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슈]"옆집은 성과급으로 샤넬백 사준다는데 난 립스틱만?”
"남편이 성과급 나오면 명품가방 사준다고 하네요. 이 중에 골라주세요."
"성과급, 복지 없어서 이직을 검토 중입니다."
2024년 성과급 리스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022년,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성과급 시즌에 맞춰 대기업 성과급 줄 세우기가 시작됐다. 연봉의 50%, 기본급의 500%, 월급의 500% 등 기업마다 다른 성과급 기준을 적용해 꽤 상세히 정리한 성과급 리스트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될 정도로 직장인 호응도가 높다. 성과급 리스트에 재직 중인 기업의 이름이 올라가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성과급 잔치가 마냥 부러운 '부익부, 빈익빈' 시대다.
작년과 뒤바뀐 반도체 성과급 희비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 4분기 2조1800억원. 작년 매 분기 적자 실적으로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직원들은 지난달 말 초과이익성과급(OPI)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지난해 이맘때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OPI는 소속 사업부의 실적이 목표를 넘었을 때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 것으로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다.
또 다른 성과급 항목인 목표달성장려금(TAI)도 못 챙겼다. TAI는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최대 월 기본급의 100%까지 지급한다. 작년 하반기 반도체 부문 TAI 지급률이 평균 12.5%로 상반기(25%)의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는데, 이마저도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의 TAI 지급률은 0%였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연간 적자 실적을 낸 것은 삼성전자와 같지만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소액이나마 성과급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사측은 지난달 26일 반기별로 회사가 목표 생산량을 달성했을 때 지급하는 생산성격려금(PI) 50%(기본급의 50%)와 격려금 200만원, 자사주 15주를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작년엔 적자 실적 때문에 제대로 된 성과급을 챙기지 못했었다. 상반기에도 PI 없이 120만원의 격려금, 하반기에는 PI 50%가 전부였다.
역대급 실적에 특별성과급 기대 큰 현대차
지난해 15조원이 넘는 역대급 실적(영업이익)을 기록한 현대차는 올해 두둑한 특별성과급을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지난해 현대차 정규직 직원들은 큰 폭의 연봉 인상 외에도 현금 400만원과 자사주 등 600만원어치 특별성과급을 챙겼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특별성과급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연봉의 60%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오갈 정도다. 현대차 노조는 역대 실적 성과를 낸 만큼 사측에 특별성과급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반면 배터리 관련업계는 작년보다는 얇아진 성과급 봉투를 받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를 성과측정 지표에서 제외하면서 성과급이 기본급의 340~38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작년 지급률(870%)의 반토막 수준이다. 회사 측은 “경영성과급은 매출, 영업이익 등 경영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된다”며 “미국 IRA 세액공제분인 텍스크레딧(Tax Credit)은 변동성이 크고 일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성과급 기준이 되는 목표수립 때부터 성과지표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LG화학도 양극재를 생산하는 첨단소재 부문은 지난해 기본급의 735%를 받던 것과 대조적으로 올해 약 130%만 챙길 수 있게 됐다.
삼성SDI는 배터리, 전자재료 등 부문별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데 지난해 연봉의 37~39% 수준이었던 전자재료 부문의 경우 OPI를 올해 18% 수준으로 대폭 깎았다. 적자를 이어가는 SK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과급 지급 가능성이 낮다. 이석희 SK온 신임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흑자 달성 시까지 연봉의 20%를 자진 반납한다고 했을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중이다.
작년 기본급의 1000%대 성과급을 챙긴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정유업계도 정제마진 약세로 실적이 부진해 올해 대폭 줄어든 성과급을 마주하고 있다. 실적이 2022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만큼 실적과 연동되는 성과급 역시 작년의 절반 수준을 넘기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퇴직금 두둑한 금융업계, 성과급도 기본급의 200% 수준
희망퇴직하면 평균 5억원대를 챙길 수 있는 은행권은 성과급도 타 업종에 비해 많은 편이다. 올해 성과급 규모를 기본급, 혹은 통상임금의 200%대 수준으로 책정했다. 주요 은행들의 임직원 평균연봉은 모두 1억원을 넘는다. 하나은행이 이익 연동 특별성과급으로 기본급의 280%를 지급하고 국민은행도 통상임금의 230%, 신한은행은 기본급의 281%, NH농협은행은 통상임금의 200%, 추가 3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역대 최대 은행권 실적을 감안하면 지난해보다 더 성과급이 늘었어야 했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이자장사 돈 잔치'를 지적하면서 올해 성과급 규모를 지난해보다 소폭 줄였다. 반면 올해 보험업계는 지난해보다 많은 성과급을 지급한다. 삼성화재는 성과급 최대치인 연봉의 50%(작년 47%), 삼성생명은 29%(작년 23%) 등이다. 미래에셋생명도 월급의 100%, 메리츠화재도 연봉의 60% 수준 성과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는 합병 절차가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하고 기본급의 100~200%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유가와 환율이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묶였던 여행 수요가 한꺼번에 분출하면서 항공업계 실적이 좋기 때문이다.
제약, 바이오업종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연봉 수준이 가장 높은데다 보너스도 두둑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데 따라 연봉의 50%를 OPI로 지급했다. 회사는 매년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실적을 토대로 최대 월 기본급의 100%까지 차등 지급하는 TAI도 지난해 최대치로 지급한 바 있다.
설 연휴 앞두고 상대적 박탈감 키우는 성과급 배틀설 연휴를 앞두고 공개되고 있는 기업별 성과급 내역은 직장인들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연말정산 환급금, 성과급, 명절 '떡값'이 겹치는 2월만큼만 통장에 돈이 찍히면 좋겠다" "성과급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이다" "성과급으로 차 뽑았다, 대출금 갚았다" "남편이 성과급 나오면 명품가방 사준다고 골라보라 하더라" 등 성과급 지급을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2월이다.
반면 성과급 잔치를 구경만 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재직 중인 기업보다 더 나은 복지, 급여를 주는 기업으로 이직 결심을 굳힐 정도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사내게시판이 성과급 불만으로 부글부글 끓고 경영진까지 진땀을 흘리게 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전자 반도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성과급 산정방식을 놓고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직접 설명에 나섰고, 김동명 사장도 직접 직원들에게 해명 이메일을 보내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 대우를 해주겠다는 '총보상 우위' 정책이 실현되지 못하면서 경계현 사장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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