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국제유가, 안정 찾은 물가 다시 불붙일라

표윤지 2024. 2.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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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소비자 물가 2.8%…6개월 만에 2%대 진입
1일 WTI 73.82달러, 브렌트유 78.7달러
KIEP “중동지역 긴장, 장기화할 가능성 높아”
경제전문가 “상반기 3%대, 하반기쯤 안정화할 것”
지난 25일(현지 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36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2.27달러(3.0%)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29일 후 약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른 금액이다. 이후 1일(현지 시간) WTI는 2.03달러(2.7%) 내린 배럴당 73.8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연합

국제유가가 두 달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국내 소비자물가 재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로 내려왔지만, 중동지역 홍해 분쟁 리스크로 올해 상반기 3%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를 기록해 6개월 만에 2%대로 내려섰다. 소비자물가지수는 113.15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올랐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월 5%까지 튀어 오르다 8월부터 3%대를 유지해 왔다. 올해 2%대로 주저앉으며 안정세를 보인 것이다.

국내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는 반면 대외 사정은 여전히 불안 요소가 많다. 국내 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름값 변동이 심상찮다.

1일(현지 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03달러(2.7%) 내린 배럴당 73.8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78.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다만 일주일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36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2.27달러(3.0%) 상승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도 3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전날 종가 대비 1.92달러(2.4%) 오른 배럴당 81.96달러로 거래됐다. 두 개(종가 기준) 모두 지난해 11월 29일 후 약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지난 1일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루머가 나돌자, 국제유가는 뒷걸음질 쳤으나 여전히 중동지역 리스크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국제 유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논의설이 돌자 2% 이상 하락했다. 이후 휴전이 근거 없는 이야기란 보도가 이어지자 국제 경제는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아직 중동지역 홍해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셈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날 ‘세계 경제 포커스’ 보고서를 통해 미국 대선 실시와 이란의 경기침체 등 미국과 이란의 국내 상황을 감안할 때 ‘중동지역 긴장 장기화’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KIEP는 중동지역 긴장이 장기화하면 “유럽과 북아프리카 국가와의 교역 차질, 가전, 석유화학, 배터리 등 우리나라 제조기업의 이집트 및 동유럽 내 생산 공장에 대한 부품 공급 비용 상승, 원자재 중심의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도 변수로 남아 있다. 공격이 지속되면 유럽과 북아프리카 국가와의 교역에 차질이 발생한다. 이는 이집트와 동유럽 내 우리나라 제조 공장에 대한 원자재 공급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KIEP는 이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과 공급망 혼란에 따른 물류비용 증가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대외적 불안 요소 탓에 올해 상반기까지 고물가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제 전문가들은 국내 유동성 문제 또한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최 부총리는 “1월 소비자물가가 2.8%를 기록했고, 추세적 물가인 근원물가도 2.5%까지 하락했다”며 “다만, 최근 중동지역 불안 등으로 국제유가가 80달러대로 재상승하는 등 2~3월 물가는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휴전모드로 가는 흐름이고, 국제적 선거 시즌이라 지난해처럼 유가가 폭발적으로 올라가진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중동지역 분쟁이라 올해 상반기까지는 3%대를 고려해야 하고, 하반기에 접어들어야 안정화되지 않을까 한다”고 분석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유가 상승 요인은 있으나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양 교수는 “오히려 국내 유동성 문제로 물가 상승은 지속할 것”이라며 “특히, 임금 상승이 본격화되면 큰 문제”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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