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人사이드] 아시안컵 승리에 목숨 건 日 축구 사령탑…모리야스 하지메

전진영 2024. 2.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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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6년째 국가대표팀 감독
한결같은 머리 스타일·노트 메모 등 주목

요즘 제 주변 최고의 화제는 단연 아시안컵인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일본 축구는 뜨거운 감자라 할 수 있죠. 이라크전 패배, 이토 준야 성폭행 혐의 등으로 나라 안팎으로 시끌시끌합니다.

그 와중에 "일본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몇 년 째 같은 사람인 것 같은데. 누구길래 이렇게 오래 감독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마침 오늘 일본과 이란의 8강 경기가 예정돼있어 카메라에 많이 등장할 것 같아 소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바로 2018년부터 6년째 일본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을 맡은 '모리야스 재팬'의 주인공, 모리야스 하지메입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모리야스는 1968년생으로, 시즈오카현 출신입니다. 학창 시절 축구부 활동을 계속하다가 1987년 지금의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전신인 '마츠다 축구 클럽'에 입단해 선수로 데뷔했습니다. 다만 데뷔부터 유망주는 아니었고, 무명 시절이 긴 편이었습니다. 1992년부터 대표팀으로 선발돼 아시안컵 우승을 이끈 멤버에 포함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다만 2000년대부터는 점차 주력 선수에서 멀어졌고, 부상을 당하면서 2004년 현역에서 은퇴하게 되죠. 대신 본인이 선수 생활을 시작했던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코치로 감독 생활을 시작합니다.

이후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코치로 참여해 16강 진출에 공헌했고,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고 니시노 아키라 감독이 물러난 뒤 일본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 대신 모리야스 하지메를 감독에 앉힙니다.

감독 모리야스는 '한결같음'으로 유명한데요. 현역 시절부터 변함없는 머리 스타일이 그렇습니다. 마츠다 축구 클럽 시절부터 다니던 히로시마 시내의 미용실 '헤어살롱 오키모토'에 30년째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산프레체 히로시마 감독 시절에도 준비한 전술이 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아도, 경기 중에 쉽게 바꾸지 않았다고 합니다. 처음에 효과가 없어 보여도 끈질기게 버티면 상대가 방심하게 되고, 그 틈을 활용해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인데요.

또 한결같은 정장 차림으로 구장에 나타나 노트에 끊임없이 적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혹시 실수한 선수 이름을 적는 데스노트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습니다만, 사실 경기 전반전 몇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등을 기록해 경기의 흐름을 분석하는 노트라고 합니다. 코치와 이야기한 뒤 자신이 노트에 적은 메모와 일치하는 부분은 선수에게 전달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경기용은 B6 사이즈, 연습용은 A6 사이즈로 들고 다니고, 형광펜 대신 빨간펜과 파란 펜 두 가지만 사용해 밑줄 긋기 등을 합니다. 이것도 하나의 전술이라며 '모리야스 노트술'이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다만 항상 칭송만 받는 감독은 아니고, 호불호가 좀 갈린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특정 선수만 고집한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특히 2021년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성적이 좋지 못해 경질 이야기까지 나왔었죠.

모리야스는 "이 감독 안 되겠다 싶으면, 협회 가서 이야기하셔도 괜찮습니다"고 팀에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의 뚝심과 자신감을 보여주는 '모리야스 명언'으로 기록되기도 합니다.

그 뒤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유럽 강호 스페인과 독일을 꺾어버리는 이변을 일으킵니다. 이때부터 '명장'으로 여론이 뒤집히게 되죠. 외국인 감독 대신 자국 선출 감독이 만들어낸 승리로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당시 모리야스는 독일전에서 과감히 5번 교체 카드를 쓰고 2대1 역전승을 만들어버리고, 같은 방식으로 스페인도 꺾게 되죠. 이른바 '용병술'로 끌어낸 승리로 기록됩니다.

다만 이번 아시안컵은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일단 조별 예선에서 이라크에 지는 바람에 흑역사를 생성했죠.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스쿼카는 "일본은 아시안컵 역사상 단 7패만을 기록했다. 조별 예선 패배는 36년 만에 처음"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무실점 경기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는 것도 지적받았는데요.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일단 바레인을 이기고 8강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핵심 공격수인 이토 준야가 성범죄 혐의로 고소당했죠. 소집 해제 조치가 내려졌다가 다시 이를 철회하고 복귀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이란과의 8강은 논란 이후 처음 치러지는 경기로, 모리야스는 혼란 속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모리야스는 현재 일본 두 번째로 길게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데요. 오늘 경기의 승패가 향후 모리야스 체제에 대한 여론을 결정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그가 과연 최장수 일본인 감독으로 올라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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