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7011만원’ 강남 신축 아파트가 복도식이라고요?

강창욱 2024. 2. 3. 17: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9㎡ 평단가 제일 비싼데
견본주택은 59㎡만 설치
‘59㎡ 4베이’로 유인하고
복도식 평형으로 돈 벌어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조감도. 메이플자이 홈페이지 캡처


서울 강남 신축 아파트 일반분양 가구 과반이 구축에서나 볼 수 있는 복도식 구조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공급 물량 3채 중 2채를 차지하는 전용면적 49㎡는 평당 분양가도 최고 7011만원으로 가장 비싸지만 견본주택을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분양’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 어떻게 생겼는지는 가장 선호도 높은 59㎡ 4베이 판상형 타입만 볼 수 있도록 했는데 청약 가능한 물량이 2가구뿐이라 호객용 미끼에 가깝다.

‘메이플자이’ 일반분양 52%가 복도식
국민일보가 3일 확인한 결과 다음 주 일반분양으로 풀리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전용면적 43·49·59㎡ 162가구 중 43·49㎡ 84가구가 복도식 구조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일반분양의 51.9% 물량이다. 2채 중 1채 이상이 복도식 아파트라는 얘기다. 신반포4지구 재건축 대단지인 이 아파트는 오는 5일부터 나흘간 청약을 받는다.

공급면적 18평인 43㎡는 2개 타입 49가구 전부, 21평인 49㎡는 4개 타입 107가구 중 3개 타입 35가구(32.7%)가 복도식이다. 49㎡ 중 복도식인 집은 A타입 1개동(113동) 8가구와 C타입 12가구 전부, D타입 15가구 전부다. 이들 타입은 113동 1~4호(4개 라인)와 214동 3~7호(5개 라인)에 몰려 있다. 층마다 한 복도에 4, 5가구씩 늘어선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11가구인 49㎡ B타입, 2개 타입 6가구인 59㎡는 모두 요즘 아파트 구조인 계단식이다.

메이플자이 단지 배치도. 붉은색 원으로 표시한 곳은 복도식 구조가 적용된 113동(아래)과 214동(위). 메이플자이 홈페이지 캡처 및 편집


이런 사실은 입주자 모집 공고나 메이플자이 홈페이지에 안내된 내용만으로는 제대로 알 수 없다. 이 아파트를 공급하는 재건축 조합이나 시공사 역시 공개적으로는 ‘복도식’이라는 단어조차 언급한 적이 없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애초 일반분양 물량이 적은 데다 평형도 18평, 21평 같은 비인기 소형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상당수 가구가 복도식 아파트라는 게 부각되면 분양 실적에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도식 구조는 층마다 길게 뻗은 통로를 따라 여러 가구를 나란히 늘어놓은 형태다.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던 1980~90년대에 주로 짓던 방식인데 지금 신축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아파트 구조는 건물 중앙 계단 통로를 따라 각 층마다 양쪽으로 2가구씩 배치하는 계단식으로 바뀌었다. 요즘은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2가구씩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단지 배치에 따라 층마다 3, 4가구를 넣기도 한다.

때아닌 복도식, 좋아서 만들진 않는다
복도식은 계단식에 비해 구조가 간단한 만큼 시공 속도가 빠르고 공사비도 적게 든다. 하지만 어떤 집이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앞이 현관문인 계단식과 달리 대부분 가구가 긴 복도를 따라 여러 이웃집을 지나쳐야 한다. 여러 가구가 한 층에 모여 있는 데다 복도 쪽으로 창문과 현관문이 모두 노출돼 있다 보니 사생활 보호나 치안에 취약하다는 것도 큰 단점이다. 신축이라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층간소음도 복도식 아파트의 고질병 중 하나다.

