다. 수비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지만 동점골을 넣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번 대회 첫 출전에 나선 양현준은 윙백이라는 생소한 포지션에도 측면에서 빠른 스피드와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워 호주 측면을 지배했다.

한국은 후반 추가 시간 손흥민(토트넘)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황희찬(울버햄튼)이 골로 마무리하며 승부를 극적으로 연장전까지 끌고 갔다.

양 팀 모두 혈전을 치르느라 지쳐있었지만 양현준만큼은 연장전에도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연장 전반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로 황희찬의 위협적인 슈팅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양현준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측면에서 개인기를 부리며 공을 잘 간수했고, 번뜩이는 스피드로 호주를 위협했다. 체력이 떨어진 호주 수비진을 양현준의 활력 넘치는 모습에 쉽사리 라인을 올리지 못했다.

결국 분위기는 한국으로 넘어왔고, 연장 전반 13분 황희찬이 얻어낸 프리킥을 손흥민이 직접 처리해 성공시키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K리그 최고 신성으로 꼽히던 양현준은 지난 여름 스코틀랜드리그 명문 셀틱으로 이적에 성공한 뒤 아시안컵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16강전까지 출전하지 못한 양현준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냄으로써 클린스만 감독까지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