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건물에 개원해도 되나요?"…다른 의사 상대로 사기친 의사

“같은 의료기관 중복 가능하다”고 보증금 뜯어
법원 “법적 분쟁으로 피해자 손실 상당하다”

자신이 보유한 사무실에 치과를 개원하려는 다른 의사를 상대로 임대차 보증금을 가로채는 사기를 친 의사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소모(62)씨는 2004년 안과를 개원하겠다며 경기도 광주에 있는 한 건물의 5층 사무실을 계약했다. 해당 건물은 의원이나 병원이 여럿 입점해 있어서 의료기관의 중복 입점을 막기 위해 분양을 담당한 업체와 수분양자 간에 진료과목을 지정해 계약을 맺었다. 이 때문에 소씨가 계약한 사무실에 안과가 아닌 다른 분과의 의원이 들어오는 것은 계약 위반인 상황이었다.

이후 2018년 1월 치과를 개업하려는 A씨가 건물 2층에 치과가 영업 중인 것을 보고 “같은 건물에 치과가 있는데 나도 치과를 개원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이에 소씨는 “상가에 얼마든지 중복된 업종이 입점해 운영할 수 있다”며 “남편이 변호사이므로 법률적 검토가 다 되어 있으니 안심하고 입점해도 좋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A씨는 소씨의 말을 믿고 임대차 보증금 5000만원을 지불하고 치과를 개설했다. 그러자 기존에 건물에 입점해 있던 치과 운영자가 A씨를 상대로 영업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2018년 5월 이를 받아들였다.

소씨는 사기 혐의로 기소됐고,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 윤양지 판사는 소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임대차계약 체결 이후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의 법적 분쟁으로 인해 피해자의 경제적 손실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소씨가 A씨에게 임대차 보증금을 돌려준 점,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