인근 ‘반포 자이’ 뒤를 잇는 이 지역 차기 ‘대장 아파트’를 지으면서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게 복도식 구조를 채택한 것은 어디까지나 수익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지하 4층~지상 35층 29개동 전체 3307가구인 메이플자이에서 조합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일반분양 물량은 4.9%인 162가구밖에 안 된다. 조합은 2921가구를 먼저 나눠 가졌고 나중을 위해 29가구를 보류지로 남겨뒀다. 나머지 195가구는 임대 가구다.


대부분을 복도식으로 짓는 43·49㎡는 임대 가구가 배정된 평형이다. 메이플자이 입주자 모집 공고 47쪽을 보면 ‘(이 아파트는) 임대 동과 분양 동이 분리돼 있지 않은 단지로서 43㎡A·B, 49㎡A·B·C·D타입이 포함된 주동은 임대세대와 분양세대가 혼합돼 있을 수 있으며 복도, 엘리베이터, 계단 및 공원 등을 공용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복도식 설계는 임대 가구로는 돈을 벌기 어려운 만큼 공사비를 줄이고 분양 수익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코어(계단실 및 엘리베이터실)당 소형 평형 가구 수를 적게 배치할 경구 경우 전용률(공급면적 중 실거주 가능한 전용면적 비율)이 낮아져 일반분양 가구 수가 줄어든다”며 “전용률 확보를 위해 소형 타입에 복도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 극대화 셈법은 분양가에도 엿보인다.

평단가 59㎡ 6873만원, 49㎡ 7011만원
전용면적별 분양가는 타입과 층에 따라 43㎡가 10억6300만~12억4300만원, 49㎡가 13억3700만~15억3000만원이다. 타입별 가구수를 반영한 가구당 평균 분양가는 43㎡ 11억9449만원, 49㎡ 14억9010만원이다. 가구당 평균 17억3600만원에 나온 59㎡과 비교하면 물론 낮은 가격이지만 3.3㎡당 평균 분양가(평단가)로 보면 49㎡와 59㎡가 비슷하다.
메이플자이 투시도. GS건설 제공


모두 최저층인 2층만 나온 59㎡ 평단가는 4베이 판상형인 A타입 6873만원, 타워형인 B타입 6738만원이다. 49㎡는 A타입 6857만원, B타입 6775만원, C타입 6792만원, D타입 6819만원으로 두 평형 모두 6700만~6800만원대다. 43㎡는 A타입 6365만원, B타입 6474만원으로 49, 59㎡에 비해 평당 300만~400만원 저렴하다. 전용면적별 평단가는 49㎡가 6823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59㎡ 평단가는 6783만원, 43㎡는 6390만원이다.

가구별 평당 최고가 역시 49㎡다. 8가구가 나온 A타입 20~29층이 평당 7011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메이플자이 전체 평균 6705만원보다 306만원 높다. 같은 타입 10~19층이 6942만원, 중층인 6~9층도 6874만원으로 59㎡ A타입보다 비싸다. 저층인 4~5층도 6736만원으로 59㎡ B타입과 비슷한 가격이다. 49㎡ B타입은 6~9층 6805만원, 10~19층 6874만원, 20~29층 6942만원이다. C, D타입 가격도 비슷하다. 49㎡에서 메이플자이 전체 평단가보다 비싼 집만 93가구다. 이 평형 전체 107가구의 86.9%, 일반공급 전체 162가구의 57.4%다. 59㎡(6가구)의 15.5배 물량이다.

49㎡ 복도식 평단가 제일 비싼 이유
한 대학 건축공학과 교수는 “공사비 측면에서만 보면 같은 단지 아파트라고 해도 평수가 작은 가구일수록 면적 대비 집과 집 사이 벽체가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사비가 더 들게 된다”며 “그런 이유로 만약 다른 모든 조건이 똑같다면 작은 평수일수록 공급가격이 비싸진다”고 설명했다.

