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건강]추운 날씨, '뇌 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주의해야
세밑 한파가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아침저녁으로는 영하의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날씨에 특히 주의해야 하는 게 혈관 건강이다. 추운 겨울 실내외 온도 차이가 벌어지면서 혈관이 갑자기 수축했다가 팽창하면 혈압을 이기지 못해 혈관이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뇌혈관인 뇌동맥이 터질 경우 생명에 치명적인 만큼 큰 주의가 필요하다.
뇌동맥류는 뇌동맥 혈관 일부가 약해지고 결손이 생겨 해당 부분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며 대부분 후천성 질환으로 선천적 발병은 드물다. 혈관이 약해지면 나타나기 쉬워 중년 이후 연령대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뇌동맥류의 유병률은 전 인구의 2~4% 수준이지만 한국은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최근 발병이 증가하고 있다.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에 따르면 뇌동맥류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8년 9만8116명에서 2022년 16만5194명으로 68% 4년 만에 68%가 늘기도 했다.
특히 뇌동맥류를 사전에 예방해야 하는 이유는 터질 경우 생명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런 전조 없이 급작스레 파열되는 경우가 많아 '뇌 속의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사망률은 25%에서 최대 50%에 이른다. 환자 중 15명이 병원 도착 전에 사망하기도 한다. 문제는 파열 전 뚜렷한 증상조차 없다는 점이다. 뇌동맥류가 일정 크기 이상으로 커지면 주변 조직을 압박해 신경마비나 두통, 감각 저하 및 근력 저하, 안면마비 등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가 많지도 않다.
하지만 한 번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완전히 다른 통증 양상이 나타난다. 생전 처음 겪는 수준의 극심한 두통이 나타나는가 하면 구역, 구토가 나타나며 경련, 발작, 갑작스러운 의식 저하, 심정지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드물지만 감기처럼 가벼운 두통 같은 증상이 수일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서대철 강남베드로병원 신경중재의학과 임상과장은 “뇌동맥류 질환의 예후는 파열 및 출혈로 인한 뇌 손상의 심각성에 달린 만큼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최대한 빠르게 응급실로 직행해야 한다”며 “자연 호전을 기다리거나 검증되지 않은 약물복용, 민간요법을 시도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당부했다.
병원을 찾으면 우선은 뇌 컴퓨터단층촬영(CT) 혹은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뇌혈관 상태를 진단한다. 특히 뇌를 감싸고 있는 조직 내에서 출혈이 생기는 '지주막하 출혈' 소견이 있으면 뇌 3차원 혈관조영 CT(CTA)를 활용해 뇌동맥류 파열 여부를 체크한다. 이후 수술 및 치료 계획을 세우게 된다.
예전에는 수술이 거의 유일한 치료법이었지만 최근에는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 사타구니의 대퇴동맥, 손목 혈관 등을 통해 뇌혈관으로 접근하는 코일색전술 등의 치료술이 보편화돼 있다. 다만 코일색전술이 어렵거나 뇌 혈종 제거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머리뼈를 열어 직접 뇌동맥류를 확인한 후에 동맥류 입구를 클립으로 결찰시키는 클립결찰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뇌동맥류 치료법은 코일색전술이다. 뇌혈관조영장치를 통해 뇌혈관 안으로 가느다란 관을 삽입한 후 백금 코일을 넣어 뇌동맥류를 차단한다. 최근에는 혈류전환스텐트나 웹(WEB)과 같은 간단하고 효과적인 시술 재료들도 있다. 시술은 상처와 통증이 없고 입원 기간도 짧다. 다만 수술의 난도가 상당히 높아 임상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와 최첨단 장비를 갖춘 전문 병원에서 안전하게 진행하는 게 좋다.
뇌동맥류는 정기적인 뇌 검사를 통해 미리 발견할 수 있다. 고혈압, 연령, 음주, 흡연, 가족력 등 우려되는 사항이 있을 경우 일반적인 MRI나 자기공명 혈관조영술(MRA) 등을 받아보는 게 좋다. 서대철 강남베드로병원 신경중재의학과 임상과장은 “뇌동맥류는 확인할 수만 있다면 대부분 파열되기 전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라며 “특히 평소 잦은 어지럼증과 두통을 겪고 있고, 고혈압을 앓고 있다면 뇌혈관 검사를 진행해 보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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