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다음 경기는 90분 안에 끝내고 싶다"
"저도 이렇게 손에 땀이 날 정도의 힘든 경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웃음)"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아시안컵 4강에 진출한 소감을 밝혔다. 한국은 3일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대회 8강전에서 전·후반 90분을 1-1로 비긴 뒤 이어진 연장전에서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프리킥 역전골에 힘 입어 2-1로 이겼다.
경기 후 클린스만 감독은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는데, 직접 부딪쳐보니 정말 힘든 경기였다"면서 "또 한 번의 드라마가 쓰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0-1로 뒤진 채 경기를 시작하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실점 이후 경기력이 더 좋았다"면서 "처음부터 그런 모습을 보이면 좋겠지만, 어쨌든 준결승에 올라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앞서 열린 대회 16강전에서도 승부차기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이겼다. 클린스만 감독은 "매우 자랑스럽고, 선수들과 이렇게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면서 "환상적인 선수들과 함께하고 있고, 선수들과 스스로 만들어가는 팀 분위기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고 전했다.
연이어 벌어진 연장 승부에서도 투혼을 발휘해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선수들의 '간절함'과 '투혼'이라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한민국이 64년 동안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했는데, 트로피를 가져가고 싶어 하는 그런 간절함과 목마름으로 힘이 생기지 않나"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그런 목표 의식이 가끔 부담되거나 긴장감을 주면서 전반전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면서 "후반에 뒤진 상태에서 볼이 없을 때의 움직임이라거나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 더 드러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90분 승부'를 원한다고 했다. 그는 "빨리 결과를 가져오고 경기를 마무리 짓고 싶다"면서 "가끔은 제가 선수들 대신 들어가서 뛰거나 기회가 나오면 골을 넣어주고 싶을 정도로 선수들이 안타깝고 안쓰럽다"고 밝혔다. '좀비 축구'라는 별명이 붙은 데 대해선 "별명은 얼마든지 지어주셔도 괜찮다"면서 "나중에 대회 끝나고 여러분들의 숙박을 연장한 영수증을 제게 주지만 않으면 된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한국 축구 팬들이 기다리시는 아시안컵 트로피를 꼭 들어 올리고 한국에 가져가는 꿈을 꾼다. 마지막 날까지 도하에 있기를 바라며, 그렇게 만들고자 잘 준비하겠다"면서 "다음 경기는 120분이 아닌 90분 안에 끝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알와크라(카타르)=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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