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반도 노동자·위안부 동상 철거 바란다"…'한복 조롱' 日의원 또 논란

우익성향 스기타 의원 "거짓기념물 필요없어"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 지지 입장 표명

우익 성향의 일본 국회의원이 일본 내 조선인 노동자나 위안부를 기리는 기념물을 철거하기 바란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3일 일본 자민당의 스기타 미오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군마현의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 기사를 첨부하며 "정말 잘됐다"는 지지 입장을 밝혔다.

스기타 미오 의원.[사진=연합뉴스]

그는 "일본 내에 있는 위안부나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의 비 또는 동상도 이 뒤를 따랐으면 좋겠다"며 "거짓 기념물은 일본에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토에 있는 징용공(일제 강제 동원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동상이라는 설명과 함께 또 다른 사진을 올리고 "사유지여서 철거할 수 없는 상태"라며 "이쪽도 빨리 철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스기타 의원은 일본의 여성 정치인으로 일본 내에서도 극우 성향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강경한 국민보수주의자로 극단적 이민 반대와 친생명(임신한 여성의 배 속에 있는 아기도 생명이기 때문에 낙태는 살인이므로 낙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지지한다.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활동하며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정하고, 2016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참여했을 때 한복 차림 여성을 비꼬는 글을 SNS에 올린 사실이 알려져 일본 법무성 산하 조직으로부터 인권 침해 주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제대로 된 사과는 커녕 '재일특권'(在日特權)의 존재를 주장하는 등 차별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재일특권은 일본의 극우 성향 누리꾼인 '넷우익'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다.

재일특권은 일본 내에서 선주 일본인이 아닌 재일 외국인이 가지고 있는 불필요, 불평등한 자격과 권리 및 그들에게만 제공되는 기업과 정부 기관의 특별 우대 조치가 있음을 주장하려고 만든 단어로 좁은 의미에서 재일조선인들을 대상으로 사용된다.

한편 이번 문제의 발단이 된 현립 공원 '군마의 숲'에 있던 추도비는 현지 주민들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동원 사실을 후대에 알리고 양측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2004년 설치했으나 2012년 행사 도중 '강제 연행'이 언급됐다는 점을 극우단체들이 문제 삼으로 철거 요구를 제기했다.

결국 군마현 당국은 2014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고 시민단체의 소송 제기에 일본 최고재판소는 2022년 지자체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해 철거까지 이르렀다.

추도비 철거 공사는 지난달 29일 착수해 지난달 31일 마무리됐다. 추도비가 철거된 자리는 현재 공터로 남아있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