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펑펑 울었다...기적 역전승 뒤엔 '좀비·1020분·운' 3박자
한국 축구 대표팀이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호주에 2-1로 승리했다.
준결승전 진출에 성공했지만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미아와의 16강전에 이어 호주와의 8강전에서도 패배의 일보직전까지 몰렸다가 연거푸 기적적으로 승부를 되돌렸기 때문이다.
4강전에 오른 한국 축구 대표팀의 경기를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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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 축구
한국은 전반전에 볼 점유율에서 70-30으로 호주를 압도했다. 그러나 슈팅에서는 0-6, 유효슈팅에서는 0-2로 호주에 밀렸다. 결국 전반 42분에는 황인범이 페널티박스 앞에서 횡패스를 한 게 빗나가면서 상대에게 선제골을 내주었다.
0-1로 뒤진 한국은 이번에도 후반 추가 시간 터진 황희찬의 페널티킥 골로 가까스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연장전에서 파상 공세를 펼쳤고 손흥민의 연장 전반 프리킥 결승골로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사우디와 16강에서도 후반 추가 시간 막바지에 조규성의 극적인 헤딩으로 동점을 만든 뒤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했다.
한국은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부터 4경기 연속으로 후반전 추가시간에 득점하며 '좀비'를 방불케 할 정도로 끈질긴 축구를 펼치고 있다.
조별리그 3차전 말레이시아전에서 나온 추가시간 골을 제외하면 4골 중 3골이 패배 일보 직전에 터진 동점골이었다.
일부 네티즌은 "89분까지 봤다", "이럴줄 알았으면 경기 볼걸"이라는 반응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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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합쳐 1020분
한국 대표팀의 주축인 손흥민과 이강인이 이번 아시안컵에서 뛴 경기 시간이다. 두 선수는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 8강전 등 모두 5경기에서 단 1분도 쉬지 않고 풀타임 출전했다. 그중에 16강전과 8강전은 연장전까지 이어진 120분 승부였다. 추가 시간에 뛴 것을 제외하더라도 두 선수는 510분씩 경기를 뛰었다. 합쳐서 무려 1020분이다.
전방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야 했던 손흥민은 호주와의 8강전 연장전 막판 허벅지를 만지는 등 부상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나자 그라운드에 쓰러져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라를 위해 뛰는데 힘들다는 건 핑계다. 우승, 한 가지 목표만 가지고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9년전 2015 아시안컵 결승에서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패하며 쓰디쓴 눈물을 흘린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쁨의 눈물을 터트린 뒤 미소지을 수 있었다.
한편 또 다른 주축 선수인 김민재는 호주전에서 경고를 추가하면서 경고 누적으로 요르단과 격돌하는 준결승에서 출장정지가 됐다. 강제로 휴식의 시간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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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은 클린스만 감독
경기력과 전술에 대한 비판을 받았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축구팬과 네티즌 사이에서 하나의 밈이 되고 있다. 연거푸 믿기지 않는 기적적인 승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은 '클린스만은 명장' 이라며 "운도 계속되면 실력"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덕장, 지장, 용장, 맹장 등 장수의 종류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최고는 운장(운이 좋은 장수)'라는 말도 클린스만에 적용되고 있다.
경기 후 이강인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 인터뷰장에서 해맑게 웃는 표정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팬들의 걱정과 달리 팀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하나로 뭉쳐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후 클린스만 감독은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는데, 직접 부딪쳐보니 정말 힘든 경기였다"면서 "또 한 번의 드라마가 쓰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0-1로 뒤진 채 경기를 시작하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실점 이후 경기력이 더 좋았다"면서 "처음부터 그런 모습을 보이면 좋겠지만, 어쨌든 준결승에 올라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4강에서 요르단과 격돌한다. 요르단과는 조별리그 2차전에서 격돌해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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