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얽힌 각양각색 8인의 삶, 무해한 영화의 귀환

장혜령 2024. 2. 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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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도그데이즈>

[장혜령 기자]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컷
ⓒ CJ ENM
 
<도그데이즈>는 영화 <해디 디 데이>를 원작으로 한다. 김윤진이 공동제작자로 처음 이름을 올렸는데 여행 도중 비행기에서 봤던 원작을 직접 판권 구입해 개봉까지 하는데 4년 여의 시간이 걸렸다. 원작은 소규모 영화였는데 김윤진과 JK필름이 제작하고, 한국의 톱배우가 출연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조감독 경력 19년 만에 데뷔하는 김덕민 감독을 향한 든든한 지원군도 합류했다. 윤여정은 오랫동안 봐왔던 김덕민 감독과 '전우애로 다져진 사이'임을 강조하며 출연을 약속했다고 했다. 처음부터 민서는 윤여정을 염두에 두고 구축한 만큼 손자뻘 진우와 주고받는 대사가 압권이다. 작가가 윤여정을 빌어 청년 세대를 다독인다. 

세 '댕댕이'와 얽힌 8인의 이야기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컷
ⓒ CJ ENM
 
마치 옴니버스 구성처럼 다양한 인물이 '개'와 얽히며 거미줄 같은 관계를 구축한다. 서로를 만나며 얼어붙은 관계를 녹이고 성장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민상(유해진)은 영끌해서 장만한 건물을 지날 때면 매일 개똥을 밟게 된다. 냄새나고 소란스러운 동물병원이 맘에 안 든다. 왜 하필이면 동물병원인지, 곧 계약 날짜도 끝나는 게 그나마 위안이지 싶다.

세입자지만 만만치 않은 수의사 진영(김서형)은 매일 '차장님'을 외치며 건물 구석구석을 살피다가 민상과 자주 얼굴을 붉힌다. 둘은 서로 티격태격하며 미운 정을 쌓아가던 중 급했던 견주가 민상의 차를 그대로 박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다. 아픈 개를 데리고 정신없이 오던 중 일어난 사고였지만 민상은 뭐 하나 잘 걸렸다 싶어, 고래고래 잘잘못을 따져 묻는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까칠한 할머니(윤여정)에게 한 소리 듣게 된 상황. 기분 나쁨도 잠시 할머니의 정체를 알고 나서 180도 태도를 바꾸어 버린다. 민상이 준비 중인 프로젝트를 해결해 줄 결정적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다. 개를 싫어했었지만 반려인인 척 연기하며 환심을 사려 고군분투한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할머니 민서는 사실 완다를 키우고 있는 유명 건축가였다. 가족들은 다 외국에 있어 반려견과 단둘뿐이다. 북적이는 게 싫어 조용히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울 때가 많은 외로운 민서는 산책 중 갑자기 쓰러져 가족 같은 완다를 잃어버리게 된다. 가족 보다 더 가족 같은 완다를 찾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마음이지만 어떻게 할지 몰라 결국 쓰러진 자신을 도와준 라이더 진우(탕준상)에게 도움을 구한다. 두 사람은 완다를 찾으며 잊고 지낸 것들을 떠올리게 되고, 세대 차이를 넘어 마음을 나눈다.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컷
ⓒ CJ ENM
 
한편, 결혼 후 찾아오지 않는 아기천사를 기다리다 지친 선용(정성화)과 정아(김윤진) 부부는 새로운 가족 지유(윤채나)를 입양한다. 간절히 원했던 딸이지만 파양의 상처로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지유와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길 잃은 강아지(완다)를 임시 보호하게 되면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완다를 사랑이라 부르기로 한 날도 잠시, 완다의 사진이 붙은 전단지를 보고 갈등하게 된다.

여자 친구의 강아지 스팅을 돌보던 뮤지션 현(이현우)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많이 지쳤다. 연습하고 돌아오면 난장판이 되어 있는 집안을 치우기 바쁘다. 이후 스팅의 산책, 목욕, 사료를 챙기며 정신없는 나날을 보낸다. 이러다가는 미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여자 친구의 전 남자 친구 다니엘(다니엘 헤니)과 스팅을 공유하게 된다. 다니엘은 스팅의 아빠라고 주장하며 찾아오는데, 매우 껄끄러운 현남친과 전남친의 만남이 자주 성사된다.

함께 흘러가는 개와 사람의 시간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컷
ⓒ CJ ENM
 
최근 몇 년 새 여름 성수기, 명절, 연말 등 특수시장에서 대작 영화는 영 맥을 못 추고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결국 2024년 명절 대작 라인업을 과감히 포기하면서 중소 영화가 올해 설 극장가를 접수했다. 어린이부터 청년, 중장년, 노년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공감대를 형성할 상황과 캐릭터가 포인트다. 신파를 거두어 내고 진심으로 다가가려는 각각의 사연은 강아지를 키워 봤다면 고개를 끄덕일 요소로 꽉 차 있다.

어느 인물과 관계 하나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고 웃음과 감동이 적절히 분배되어 있다. 독립적인 이야기 같아 보여도 연결된 매듭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구조다. 세대 차이, 입장 차이, 가치관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이 훈훈하게 전개된다.

반려인, 애견인이 아니더라도 동물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실제 소문난 반려인으로 불리는 김서형(꼬맹이), 유해진(겨울이), 김윤진(꼬미), 다니엘 헤니(로스코, 줄리엣) 등이 오랜 시간 반려동물과 보낸 경험을 축적한 일상 연기가 심금을 울린다.

김윤진은 "펫로스 증후군으로 힘든 날을 보내던 중 반려견 꼬미를 만나 극복할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밖에 동물 병원을 찾은 개의 다양한 사연도 소개된다. 안락사, 파양, 유기 등 사회적인 문제도 다뤘다.

한편 명절을 맞아 큰 이견 없이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무해한 영화의 귀환이 어느 때보다 반갑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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