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변했다, 소통 승부수…"질문 더 하세요" 끝장 백브리핑
“길어도 너무 길어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2일 오전 당사 출근길 ‘백브리핑(현장 질의응답)’을 챙긴 취재진 사이에선 이런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한 위원장과 취재진의 질의응답은 20분가량 진행됐다. 코를 훌쩍거리고 목이 약간 쉰 듯한 한 위원장은 “여기까지 하자”는 당직자의 세 차례 제지에도 “아니, 더 (질문) 하세요”라며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받은 질문이 스무개 가까이 됐다.
예정된 기자회견이 아닌, 즉흥으로 진행되는 백브리핑을 20분가량 이어가는 건 ‘말하기 좋아하는’ 정치인 사이에서도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자연히 실수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한 위원장은 “이걸 통해서 제가 말실수를 하는 등 꺾여버릴 만한 리스크도 크지만, 이렇게 계속하려고 한다”며 “불편한 질문을 피하지 않고, 이런 과정에서 우리 당이 뭘 하려는지가 정확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문답은 전혀 사전에 준비되거나 약속된 게 아니다”라며 “저는 이렇게 평가받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오후 구리 전통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취재진과의 백브리핑을 한 차례 더 진행했다.
한 위원장의 ‘길어도 너무 긴’ 백브리핑은 이날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현장 또는 이동 시간 제약이 있을 경우를 제외하곤 “질문을 계속하라”며 이른바 ‘끝장’을 본다. 당 지도부 인사는 “주요 현안에 대한 숙지와 자신만의 견해가 없다면 취재진 앞에 나설 용기조차 내기 힘들다”며 “한 위원장은 당의 입장이나 정책을 실행하는 것만큼이나 국민에게 어떻게 쉽게 알릴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한 위원장이 자주 백브리핑을 소화하는 이유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 인색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명확한 차별화를 갖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특히 민주당은 이 대표 피습 이후 당 ‘말진(정당팀 막내) 기자단’과의 협의를 통해 당 대표 백브리핑을 일주일에 한 번, 미리 공지된 장소에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회 경내에서의 질의응답도 소수의 기자만 참여하는 ‘풀(Poolㆍ특정 기자가 현장을 대표 취재하는 것)’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런 흐름을 인지한 국민의힘도 최근 한 위원장의 백브리핑 횟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한 위원장이 “취재진과의 소통도 자연스러운 정치의 과정”이라며 기존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저도 일주일에 백브리핑을 한 번만 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안 그러기로 했다”고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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