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7011만원’ 강남 신축 아파트가 복도식이라고요?
견본주택은 59㎡만 설치
‘59㎡ 4베이’로 유인하고
복도식 평형으로 돈 벌어
서울 강남 신축 아파트 일반분양 가구 과반이 구축에서나 볼 수 있는 복도식 구조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공급 물량 3채 중 2채를 차지하는 전용면적 49㎡는 평당 분양가도 최고 7011만원으로 가장 비싸지만 견본주택을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분양’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 어떻게 생겼는지는 가장 선호도 높은 59㎡ 4베이 판상형 타입만 볼 수 있도록 했는데 청약 가능한 물량이 2가구뿐이라 호객용 미끼에 가깝다.
공급면적 18평인 43㎡는 2개 타입 49가구 전부, 21평인 49㎡는 4개 타입 107가구 중 3개 타입 35가구(32.7%)가 복도식이다. 49㎡ 중 복도식인 집은 A타입 1개동(113동) 8가구와 C타입 12가구 전부, D타입 15가구 전부다. 이들 타입은 113동 1~4호(4개 라인)와 214동 3~7호(5개 라인)에 몰려 있다. 층마다 한 복도에 4, 5가구씩 늘어선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11가구인 49㎡ B타입, 2개 타입 6가구인 59㎡는 모두 요즘 아파트 구조인 계단식이다.
이런 사실은 입주자 모집 공고나 메이플자이 홈페이지에 안내된 내용만으로는 제대로 알 수 없다. 이 아파트를 공급하는 재건축 조합이나 시공사 역시 공개적으로는 ‘복도식’이라는 단어조차 언급한 적이 없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애초 일반분양 물량이 적은 데다 평형도 18평, 21평 같은 비인기 소형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상당수 가구가 복도식 아파트라는 게 부각되면 분양 실적에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도식 구조는 층마다 길게 뻗은 통로를 따라 여러 가구를 나란히 늘어놓은 형태다.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던 1980~90년대에 주로 짓던 방식인데 지금 신축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아파트 구조는 건물 중앙 계단 통로를 따라 각 층마다 양쪽으로 2가구씩 배치하는 계단식으로 바뀌었다. 요즘은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2가구씩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단지 배치에 따라 층마다 3, 4가구를 넣기도 한다.
인근 ‘반포 자이’ 뒤를 잇는 이 지역 차기 ‘대장 아파트’를 지으면서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게 복도식 구조를 채택한 것은 어디까지나 수익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지하 4층~지상 35층 29개동 전체 3307가구인 메이플자이에서 조합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일반분양 물량은 4.9%인 162가구밖에 안 된다. 조합은 2921가구를 먼저 나눠 가졌고 나중을 위해 29가구를 보류지로 남겨뒀다. 나머지 195가구는 임대 가구다.
대부분을 복도식으로 짓는 43·49㎡는 임대 가구가 배정된 평형이다. 메이플자이 입주자 모집 공고 47쪽을 보면 ‘(이 아파트는) 임대 동과 분양 동이 분리돼 있지 않은 단지로서 43㎡A·B, 49㎡A·B·C·D타입이 포함된 주동은 임대세대와 분양세대가 혼합돼 있을 수 있으며 복도, 엘리베이터, 계단 및 공원 등을 공용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복도식 설계는 임대 가구로는 돈을 벌기 어려운 만큼 공사비를 줄이고 분양 수익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코어(계단실 및 엘리베이터실)당 소형 평형 가구 수를 적게 배치할 경구 경우 전용률(공급면적 중 실거주 가능한 전용면적 비율)이 낮아져 일반분양 가구 수가 줄어든다”며 “전용률 확보를 위해 소형 타입에 복도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 극대화 셈법은 분양가에도 엿보인다.