메이플자이 49㎡는 방 3개에 화장실 2개를 넣은 구조로 설계하면서 보통 방 2개, 화장실 1개로 구성하는 여느 같은 평형 아파트에 비해 건축비가 높았을 가능성이 크다. 최저층만 나온 59㎡와 달리 중고층까지 공급했다는 점도 평단가가 높은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럼에도 43㎡와의 가격차, 각 평형 상품성, 복도식으로 지으면서 절감한 비용이 있었으리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49㎡ 분양가에는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계산이 상당 부분 녹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메이플자이 일반공급 8개 타입 중 3.3㎡당 평균 분양가격(평단가)이 가장 높은 전용면적 49㎡A타입 베란다 확장형 평면도. 이 타입 20~29층은 평단가가 7011만원이다. 메이플자이 홈페이지 캡처


아파트 구조별 공사비에 대해 설명한 교수는 “복도식 구조로 짓게 되는 이유는 건물 높이, 지반 상태, 동 간 거리, 법적 규제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임대 가구가 다수 섞여 있는 동만 복도식으로 설계했다면 비용을 절감할 의도였다는 판단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아파트를 지어 파는 입장에서는 공사비를 줄이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말했다.

메이플자이는 일반분양 물량이 5% 미만으로 적은 데다 그중 66.0%를 차지하는 107가구가 49㎡에 몰려 있다. 수익성을 높이려면 이 평형 가격대를 되도록 높게 잡아야 한다. 완판 시 분양 수입으로 따지면 전체 2283억8700만원 중 약 70%인 1594억4100만원이 49㎡에서 나온다. 43㎡가 25.6%(585억3000만원), 59㎡는 4.7%(104억1600만원)에 불과하다.

2가구뿐인데 왜 그 집만 보여줄까
청약 개시를 앞둔 조합과 시공사 GS건설은 정작 메이플자이 일반분양 8개 타입 중 물량이 가장 적은 59㎡를 앞세워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일 견본주택을 열면서 유일한 4베이 판상형 구조인 59㎡ A타입만 공개했다. 일반분양 물량이 2가구(1.2%)뿐인 타입이다. 공급이 4가구로 그나마 더 많은 59㎡ B타입은 물론 물량이 가장 많은 49㎡, 전체 물량의 30%인 43㎡는 한 타입도 견본주택을 만들지 않았다. 가상현실(VR) 기술로 집 구조를 살펴볼 수 있는 온라인 견본주택 ‘E모델하우스’ 역시 59㎡ A타입만 구축했다. 실수요 선호도가 가장 높은 평형이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 분양 담당자는 “시공사는 모델하우스를 만들 때 조합용이랑 일반분양용, 이렇게 두 번 짓기도 하고 조합용으로 한번 지어서 일반분양 때까지 나눠 쓰기도 한다”며 “타입이 여러 개라면 조합용까지 한 타입만 짓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델하우스를 공개했을 때 분양에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떤 타입이든 완판하는 게 목표인 조합 입장에선 그런 유불리를 고려해서 보여주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메이플자이 온라인 견본주택 'E모델하우스'에서 제공하는 59㎡A타입 가상현실(VR) 도입부. 메이플자이 홈페이지 캡처


한 예비 청약자는 “우리 가족이 실거주할 수 있는 59㎡ 물량이 6가구밖에 안 되고 그것도 전부 다자녀가구가 대상인 특별공급분을 빼면 실제 신청해볼 만한 건 3가구밖에 안 된다”며 “사람들이 가장 혹하는 59㎡ 4베이로 고객을 유인하고서 실제로 살 만한 집인지 감도 안 오는 복도식 소형 평형으로 돈을 벌겠다는 심산 아니냐”고 꼬집었다.

메이플자이 분양 관계자는 “복도식이긴 하지만 옛날 아파트처럼 벽 없이 앞이 뻥 뚫린 그런 구조가 아니라 주상복합처럼 한 층에 라인이 조금 길게 뻗어 있는 형태”라며 “엘리베이터는 층당 2대씩 설치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