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그리 꾸준히 운동해?'... 이러니 되더라고요

김하영 2024. 2. 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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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기 운동만 하던 내가 변해서 100번의 수업 달성한 이유... 즐거우면 습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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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 기자]

스무 살 이전에 나는 숨쉬기 말고는 몸을 움직여 본 적이 없었다. 당시의 나는 몸뚱이는 방바닥을 굴러다니고, 머리만 커다란 풍선 인형, 다리는 약한 이쑤시개 같은 사람이었다. 

늘 생각이 앞서고, 상상하면 두려워져 행동은 주저하다가 상상만으로 충족되는 세상에 머물렀다. 학교 체력장에서 오래 매달리기를 하려고 하면, 철봉에 턱이 부딪혀 깨지면 어쩌나 상상되어 몸에 힘 한번 줘보지 못하고 늘 0초를 기록했다. 기록을 재는 당번이 친한 친구일 때, 가끔 3초라고 적히기도 했다. 

스무 살이 넘어가면서 처음 한 운동은 수영이었다. 어쩌다 보니 나는 '조오련' 강사에게 기초반 수업을 들었는데, 숨쉬기만 한 달을 배웠다. 탁월한 강사 덕분이었을까, 수영은 무섭지 않았다. 물속에서 힘을 빼고 발을 구르면 저만치 나아가는 느낌은 가볍고 부드러웠다. 가장 즐긴 운동은 수영이지만 수영장이 집 앞에 있는 것도 아니고, 수영복을 챙기고 빨고 말리고 하는 귀찮음이 앞서면서 수영에 대한 즐거움도 사그라들었다. 

수영, 스쿼시, 헬스, 줌바, 스피닝, 킥복싱, 카디오, 요가, 발레핏, 복싱, 단전호흡, 피클볼, 클라이밍 등등. 셀 수도 없는 것들에 기웃거렸다. 하지만 충동적으로 몇 달 치를 끊어 놓고, 일주일도 못 가고 그만두기를 반복했다.

'이거 다 아꼈으면, 빌딩하나 샀겠다' 늘 자조 섞인 반성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나의 운동인생이었다. 

그런 내가 변했다. 

지난 5월부터 시작한 그룹 필라테스 수업을 100번, '100 클래스' 넘게 해오고 있다. 일주일에 최소 세 번, 많게는 여섯 번을 갔다. 잠시 한국 다녀온 시간을 빼고는 정말 성실하게 참여하고 있다. 어느 순간 나는 운동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무엇이 변해서 내가 변한 것일까? 어떻게 갑자기 의지 강한 아줌마가 된 것일까? 목표가 확고했나? 아니면 '미라클 목표달성'에 성공한 것일까? 

계획이나 목표를 안 세우니 더 꾸준히 하게 된다 
 
 필라테스 수업을 100번 넘게 들었다. (자료사진).
ⓒ 픽사베이
 
전혀 아니다. 놓았기 때문이다. 바뀐 것은 밖을 향하는 목표를 더 확고히 세우고 의지를 다진 것이 아니라, 내면이 변했기 때문이었다. 하루 이틀 삼일, 성취가 또 다른 성취를 낳은 것이 전혀 아니었다. 

비웠기 때문이었다. 살을 빼야지, 근육을 더 키워야지, 일주일에 며칠은 꼭 가야지, 그런 계획이나 목표를 놓아 버렸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요즘,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운동을 꾸준히 해? 하고 물으면, 나는 '그냥'이라고 대답한다. 정말 이유가 없이 그냥 하는 것이었다. 그냥이 또 그냥을 불러와, 계속해서 그냥 또 갈 수 있었다.

일주일에 세 번 가야지 하고 계획했을 때, 두 번 밖에 못 가면 나도 모르게 자기 비난이 올라왔다. 살을 5킬로 뺄 거야 했는데, 2킬로밖에 빼지 못해도 스리슬쩍 스스로 '너는 더 열심히 해야 해'라며 자책했다. 수영장을 6바퀴 쉬지 않고 돌았지만, 10바퀴를 돌 수도 있었는데, 더 열심히는 안되니? 라며 나를 채근했다. 

그 목소리는 쉬지 않았다. 쉬지 않는 목소리에 나는 에너지를 빼앗기고, 의지를 잃은 채 의기소침해지기 일쑤였다. 그건 즐겁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나는 리포머 위에서 다리를 스트레칭할 때, 허벅지 근육이 늘어나면서 느껴지는 약간의 고통이 너무너무 시원하다. 플랭크 자세를 하다가 등이고 허리고 아파오며 더는 못하겠다 싶을 때, 트레이너는 그만(stop)을 외치고, 그때 아이 자세로 손을 뻗어 등을 펼 때, 긴장된 근육이 쫙 풀리면서 잠시의 기쁨을 맛본다. 

그 순간에 머물 때, 그 순간을 오롯이 소유할 수 있다. 

밖으로 세운 목표나 의지가 아니라 순간의 느낌에 머물 때, 그것은 즐거움이 되었고 몰입이 되었다.

생각이나 감정에 빼앗긴 정신을 몸에 집중하고 들숨과 날숨으로 호흡하며, 통증 그 자체에 머물러 줄 때, 운동하는 그 순간은 명상과 같은 텅 빔으로 내게 머물렀다. 

'하나, 둘, 셋..' 호흡과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하루치의 수업이 끝난다. 내일도 '하나, 둘, 셋' 그렇게 몸을 느껴주며 또 다른 클래스로 이어나간다. 그것이 10이 되고 100이 되면, 그것은 애쓰거나 의지를 내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채우는 일상이 된다. 

총 100번을 채워 '100 classes'를 다 채운 날, 정작 나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주변으로부터 100번을 격려하는 선물을 받았고 사람들과 사진을 찍었다. 약간의 근육이 생겼지만, 뱃살은 그대로이고 딱히 더 많이 건강해졌다고도 확언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그냥' 왕복 40분 거리를 운전한다. 

'그냥', 그렇게 당신도 '하나, 둘, 셋' 하고 한 번 시도해 보면 어떨까. 무엇이 아니어도, 무엇이 더 나아지지 않아도 '그냥' 이대로 나는 즐겁다. 즐겁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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