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알 PK' 황희찬, 위기에서 빛난 '강심장'
'황소'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승부처에서 또다시 '강심장'의 면모를 과시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호주를 2-1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대회 전 부상으로 조별리그 바레인, 요르단전은 결장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말에이시아전과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선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선발 출전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황희찬은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 시간 천금 같은 동점골을 넣었다. 0-1로 뒤진 가운데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다 호주 루이스 밀러의 반칙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원래는 클린스만호의 페널티킥 '1번 키커'인 손흥민이 차려 했다. 그런데 손흥민은 황희찬에게 공을 건넸다.
경기 후 황희찬은 "내가 흥민이 형한테 차고 싶다고 했고, 흥민이 형도 바로 '오케이' 해줬다. 그래서 자신 있게 마무리할 수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 선수로 뛰는 경기에서 모든 동작에 책임감이 많이 따른다. 당연히 페널티킥도 나만의 슛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황희찬은 망설임 없이 대포알 같은 강슛을 골대 왼쪽 상단 구석에 꽂았다.
호주의 매슈 라이언 골키퍼가 손댈 수 없는 위치였다. 절체절명의 순간 웬만한 선수는 실축할까 두려워 나서지 않는 키커를 자청한 데다 과감한 슈팅까지 시도해 득점에 성공한 것이다. 황희찬이 위기의 순간 '킬러 본능'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이 내준 패스를 침착하게 밀어 넣었다.
황희찬은 실축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그런 부담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페널티킥을 차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자신이 있었다"며 "그렇게 차기까지 많은 노력과 준비가 있었다. 그래서 자신 있게 나가서 찼다"고 말했다. 손흥민도 "내가 1번 키커라는 건 변함이 없지만 힘들기도 했다. 희찬이가 자신 있는 모습으로 차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희찬이도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힘을 내서 (골을) 넣었다는 게 중요하다"며 "가 차든 상관없다. 팀에 도움을 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희찬은 손흥민의 역전골에도 기여했다. 연장 전반 12분 황희찬이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를 호주 페널티티박스 왼쪽에서 반칙을 얻어냈다. 이번엔 손흥민이 프리킥 키커로 나섰다. 손흥민은 날카로운 오른발 감아 차기 직접 골망을 흔들었다. 황희찬은 "(경기) 후반으로 가면 우리가 계속 좋은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정말 마땅하게 승리해야 할 경기가 아닌가 싶다"며 "우리가 원하는 큰 목표를 이루려면 다음 경기를 꼭 넘어야 한다. 우리는 그럴 준비가 돼 있고,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와크라(카타르)=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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