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눈물 씻은 손흥민, 기적의 역전 드라마 만들다

심재철 2024. 2. 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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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AFC 아시안컵 8강] 한국 2-1 호주

[심재철 기자]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손흥민이 연장 전반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2024.2.3
ⓒ 연합뉴스
 
사흘만에 또 연장 30분 이상의 시간을 더 뛰었지만 우리 선수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후반 추가시간 6분만에 극장 동점골이 들어간 것이다.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이 동료들과 함께 불가능할 것 같았던 고비를 넘고 우뚝 섰다. 103분에 오른발 직접 프리킥 역전 결승골을 꽂아넣은 손흥민은 9년 전 호주와의 아시안컵 결승(2015년 1월 31일) 연장전 패배 순간을 떠올렸을 것이다. 당시 23살 손흥민이 펑펑 울었던 기억은 32살 주장의 나이가 되어 아름다운 추억으로 묻어버릴 수 있게 된 셈이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3일(토) 오전 0시 30분 카타르 알 와크라에 있는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 토너먼트 두 번째 게임에서 호주를 상대로 2-1 기적의 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올라 E조에서 한 번 만나 2-2로 비겼던 요르단을 다시 만나게 됐다.

손흥민 얻은 PK 황희찬 넣었다

전반 31분 이강인의 과감한 왼발 크로스가 왼쪽 끝줄 앞으로 달려든 설영우에게 정확하게 떨어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방향이 바뀐 공이 골문 바로 앞 황희찬의 슬라이딩 골로 들어갔다.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3각 패스 구도였기에 이를 지켜본 모든 이들이 놀랐지만 아쉽게도 이강인의 왼발 끝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설영우의 자리가 오프 사이드 포지션이었다. 

이처럼 전반 게임 흐름을 일방적으로 끌어갔으면서도 슛 기록을 하나도 남기지 못한 우리 선수들은 뼈아픈 실수로 42분에 먼저 골을 내주고 말았다. 호주의 전방 압박이 밀려드는 순간 황인범의 횡 패스가 크레이그 굿윈에게 걸렸고, 오른쪽 끝줄 앞으로 전개된 공이 앳킨슨의 로빙 크로스로 넘어와 크레이그 굿윈이 좋아하는 왼발 발리슛으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0-1로 뒤진 우리 선수들은 48분에 이르러서야 이강인의 왼발 슛으로 첫 번째 슛(유효슛) 기록을 찍어냈다. 그만큼 호주의 수비 조직력에 '질식'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였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은 무모하게 차 올리기만 하는 롱 볼 시도를 하지 않았고, 침착하게 공을 돌리며 좁은 공간을 파고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는 사이에 호주는 날카로운 역습을 펼치며 추가골을 노렸다. 53분 마틴 보일의 헤더 슛에 이은 오른발 세컨드 슛까지 우리 입장에서 무너지는 순간이었지만 조현우 골키퍼의 침착한 슈퍼 세이브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83분에는 호주 공격수 미첼 듀크가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각도에서 다이빙 헤더 슛까지 날렸지만 아슬아슬하게 우리 골문 오른쪽 기둥을 벗어나고 말았다.

78분에는 교체 선수 이재성에게 기막힌 동점골 기회가 찾아왔지만 호주 골키퍼 매튜 라이언이 과감하게 달려나와 온몸으로 이를 막아냈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이 7분 표시되고 그마저도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었는데 사흘 전처럼 또 한 번 믿기 힘든 극장 동점골이 호주 골문으로 들어갔다. 손흥민이 과감한 드리블 돌파를 선택하여 천금의 기회를 잡아낸 것이다.

호주의 후반 교체 선수 루이스 밀러가 손흥민의 왼쪽 끝줄 앞 드리블 순간 무리한 태클로 넘어뜨린 것이다. 후반 추가시간 4분에 일어난 일, 아흐메드 알 카프(오만) 주심은 지체없이 휘슬을 불며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 절호의 기회를 황희찬이 나서서 시원하게 오른발 인스텝 킥으로 차 넣었다.

이후 우리 선수들은 몹시 피곤했고 근육 경련이 일어나는 순간이 찾아왔지만 다시 연장 30분 이상의 시간을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103분에 손흥민의 그림같은 오른발 직접 프리킥이 호주 선수들이 쌓은 수비벽을 넘어 뚝 떨어지면서 왼쪽 톱 코너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앞에 서 있던 호주의 수비벽을 넘어 빨려들어가는 궤적은 보는 이들 모두를 놀라게 했다. 호주의 베테랑 골키퍼 매튜 라이언도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이미 골 라인을 통과한 골이었다.

그리고 연장 전반 시간이 다 끝난 105분에 호주 교체 선수 아이덴 오닐이 빨강 딱지를 받고는 쫓겨났다. 위험 지역도 아닌 곳에서 황희찬의 왼쪽 발목을 노골적으로 밟은 점을 심판들과 VAR 시스템이 놓칠 리 없었다. 

이어진 연장 후반에는 호주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이 2미터에 이르는 키다리 수비수 해리 수타를 맨 앞으로 올려놓았지만 이 변화를 잘 알고 대응한 클린스만호는 10명이 된 호주 선수들을 상대로 효율적으로 공을 돌리며 시간을 충분히 흘려보낸 것이다. 

이렇게 4강에 올라선 우리 선수들은 2월 6일(화) 밤 12시에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알 라얀)에서 E조 두 번째 게임 2-2로 비겼던 요르단과 만나게 됐다. 호주와의 8강 게임 후반 추가 시간 1분도 안 되어 억울하게 옐로 카드를 받은 김민재는 경고 누적 징계를 받아 요르단과의 게임에 뛰지 못하게 됐다. 요르단도 타지키스탄과의 8강 게임을 뛰면서 수비수 1명과 공격형 미드필더 1명이 옐로 카드를 받는 바람에 비슷한 구멍이 크게 생긴 셈이다.

2023 AFC 아시안컵 8강 결과
(2월 3일 오전 0시 30분, 알 자누브 스타디움 - 알 와크라)

한국 2-1 호주 [골-도움 기록 : 황희찬(90+6분,PK), 손흥민(103분) / 크레이그 굿윈(42분,도움-나다니엘 앳킨슨)]
- 퇴장 : 아이덴 오닐(105+4분)

한국 선수들(4-2-3-1 포메이션)
FW : 조규성(69분↔이재성)
AMF : 황희찬(106분↔오현규), 손흥민, 이강인(120+1분↔정승현)
DMF : 황인범(77분↔홍현석), 박용우(106분↔박진섭)
DF : 설영우, 김영권, 김민재, 김태환(85분↔양현준)
GK : 조현우

◇ 4강 일정
한국 - 요르단 (2월 6일 밤 12시,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알 라얀)
☆ {일본-이란 승리 팀} vs {카타르-우즈베키스탄 승리 팀} (2월 7일 밤 12시, 알 투마마 스타디움 - 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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