모두 최저층인 2층만 나온 59㎡ 평단가는 4베이 판상형인 A타입 6873만원, 타워형인 B타입 6738만원이다. 49㎡는 A타입 6857만원, B타입 6775만원, C타입 6792만원, D타입 6819만원으로 두 평형 모두 6700만~6800만원대다. 43㎡는 A타입 6365만원, B타입 6474만원으로 49, 59㎡에 비해 평당 300만~400만원 저렴하다. 전용면적별 평단가는 49㎡가 6823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59㎡ 평단가는 6783만원, 43㎡는 6390만원이다.
가구별 평당 최고가 역시 49㎡다. 8가구가 나온 A타입 20~29층이 평당 7011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메이플자이 전체 평균 6705만원보다 306만원 높다. 같은 타입 10~19층이 6942만원, 중층인 6~9층도 6874만원으로 59㎡ A타입보다 비싸다. 저층인 4~5층도 6736만원으로 59㎡ B타입과 비슷한 가격이다. 49㎡ B타입은 6~9층 6805만원, 10~19층 6874만원, 20~29층 6942만원이다. C, D타입 가격도 비슷하다. 49㎡에서 메이플자이 전체 평단가보다 비싼 집만 93가구다. 이 평형 전체 107가구의 86.9%, 일반공급 전체 162가구의 57.4%다. 59㎡(6가구)의 15.5배 물량이다.
메이플자이 49㎡는 방 3개에 화장실 2개를 넣은 구조로 설계하면서 보통 방 2개, 화장실 1개로 구성하는 여느 같은 평형 아파트에 비해 건축비가 높았을 가능성이 크다. 최저층만 나온 59㎡와 달리 중고층까지 공급했다는 점도 평단가가 높은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럼에도 43㎡와의 가격차, 각 평형 상품성, 복도식으로 지으면서 절감한 비용이 있었으리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49㎡ 분양가에는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계산이 상당 부분 녹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파트 구조별 공사비에 대해 설명한 교수는 “복도식 구조로 짓게 되는 이유는 건물 높이, 지반 상태, 동 간 거리, 법적 규제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임대 가구가 다수 섞여 있는 동만 복도식으로 설계했다면 비용을 절감할 의도였다는 판단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아파트를 지어 파는 입장에서는 공사비를 줄이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말했다.
메이플자이는 일반분양 물량이 5% 미만으로 적은 데다 그중 66.0%를 차지하는 107가구가 49㎡에 몰려 있다. 수익성을 높이려면 이 평형 가격대를 되도록 높게 잡아야 한다. 완판 시 분양 수입으로 따지면 전체 2283억8700만원 중 약 70%인 1594억4100만원이 49㎡에서 나온다. 43㎡가 25.6%(585억3000만원), 59㎡는 4.7%(104억1600만원)에 불과하다.
대형 건설사 분양 담당자는 “시공사는 모델하우스를 만들 때 조합용이랑 일반분양용, 이렇게 두 번 짓기도 하고 조합용으로 한번 지어서 일반분양 때까지 나눠 쓰기도 한다”며 “타입이 여러 개라면 조합용까지 한 타입만 짓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델하우스를 공개했을 때 분양에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떤 타입이든 완판하는 게 목표인 조합 입장에선 그런 유불리를 고려해서 보여주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예비 청약자는 “우리 가족이 실거주할 수 있는 59㎡ 물량이 6가구밖에 안 되고 그것도 전부 다자녀가구가 대상인 특별공급분을 빼면 실제 신청해볼 만한 건 3가구밖에 안 된다”며 “사람들이 가장 혹하는 59㎡ 4베이로 고객을 유인하고서 실제로 살 만한 집인지 감도 안 오는 복도식 소형 평형으로 돈을 벌겠다는 심산 아니냐”고 꼬집었다.
메이플자이 분양 관계자는 “복도식이긴 하지만 옛날 아파트처럼 벽 없이 앞이 뻥 뚫린 그런 구조가 아니라 주상복합처럼 한 층에 라인이 조금 길게 뻗어 있는 형태”라며 “엘리베이터는 층당 2대씩 설치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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