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내에게 더 맞았다" 아내 폭행혐의 전 공수처 검사 반격

서울중앙지법 전경. 연합뉴스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 공수처 검사 A씨가 오히려 자신이 더 많이 당했다며 맞고소했다.

사건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2월 필리핀으로 여행을 갔던 A씨 부부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택시 차량에서 다툼을 벌였다. 운전기사가 두 사람을 경찰서에 데려갈 정도였고, A씨는 현지 유치장에 갇히기도 했다. 이후 한국에서도 문제가 됐다. A씨는 2022년 11월 아내 폭행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이른바 ‘전 공수처 검사 아내 폭행 사건’으로 알려졌다.

A씨의 주장은 다르다. A씨는 “아내로부터 폭행을 당해 얼굴에 상처가 날 정도로, 쌍방 혹은 아내의 더 심한 폭력적인 행위가 존재했다”며 아내 B씨를 고소했다. 결국 지난해 9월 검찰은 아내도 기소했다. 그렇게 ‘남편의 아내 폭행 재판’과 ‘아내의 남편 폭행 재판’이 시간차를 두고 같은 법원 다른 재판부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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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벙법원 형사21단독 정재용 판사 심리로 열린 아내 B씨의 폭행 혐의 재판에서는 5년 전 필리핀에서 두 사람이 다툰 내용이 재생됐다. A씨가 고성을 지르며 “너보다 전처가 훨씬 낫다”고 하는 걸 B씨가 녹음한 것이다. 휴대전화를 빼앗으려는 A씨와 이를 저지하려는 B씨 사이 몸싸움을 벌이는 듯한 소리도 담겼다. 이날 아내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A씨는 “당시 발언을 후회한다”면서도 “아내가 비꼬면서 화를 돋웠다”고 말했다.

아내 B씨는 “남편의 일방적인 폭력이었다”는 주장이다. B씨 측 변호인은 “필리핀 경찰이 왜 A씨만 구금했겠냐”며 A씨에게 책임을 돌렸다. A씨는 “아내가 영어를 잘하고 자신은 흥분한 상태에서 떠듬떠듬 얘기할 수밖에 없어 자신만 분리조치당한 것”이라 말했다. B씨의 변호인은 문제의 폭행 사흘 뒤 A씨가 B씨에게 반지를 준 것도 문제 삼았는데, A씨는 “가정폭력이란 그런 것이다, 한 번 맞았다고 이혼하면 부부가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직 이전에 있었던 부부간의 일인데 공직자라는 이유만으로 침소봉대되어 인민재판을 당했다”며 “마치 본인이 일방적으로 폭행을 가한 것처럼 비춰져 오랜 기간 큰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의 일은 A씨가 공수처 검사로 임용되기 전의 일이나, 기소는 임용 이후 이루어졌다.

A씨의 ‘아내 폭행 혐의’ 재판은 4차례 공판 끝에 지난해 12월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으나(벌금 50만원의 선고유예,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길호 판사)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심에서 다툴 예정이다. 아내 B씨의‘남편 폭행 혐의’ 재판은 다음 달 5번째 공판이 열린다. A씨는 B씨를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도 고소해 검찰이 수사 중이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