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진출설 린가드, 우려가 앞서는 이유
[이준목 기자]
잉글랜드 축구스타 제시 린가드의 K리그 진출설이 축구계에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2월 2일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BBC 등, 국내와 해외 주요 매체들은 일제히 린 "린가드가 한국 프로축구 K리그 FC서울로 이적에 가까워졌다"라고 보도했다.
유럽축구 이적시장에서 공신력있는 언론인으로 유명한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 역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린가드의 FC서울행 소식을 확인하며 정말로 한국무대에서 린가드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1992년생인 린가드는 잉글랜드 프로축구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도 오랫동안 활약한 선수다. 주 포지션은 2선 공격수로 공격형 미드필더와 윙어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린가드는 한때 유럽에서 촉망받는 선수였다. 2000년부터 맨유 유스 소속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2011년 프로 데뷔에 성공했고, 여러 구단에서 임대생활을 거쳐 루이 판 할 감독 시절이던 2015-16시즌부터 맨유 1군에서 자리잡았다.
린가드는 맨유의 2015-16시즌 FA컵 우승, 2016-17시즌 커뮤니티 실드, 리그컵과 유로파리그 멤버로 활약했다. 개인 커리어하이는 2017-18 시즌으로 각종 대회에서 48경기에 출전하여 13골 7도움(프리미어리그 8골 6도움)을 기록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했다.
웨스트햄 시절에는 '임대의 전설'로도 유명하다. 2020-21시즌 맨유에서 주전경쟁에 밀리자 시즌 중반에 웨스트햄으로 잠시 임대를 떠났는데, 후반기만 뛰고도 프리미어리그 16경기에서 무려 9골 5도움을 터뜨리는 경이적인 활약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또한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연령대별 대표팀부터 A팀을 모두 거쳤다.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엔트리에도 승선하여 주전으로 활약하는 등 A매치 통산 32경기 6골을 기록했다.
린가드의 최대 장점은 왕성한 활동량과 공이 없을 때의 유려한 움직임 및 위치선정, 이타적인 성향 등을 바탕으로 한 전술수행능력이었다. 이 때문에 맨유에서 한창 주목받던 시절 팀의 대선배인 박지성과 비슷한 유형으로 거론되며 국내 팬들에게도 눈도장을 찍었다. '피리 세리머니'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세리머니를 즐기는 쇼맨십으로도 유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재능에 비하여 크게 성장하지는 못했다. 빅리그 기준으로는 부족한 기본기와 테크닉, 자기관리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맨유와 웨스트햄에서는 짧고 굵었던 커리어하이 시즌을 제외하면 매년 잠재력에 비하여 부족한 성적이라는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웨스트햄 시절을 끝으로 린가드는 급격하게 몰락했다. 맨유로 복귀했으나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며 주전경쟁에서 밀렸다. 2022년에는 맨유를 떠나 노팅엄 포레스트로 완전 이적했지만 높은 주급에도 불구하고 리그 17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전혀 기록하지 못하고 1년 만에 방출당했다.
2023-24시즌 개막 이후 무적 신분으로 남은 린가드는 한동안 소속팀을 찾지 못했고 웨스트햄, 에버튼을 비롯하여 스페인 바르셀로나, 중동과 미국 리그 진출설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비록 하락세라고는 하지만 줄곧 유럽 최상위리그에서 활약해오던 린가드가 K리그행을 고려할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은 없었다. 성사된다면 린가드의 첫 해외리그 진출이다.
국내 축구계와 팬들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린가드가 국내무대에서 진출한다면 그동안 K리그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중 단연 역대 최고의 네임밸류가 된다.
그동안 K리그 무대에서 활약했던 쟁쟁한 외국인 선수들은 많지만 이들은 대부분 유럽 빅리그 출신은 아니었고, 남미와 동유럽의 비중이 높았다. 아시아리그에서 유럽 정상급 선수들을 영입한 사례는, 자본력에서 크게 아선 중동이나 일본 혹은 몇 년 전의 중국 등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챔피언스리그, 월드컵에서 모두 주전으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선수가 온다는 것 자체가 K리그 40년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한국은 물론이고 영국에서도 인지도 높은 린가드의 K리그행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K리그의 명문인 FC서울은 몇 년간 하위스플릿을 전전하며 부진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최근 김기동 신임감독을 영입하고 간판스타 기성용과도 재계약하며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몇 년간 공격력 부족으로 애를 먹었던 서울로서는 린가드의 합류로 성적과 화제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린가드의 과거 명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를 우려하기도 한다. 린가드가 높은 네임밸류를 지닌 선수인 것은 맞지만 K리그에서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린가드는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방출 이후 무려 9개월 가까이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최근에는 사우디 알 에티파크에서 훈련하며 중동 진출설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끝내 협상에 이르지는 못했다. 최근의 기량과 몸상태에 의문부호가 붙은 데다 잉글랜드를 제외한 해외 경험이 전무하여 리그와 환경 적응 여부도 변수로 남아있다.
무엇보다 린가드는 지난해 9월에는 영국에서 자신의 고급차를 몰다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어 벌금 5만7000파운드(약 9300만원)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한번이라도 음주운전을 저지른 선수들이라도 방출 혹은 퇴출되는 판인데, 해외에서의 일이라지만 불과 5개월 전에 음주운전을 일으킨 선수는 영입한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린가드의 이적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일부 매체들은 린가드의 K리그행을 유력하게 예상하면서도 몇몇 해외구단들이 아직 린가드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린가드와 서울의 동행 여부는 다음주 초쯤에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과연 린가드가 서울 유니폼을 입고 다음 시즌 K리그를 누비는 놀라운 모습을 현실로 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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